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공감의 무단점유, 그 이후
진희
지난 연말 공감은 전대차 사기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소유주인 대우건설은 건물을 임대한 시행업체 이오개발의 임대료 체납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공감은 대우와 재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오개발은 보증금이 한 푼도 없어 돌려줄 수 없다는 뻔뻔한 입장이었습니다. 결국 재계약을 해야 하는 공감과 다른 상가들은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암담한 상황에서 무단점유를 했습니다.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놀라셨고, 함께 걱정해 주셨습니다. 법률자문 해주신 변호사님들, 도움될 정보를 찾아주셨던 분들, 염려해 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그리고 걱정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공감은 현재 입주해 있는 대우베네시티의 소유주인 대우건설과 재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손실을 취소화하기 위해 상가들과 연대하여 협상도 진행하고, 소송도 검토하였습니다. 상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입장들 속에서 대책위를 이탈하기도 하고,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안타까운 시간들을 몇 개월 보냈습니다.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대우와 이오개발의 당당함에 분노하고 싸우는 시간도 보냈습니다.
1월말 즈음 상인들은 각자의 처지에서 그나마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했습니다. 공감은 임대료 중 일부를 지자체 지원금으로 납부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긴 싸움을 유지하기 어려웠습니다. 대신에 이번 사태에 중심에 있는 이오개발의 책임을 묻기 위해 형사고발을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대우건설에겐 이후에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사건이 비단 공감만이 경험하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집과 건물이 투기와 재산축적의 도구가 되어 원주민을 내쫓고, 장사가 조금이라도 잘되면 임대료를 턱없이 올리는 부당함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납니다. 갑자기 쫓겨나는 상황, 피해는 있지만 잘못한 사람은 없다는 법의 모순, 단결하지 못하게 만드는 소문들… 억울하고 분노스러운 우리의 현실입니다.
끊이지 않는 잡음으로 괴로운 건물이지만, 이만한 조건과 접근권이 되는 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워 공감은 머물기로 했습니다.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들이 있다면 알아보고 대비도 미리 하려고 합니다. 언젠간 우리도 더 안정적인 터전을 마련해야지 꿈꾸며 무단점유를 마칩니다.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