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하게 힘이 되어주던, 알고보면 후원회원 깡통님을 만나다.
장애여성공감 법인 사무국장 이진희
올 초 웹소식지를 기획하면서 이달의 회원 인터뷰를 통해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후원회원, 정회원님들을 정성스럽게 만나고 싶었습니다. 일상을 서로 마주하지 못하지만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공감의 가치를 지지해주며 살아가시는 회원님들은 어떤 모습이실까? 공감의 활동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실까?
일단 시작하고 보니 회원님들에게 궁금해지는 질문들이 많아졌습니다. 후원회원 깡통님도 그렇습니다. 자주 현장에서 마주치고 공감의 많은 실무들을 도와주셨는데, 정작 안부와 궁금한 이야기를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이달의 회원 인터뷰는 깡통님입니다.
[공감] 잘 지내셨죠? 깡통님을 모르시는 회원분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와 근황 부탁드려요.
[깡통] 아~ 자기 소개가 제일 어려워요. 음, 오늘이 만우절인데 2명한테 속임을 당했어요. 다 그냥 그대로 믿었어요. 저는 나이가 마흔이 넘었는데도 너무 순진하고 사회에 대한 신뢰가 있나봐요. 사는 곳은 불광동이고 최근엔 마을공동체 일을 하다가 쉬는 중이에요. 짬짬히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주민참여심사 실무지원업무를 하고 있어요. 사업 참여 심사 같은 것인데 재미있는 것 같아요. 엄청 다양한 사업들을 보는 거라서 생각할 것들이 많이 있는 일이죠.
공감과의 인연, 그리고 강렬했던 캠프의 추억
‘노동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일상에서 수행해야 일들을 보았어요’
[공감] 인터뷰를 위해서 깡통님과 함께 했던 기억들을 더듬어 보았더니 2009년 후원호프, 2010년 장애여성캠프 참여, 숨센터 장애여성의 성 전시회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기여 하셨더라고요. 어떤 일이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깡통] 공감과의 인연은 친구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알고 있는 것과 연이 닿는 것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알고 있어서 마음이 있다 하더라도 연이 닿기가 쉬운 건 아닌 것 같고, 연이 닿았다고 꼭 열심히 하는 것 같지는 않고. 아무튼 공감에서 활동했던 친구를 통해 공감을 가까이서 본 것이 컸던 것 같아요. 저도 당시 활동을 했었던 사람이라서 공감이 크게 다르게 느껴지진 않았거든요.
근데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게 있어요. 이게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구나 하고 느낀 거. 제주도 캠프를 갈 때, 장애여성이랑 같이 동반하면서 그 과정이 저한테는 많이 힘들었거든요. 휠체어를 계속 파악해서 화물로 부치고, 기내용 휠체어로 바꾸어 타고, 들어서 자리에 앉고, 다시 기내용을 반납하고. 도착해서는 다시 그 휠체어를 빌려다가 타고 나와서 다시 화물로 부쳤던 원래 가져갔던 휠체어로 갈아타고. 그런데 그것은 행사가 아직 시작된 것도 아닌 거예요. 그 과정이 저한테는 엄청 강렬하게 남았거든요.
아 힘들겠다~ 그게 아니라 이건 전혀 다른 시스템인 것 같고. 제가 같이 가는 사람인데 이것을 저도 견뎌야 하는 거잖아요. 처음에 갔을 때, 왜 비행기 시간보다 빨리 모여서 준비를 하지 했는데, 그런 과정이 있었던 거고. 이것은 비장애인이라면 전혀 염두하지도 않을 시간들이잖아요.
업무이기도 한데 업무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을 노동을 활동가들이 하고 있고. 이것들을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장애인 운동이구나. 그런 느낌. 그냥 소소하게 움직이는 것, 비행기에 타는 행위 자체가 엄청 중요한 장애인 운동의 지점. 그런 걸 바로 옆에서 느낀 것 같아요.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말하곤 했어요. 근데 이걸 좀 세련된 말로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웃음)
[공감] 그때 캠프 프로그램 주제가 장애인 성서비스였는데, 깡통님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언어로 남성중심적인 성적 욕망에 대해 비판했던 것이 기억이 나요. 당시 [반성매매 인권행동 '이룸']에서 활동 중 이셨는데, 장애인 성서비스라는 이슈를 함께 논의하면서 어떤 생각들이 드셨어요?
