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 10주년 「IL과 젠더 포럼 – 독립과 안전을 말하다」리뷰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 10주년
「IL과 젠더 포럼 – 독립과 안전을 말하다」리뷰
 
정리 :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 소장 조미경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이하 ‘[숨]센터’)는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장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장애여성의 독립의 문제를 드러내고, 젠더적 관점에서 장애인IL운동을 실천하고자 개소한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였다.
[숨]센터 10주년 기념으로 기획하게 된 「IL과 젠더 연속포럼」은 그 첫 번째 포럼을 준비하면서 현재 사회적 이슈 만나면서 10년간의 활동 경험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주제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독립과 안전’이라는 주제를 선택하게 되었다.
 
 
장애여성의 독립을 이야기할 때 주변에서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흔히 ‘폭력’이나 ‘재난/사고’에 대한 ‘안전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이는 장애여성을 보호나 관리가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고, ‘안전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보다는 개인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에 한국사회는 ‘재난/사고에 대한 안전’ 문제가 큰 화두가 되고, 박근혜 정부는 ‘폭력’으로부터의 안전’을 주요 정책기조로 내걸고 있는 현재, 사회적으로 ‘안전’의 중요성과 경각심은 커져가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책마련은 매우 형식적이며 오히려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에 [숨]센터는 한국사회에서의 안전은 ‘무엇을 의미’하며, ‘누구의 안전’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장애여성의 경험을 토대로 젠더적 관점에서 되짚어 보고자하였다.
4월 2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한 이번 「IL과 젠더-독립과 안전」포럼은 우선 사전 행사로 장애여성공감의 전)대표이며 [숨]센터의 1기 소장이었던 박김영희님의 축하 말씀으로 시작되었다. 공감 창립 초기부터 화두였던 장애/여성의 독립에 대한 고민들을 구체적으로 풀어가고자 [숨]센터를 설립하게 되었다는 설립배경과 10년이 지난 지금 외부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아진 만큼 좀 더 도전적이고 유쾌․발랄하게 장애여성의 독립을 지지하고 목소리를 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어서 [숨]센터 활동사진들을 돌아보며 10년 동안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지도 하였다.
 
 
장애/여성의 독립과 안전을 말하다
 
– 재난/사고, 안전할 권리
 
사전행사를 마친 후 바로 이어진 포럼의 기본발제는 장애여성공감잡지(2014년) 기획글을 기반하여 <장애여성의 독립과 안전>이라는 주제로 [숨]센터에서 발표하였다.
 
재난이 ‘인재(人災)’라고 이야기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재난에 대한 안전 시스템이 얼마나 잘 마련되었느냐에 따라서 그 피해 규모와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재난/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국민의 안전’에 대한 책임보다 면피성 행정으로 그 순간만을 모면하려는데 태도를 보였다.
작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지침에 따라서 일제히 소방점검이 있었음에도, 당시 ‘이상 없음’으로 확인되었던, 장성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하였고, 정부의 형식적인 점검과 관리에 대한 문제점들이 지적되면서 전국적으로 소방훈련이 실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회성 훈련이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나의 예시로 화재 시 엘리베이터 사용은 금지되어 있고, 장애인 대피 시설은 전무한 현실은 막막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고)송국현씨 등 화재사고로 장애인들의 사망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부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이에 장애인운동 진영은 한국의 장애인복지체계를 문제제기하며, 활동보조 24시간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의 생존권으로 필요한 이에게 필요한 만큼 지원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장애를 고려한 전반적인 안전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활동보조 24시간 지원만이, 장애인의 재난에 대한 대안으로 이야기되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재난 대처 방안을 마련은 장애, 젠더, 인종, 연령 등 사회적으로 취약한 환경과 조건에 놓여있는 이들이 고려되어야 함을 이야기해야 것이다.
 
 
‘보호와 통제’ 중심의 성폭력 안전대책이 가지는 문제
 
박근혜 정부는 폭력예방과 안전을 내걸며 2013년부터 주로 발달장애여성을 대상으로 ‘장애여성 가정 내 CCTV 설치 사업’과 ‘안전 돌보미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폭력에 취약한 발달장애여성이기 때문에 집 안에 CCTV가 설치되고, 지역주민이 ‘안전 돌보미’가 되어 수시로 방문하는 것은 정말 괜찮은 것일까?
 
우선 애초부터 장애여성의 사생활이 그대로 담겨 있는 CCTV 영상의 관리방식부터, 수사 시 확인해야 할 영상의 범위 등에 대하여 장애여성이 자기정보를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어떻게 확보하고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고, ‘보호와 관리의 대상’으로만 상정한 채 시행된 것은 문제이다.
더욱이 일상을 타인의 보조를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중증장애인의 경우 매 순간 사생활이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중증장애인에게 자기정보통제권은 또 다르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안전한 일상생활을 위하여 사생활 노출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같은 것이 아니라, ‘자기정보를 통제할 권리’와 ‘안전할 권리’ 둘 다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안전 돌보미’ 정책은 선의의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이상적인 마을 만들기의 일환인 듯 포장되지만, 장애여성을 동등한 지역주민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장애여성을 ‘잠재적 피해자’ 또는 ‘보호가 필요한 존재’로 낙인화하고, 안전 돌보미는 장애여성의 ‘관리자’, ‘보호자’로 구분시키는 문제가 있다.
 
