[리뷰] 어쩌면, 가족의 절실함.

[정상가족관람불가전 리뷰 어쩌면, 가족의 절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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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가족사진이라는 말은 너무 자연스럽다. 정말 흔하게, 어느 집에나 하나씩 걸려 있을 거 같은 사진이 가족사진이다.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가족사진은 최대한 좋은 옷으로 차려입고, 가족 모두가 카메라를 향해 어색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상가족관람불가전>에서 만나게 된 가족사진들은 그런 식의 사진과 한참이나 거리가 멀었다.
 
소수자의 삶이 시각적으로 드러날 때 그런 경우가 많은데, 전시회의 사진들도 어쩌면 사진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LGBT 사진들의 경우 특히 더 많은 설명이 필요했는데, 예를 들면 북아현동 부녀회사진 같은 경우 드러난 장면만 보자면 몇 명의 남자들이 동네 치킨집에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북아현동에서 살고 있는 게이 커플들과 오랫동안 그들을 지켜보며 격려하고 위기의 순간에 힘이 되기도 하는 게이 친구들이 동네에서 만들어가는 어떤 일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리고 그런 일상을 만들기까지 쌓아올린 시간들을 상상해보면, 사진을 볼 때 뭔가 울컥하게 된다.
 
장애여성의 가족도 이 전시에서 만날 때 다르게 보인다. 결혼해서 가족을 구성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중증 장애여성은 사회적으로 엄마로 인정되지 않거나 경증 장애를 갖고 있는 남편에게 의존하는 것처럼 생각되고, 주류 미디어는 이런 가족을 대견해하는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 안에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위치할 때는 비정상성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가족과 육아, 성역할과 비장애 중심적인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다른 맥락이 생긴다.
 
전시에 드러나지 않는 많은 이야기들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스토리북도 있다.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묵직한 책에는 각 사례별로 풍성한 이야기와 고민들이 담겨 있다. 10개의 가족/공동체는 각기 다른 사연과 지향점을 갖고 있지만 관계, 돌봄, 신뢰, 커뮤니티 등의 공통된 키워드를 찾을 수 있다.
 
비정상가족을 가족 해체의 결과처럼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과 달리, 스토리북을 읽고 나서 가족은 필요하구나, 같이 사는 것이 중요하구나, 하는 절실함이 생겼다. 문제는 그것이 어떤 가족인가 하는 것이겠지만.
 
전시장에서 만난 사진 속 모습들은 누군가에게는 감정이입하는 자화상이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시도하고 도전하고 지향하고 싶은 롤모델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야기는 늘 진부하고 다 거기서 거기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전시와 스토리북은 아직도 가족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이토록 많고, 또 다른 상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전시를 다녀오고 스토리북을 읽은 후에 자꾸 궁금해졌다, 나와 내 주변의 가족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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