[깡통] 온도가 다른 느낌은 좀 받았어요. 장애여성에게 낭만적 로맨틱 서사가 있잖아요. 성서비스에 대한 논의에서 많은 남성들은 성욕해소에 대해 직접적이고 노골적이라서 시선도 집중되고 해결해줘야 할 것처럼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여성은(그것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감정적, 로맨틱 중심으로 처리되고 별로 중요한 욕구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사실은 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는 공감이 엄청 꾸준히 오래 전부터 그 주제를 이야기 했는데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이룸에서도 거기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얘기를 했었던 거고요. 캠프에서 강하게 이야기한 건, 제가 입이 저렴한 사람일 뿐이에요. 어디 가서 입 열지 말라고 이룸 사람들이 ㅎㅎ
나의 섹슈얼한 부분들, 나의 성, 장애여성의 성., 달라, 결이 다르다 라고 얘기하는 것은 일상에서 급한 일이 아니야 라고 취급되기 쉬울 것 같고. 그래도 그런 것들을 끊임없이 얘기해주는 것이 너무 필요하지요. 그리고 그런 것들로 인해서 누구라도 자기가 긍정되는 경험 때문에 더 좋잖아요. 그래서 공감이 좋은 것 같아요.
마을공동체활동의 경험에서 찾은 고민과 가능성
[공감] 공감도 천호동으로 이사하면서 장애여성 의제를 알리고 관련된 지역사안에 개입하기 위해 지역 활동에도 조금씩 참여하고 있어요. 마을공동체활동은 깡통님에게 어떤 의미로 정리가 되셨을까요?
[깡통] 얼마 전 다문화 관련 사업 심사를 했는데 당사자들이 오기도 해요. 중국동포는 한자 문화권이라서 이야기가 잘 통하긴 해요. 그런데 태국이나 필리핀 그쪽에서 오신 분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도 어려워해서 통역이 필요한 거 있잖아요. 그리고 많은 사업들이 대상화하는 것이 있고요. 다문화라는 그 이름 자체가 가진 특정 지역이라든지 인종이라든지 바로 지칭해 버리는 것이니까요. 문화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어울리고 살고 그런 게 아니라 빈곤한 지역에서 이주한, 보통은 못사는 곳에서 온 여자와 그 자녀들에 대한 것으로만 지칭하는 단어로 된 면도 있고요.
그리고 사업 심사를 하는데 장소를 잡기 힘들다고 시에서 잡아준 장소인데 그곳은 휠체어는 물론 목발을 짚고 오신 분들도 다니기 힘들 정도로 빽빽했어요. 아무것도 배려받지 못한다는 것, 있을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상정도 안된다면 너무 힘든 거죠. 사회에서 계속 이런 취급을 받으며 산다면 퇴보할 거 같은 느낌 있잖아요. 만약 내가 당사자로 계속 그런 사회에서 산다면 그런 것들이 내재화 될 수 있는데 무섭고 서러운 느낌이었어요. 여기에 계속 있으면 나도 움츠려들 것 같은 거 있잖아요.
마을운동 하면서는 처음에는 공동체는 중요하고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서로 이렇게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성애 중심, 가족 중심, 비장애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때문에 좀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도 좀 기대가 되는 것은 이런 거예요. 다문화 가족의 당사자 이주여성들이 한국말로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와서 그래도 전략처럼 당사자 여성을 세우기도 하지만, 또 본인들이 어떤 감흥을 가지고 거기서 얘기를 하고 그런 경험들을 갖는 것. 그리고 청각장애이신 분이 마을 지원 사업에 수화통역사를 함께 데리고 오셔서 사업을 설명하는 과정들. 이런 식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그리고 LGBT, 성소수자등 “불러주지 않으면 우리가 간다!” 이런 식으로 계속 등장하는 사람들이 중요하죠.