안전한 마을 만들기, 그 가능성을 위하여 넘어서야 할 것
 
박원순 시장은 공동체 복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마을 만들기 사업을 활성화 시키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관이 주도하는 ‘감시와 통제 중심의 안전’이 아니라 주민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의 안전 지키기’를 목적으로 ‘주민 참여형 안전마을 만들기’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 내부의 위계관계가 변화되지 않는다면 감시주체가 관에서 지역주민으로 바뀔 뿐이지 ‘보호’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약자’를 향한 감시와 통제는 여전할 것이다.
 
기존 마을 공동체의 주체들은 다분히 비장애/남성중심적이고, 이성애/가족을 중심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지역에 살고 있는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등 다양한 소수자를 대상화시키거나 ‘없는 존재’로 만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어왔다. 단적으로 장애인은 이웃이기보다는 혐오나 동정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특히 혼자 살고 있는 장애여성의 경우 위급 시 지역 안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장애여성에게 마을은 안전한 공간이기 보다는 자신의 존재가 드러날수록 폭력에 노출되거나, 사생활을 간섭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최대한 지역주민과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나의 안전 지키는 것’이라는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장애여성에게 안전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요건만큼이나 사회 안에 존재하는 ‘위계나 관계적인 측면에서의 요건’들도 중요하다.
 
따라서 마을이 장애여성에게 안전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안전을 이유로 장애여성이 누군가의 보호 대상으로 예속되는 존재가 아닌 독립적인 존재로, 마을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등한 구성원으로써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공동체 안에서의 배제되는 이들을 살피고, 대상화와 위계를 경계하며, 공동체의 다양성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기 위한 소통을 구성원들과 할 수 있다면, 그 공동체는 누구에게나 안전한 마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관점에서 안전을 말하다
 
한국사회의 존엄과 안전
 
이날 발제에 대한 첫 번째 토론발표는 ‘한국사회의 존엄과 안전’은 어떤 의미인지 세월호참사대책회의 존엄과안전위원회 위원인 박상은님이 하였다.
세월호 참사 이전 ‘안전사회’는 보수의 담론으로 ‘사회적 약자나 고위험군’들은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로 시민들과 격리하고, 안전을 강조될수록 공권력이 강화되는 효과를 낳았는데, 이는 박근혜정부 ‘안전사회 구현’을 강력한 공권력으로 근절하려는 지금의 모습과 같다. 이에 안전을 인권적인 측면에서 시민의 권리로서의 안전한 사회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의 안전 정책은 통제와 보호의 프레임을 유지한 채 자본주의를 기반 한 안전산업 육성은 안전을 개인의 책임으로 내몰고, 예산 논리로 인한 인원 감축은 결국 기본적인 안전보장을 어렵게 만든다. 이에 재난대응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참여위원회를 건설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 중 하나이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장애인의 독립과 안전
 
그리고 두 번째 토론발표로는 ‘장애인의 독립과 안전’ 어떠한지에 대하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인 조현수님이 하였으며, 한국은 사실상 장애인의 안전대책이 총체적 부실하다는 이야기로 시작하였다.
현재 장애인의 응급상황에 대한 대책으로 응급안전서비스가 시행되고 있으나 중증장애인의 경우 위급상황 시 초동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24시간 활동보조 지원은 중요하다. 그러나 인력만으로 대처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거, 건물, 교통 등에 있어서 각 장애별 안전시스템이 조성이 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독립생활은 자기결정권만이 아니라 안전할 권리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젠더적 관점에서의 성폭력과 안전
 
그렇다면 ‘젠더적 관점에서의 성폭력과 안전’이 있을까. 세 번째 토론발표는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소장인 이화영님이었다.
성폭력 문제가 주요 정부 정책 의제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반성폭력운동의 성과로 환영한다. 하지만 피해자의 치유나 안전보다는 실적이 우선 시 되는 점과 2차 피해로 이어지기도 하며, 성폭력 보도가 증가하면서 성폭력에 대한 불안감도 켜지고 가해자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식의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더욱 양산되는 문제가 있기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여성 안심서비스 등은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여성을 보호나 관리의 대상화 하는 문제가 있다. 물리적 보호가 아닌 성폭력 피해를 말하고 항의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라 하였다.
 
젠더적 관점에서의 마을공동체와 안전
 
마지막으로 살림의료협동조합 여성학 전문이사인 전희경님은 ‘젠더적 관점에서의 마을공동체와 안전’에 대하여 토론발표 하였고, 독립은 언제나 공립이며, 의존에 대한 새로운 정리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한국에서는 안전은 ‘안보’라는 단어로 치환되어 왔으며, 이는 ‘강한 보호자가 지켜준다’는 구조에서 성립되기에 문제일 수밖에 없으며, 국가의 안보에서 개인의 안보로 전환될 필요함을 이야기하였다. 또한 마을공동체는 중요하지만 여성과 남성은 다른 키워드로 작동한다는 것과 마을공동체에서 정상성을 기반하지 않으며, 구성원들이 이질적인 존재이고 변화하는 다면적 존재임이 수용되어야 하고, 관계에 대한 상상력이 재편성되어야 함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였다.
 
독립적인 주체로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만들어가기
 
모든 권리가 그러하듯 그러기에 ‘독립적인 주체로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또한 쟁취해야 될 과제일 것이다. 권리로써의 ‘독립과 안전’을 확보하는 과정에 있어서 다양한 관점에서 서로의 경험과 고민들을 나누는 것은 중요하며 그러기에 이번포럼은 무척 의미 있으며, 참여자들도 자신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들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다시 한 번 잔인할 정도로 바쁜 4월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포럼에 참여해주셨던 토론자분들과 참여자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번 포럼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워했던 분들 「IL과 젠더 연속포럼」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다음에는 꼭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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