전통적으로 주민이라고 환영받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 존재로써 나타나는 것이 마을에도 상당히 도움될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저한테는 공적 기금을 받고 있는 곳에 있는 그대로 나를 드러내고 고민을 던져 준다는 것, 수화통역사의 경우도 나중에 필요하면 뭔가 마을에서 그런 것들을 준비해서 하는 그런 것들을 고민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휠체어 장애인이 또 나타난다면 심사받는 장소를 좀 더 고민하게 될 거고요. 그런 것들로 계속 변해가야 되는 거겠죠.
사실은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 깡통님.
[공감] 엄청 많이 같이 사업을 했는데, 후원 회원이시고 활동하시는 회원은 아니시더라고요 저는 당연히 회원인 줄 알았는데.
[깡통]제가 좀 부끄러움이 많아요. (공감: 믿을 수가 없네요. 정말요?) 진짜 부끄러움이 많아요. 어디 가서 자기소개를 하는 것도 심장이 콩딱콩딱 하는 거에요. 그래서 포럼이나 그런 자리는 사람들이 대여섯명만 모여도 궁금한 걸 못 물어봐요. 너무 저 스스로에게 짜증나요. 난 이것만 극복하면 큰 사람이 될 수 있는데(웃음) 회원활동에 관심은 많아요. 영화모임도 그렇고, 장애여성학교도 많이 했잖아요. 글쓰기 그런 거, 많이 재밌어라 하고 있어요. 그리고 나들이 같은 것 늘 지켜보고 있어요. 제가 아무튼 당분간 일을 아무것도 안할 거니까 안할 때는 함께 하면 좋을 것 같긴 해요.
[공감] 올해는 활동회원으로 함께 해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요즘에는 비장애여성 회원분들이 적답니다.
[깡통] 지금 영업하시는 건가요? 하하 기대는 하지 마세요. 제가 그 사이에 많이 늙어서, 캠프 이후에 벌써 몇 년이 지났으니까.
후원회원님들에게 무심했던 공감, 반성합니다.
[공감] 올해 공감이 후원회원, 활동회원님들과 교감할 수 있는 방법들을 더 많이 가지려고 해요. 아쉬운 점과 제안할 내용이 있다면요?
[깡통] 그러니까요. 많이 무심 하더라구요. 이번에 공감에서 텀블러 주셨잖아요. 편지도 그렇고 감동받고 좋았거든요. 그런데 이전에 활동했던 이룸도 아니고 그 전에 있던 곳 전농동, 청량리 쪽으로 배송이 되었어요. 그게 몇 년 전이야… 한 육년 전 주소 보내신 거에요. 육년 전 주소지로 갔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제가 알려드려야 하기도 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싶었어요. 회원정보를 잘 챙겨주세요.
그래도 문자는 자주 오는 편이에요. 그런데 제가 찾아보면 볼 수는 있겠지만 활동에 대해서는 별로 들어오는 것이 없어요. 좋은 포럼이라든지 이런 것 있잖아요. 어쩌다 보다가 공감에서 이런 것도 하는구나 그렇게 알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데요. 문자로 공지 받으면 못가더라도 지금 공감에서 이런 것들을 하고 있고 이슈구나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도 독립이랑 안전 관련한 것 한다면서요? 그런것들이요!
[공감]아이구, 너무 죄송합니다. 그리고 조언 감사해요.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마음에 대한 탐구중
[공감] 요즘에 집중하고 있는 고민이나 주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깡통] 요즘은 그냥 마음에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한번 검색도 해봤어요. 마음을 신체 기관의 일부로 얘기하는 그런 얘기도 있는데. 사람의 마음이란 도대체 어떤 걸까? 뇌의 활동이다 그런 류가 아니라요. 음, 그런 거 있잖아요. 어떤 지점에서 마음을 다치게 하거나 마음이 아릿아릿 해지는 지점들이 있고. 그리고 진짜 사람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장기의 일부 같기도 하고요. 마음이 다치는 건데 모두에게 똑같이 외부적인 충격이 가해져도 더 예민하게 다치는 사람이 있고, 아니면 전혀 상관없어 하는 사람도 있고요. 사실 책을 좀 읽어봐야 해요. 그냥 마음에 관심이 있다, 그 정도.
[공감] 아무래도 작년 올해 슬픈 사건들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깡통] 세월호 얘기도 그렇고. 세월호 희생자나 유가족이나 직접적인 관계자들 뿐 아니라 그외에 또 주변의 어민이라든지 화물기사라든지 이런 저런 얘기를 들으면서요. 이렇게 뭔가 내가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이 지점도 있고. 그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저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어떤 지경이었을까? 그러다가 제 마음이 무엇일까, 어디에 있을까, 어떻게 작동할까. 그런 애기 같은 생각있잖아요.(웃음) 그런 거 하다가 마음이 많이 궁금해져서 검색창에 ‘마음이 어디에 있을까’ 이렇게 검색도 했어요. 그래서 한번 좀 배워보고 싶어요. 부당해고 관련해서 ‘사람에게는 마음이 있습니다’ 일인시위하거나 그럴 때 전달하는 문구이기도 했잖아요 그거 매우 와닿았어요.
마음을 보는 것이 더 어려워져요. 트윗도 그렇고 페이스북도 그렇고 거기에서는 흥분하지만 논리적인 사람이 돼야 하는 거에요. 논리적으로 압축적으로 얘기를 잘하고 상대방을 이렇게 설득을 잘하는 말은 하는데, 거기서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요동치는 내 마음. 그 모든 말들을 앞서서 그냥 울컥하기도 하고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그냥 막 싫은 마음 그런 것들, 꼴 보기 싫은 마음이 드는 거. 이 마음을 더 설명하기도 쉽고 설명하고도 싶기도 하고 좀 더 들여다 보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추진력이 약하다는 것을 적어서, 누군가가 꼭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저도 하고 싶은 마음. 동참하고 싶은 마음…
[공감]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공감의 많은 깡통님 팬들이 궁금해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사실 거에요?
[깡통] 여러 가지를 궁리를 해 봤는데, 아이템이 몇 개가 쌓이긴 했어요. 그냥 하는 얘기인데요. 친구랑은 우리도 사단법인을 만들자. 사단법인 사단법인. 이름이 사단법인이에요. 그래서 우리도 지원금을 만들어 볼까?(웃음)
(진지하게 자세를 바꾸시고는) 그리고 페미니즘과 퀴어를 전문적으로 하는 서점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게 운영도 따로 있고 협동조합 형태라도 좋겠고요. (공감: 장애까지 함께요) 어머 장애는 생각도 못했네요. 제가 부족했네요. 이달의 회원으로서 장애를 생각하지 못했네요.
거기서 세미나도 하고 그 공간에서 특화된 장소라든지 그 주제가 주는 편안함이라든지 그런 게 있잖아요. 접근성도 좋고. 거기서 세미나를 하거나 아직 번역이 안된 것들은 번역 모임을 꾸려서 번역해도 좋을 거 같아요. 이것을 다른 친구한테 이런 아이템 어떠냐고 얘기했더니 자기는 너무 좋다며 꼭 돕겠다고 얘기 했는대요. 또 다른 친구는 그래서 돈이 되겠냐, 그게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어려울 거다 그러고요. 그런데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에요. 하지만 저는 역시 추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해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동참하게요~
조근조근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어내주신 덕에 인터뷰는 즐거웠고 공감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은 따뜻했습니다. 경험하고, 목격한 장면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의 지점을 찾는 깡통님의 모습을 보며 울컥 감동이 일기도 했습니다. 마음에 대한 진지한 탐구는 향후 고민의 전개가 궁금해집니다. 나중에 꼭 공감과도 공유해 주시길 부탁드려요. ^^
활동가로 오랫동안 살아왔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활동해 나갈 깡통님을 공감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현장에서 반갑게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