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분의 회원을 만나 근황과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회원 인터뷰를 시작한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지난 몇 달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해 아쉬워하시는 분들도 있고, 새로운 얼굴은 없냐고 묻는 분들도 계셔서 오늘은 따끈따끈~ 가입하신지 얼마 안되는 분을 만나 봅니다. ^^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은 ‘오늘’님입니다. 작년에 공감의 장애인 성폭력전문상담원과정과 성폭력예방교육 강사양성과정을 통해 발을 들이셨고, 올해는 반상근으로 춤추는 허리, 장애아동청소년성인권 교육 현장에서 맹활약하고 계십니다. 평소에 말이 없으셔서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늘 궁금하던 차에 회원 인터뷰를 빌미로 이것저것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이야기를 꺼내 봤습니다. 수어를 잘 하시고, 공감 행사장 곳곳을 이제 목발로 짚고 누비며 차근차근 자신만의 활동을 만들어 나가시는 오늘님을 만나봅니다.
공감, 여기는 좀 재미있구나 생각했어요.
● 공감: 오늘님은 작년에 진행했던 성폭력상담원양성교육과 성폭력예방교육 강사양성과정으로 공감을 만나셨는데요. 이전에도 공감을 알고 계셨나요?
● 오늘: 예전에는 집회나 기자회견에 가면 공감이 항상 있더라고요(웃음). 활동가분들도 그땐 공감인줄 몰랐는데, 공감에 오게 되면서 그때 그분들이 공감활동가였구나 알게 되었어요. 공감의 강사양성과정은 커리큘럼이 좋아서 찾아오게 되었는데요. 집에서 여기까지 오는 거리가 만만치 않은데 오게 되었어요. 여러 군데서 강사교육을 하고 있어서 커리큘럼 비교해보고 가치관, 관점에 대한 것들이 맘에 들었어요.
그리고 커리큘럼 내용보다 실제 강의가 더 재밌었어요. 관점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웠고, 해도 겉핥기처럼 그냥 이런 게 있어 정도였는데. 여기는 좀 성별정체성이나 그런 쪽으로도 깊이 알게 되어서 재밌구나 생각했지요.
● 공감: 뭔가 장애여성인 오늘님의 정체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요?
● 오늘: 친구 중에 성소수자가 있어요. 그 친구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 친구는 커밍아웃을 안했는데 지금도 누가 알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어요. 그게 참 안타깝다고 생각했고요. 저에게 말을 해줘서 ‘왜 나에게 말을 하는 거냐고’ 물었는데, ‘그냥 한 명 한테는 말하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부모님은 알고 계시는데 인정 못 받고 있다면서요. 연애를 하다가 들켰는데 가족에게도 인정을 못 받으니까 이야기할 곳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장애는 드러내고 싶지 않아도 드러나 있는 사람인데, 드러내고 싶어도 못 드러내는 그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수업을 들으면서 겹치는 부분도 많고,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안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듣는 오늘님의 과거 이야기
● 공감: 평소에 말이 많지 않으셔서 오늘샘은 어떤 경험을 하면 살아오셨는지 통 듣지를 못했어요~ 이전에 다른 활동경험이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있다면 좀 들려 주세요.
● 오늘: 실은~ 여기(공감) 와서 말을 가장 많이 하고 있고요 ^^
7-8년 전에 로마를 다녀왔었어요. 한 달 동안 로마의 삼촌집에서 잠을 해결하면서 한 달 있었는데, 그때 정말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혼자서 하는 여행을 생각지도 못했거든요. 물론 혼자 밥 먹고, 영화보고는 다 했지만, 어디를 혼자 가서 무엇을 한다는 것은 겁이 났어요. 로마에서 한 달 있으면서 버스타고 다니고 혼자 밥먹고, 박물관 돌아다니고 지도 한 장 들고 버스 번호 물어보면서 다녔어요. 그게 정말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아, 사람들이 저를 보는 시선이 그냥 외국인으로만 보는구나.’ 정말 자유롭게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그냥 외국인으로 보는 게 편하고 자유롭게 다닌 것 같아요. 사람들 시선 생각 안하고요.
그런데 인천에 딱 공항에 도착해서 정말 한국에 왔구나 느낀 것이 아무도 휠체어를 비켜주지 않아요. 휠체어가 지나가는데 비켜주지 않아요. 한국, 서울에 왔구나 내린지 3분만에 느꼈어요.
스무 살 전에는 밖에 나가는 것이 무서웠어요. 동네 수퍼를 가려고 해도 사람들이 최소한으로 다닐 때, 사람들이 줄어들 때 살짝 다녀오고 그랬답니다. 수화 배우면서 어쩔 수 없이 나와야 하는 거잖아요. 수화를 배워야 하니까. 그 무렵에 수화 배우며 만나는 친구말고 다른 친구들이 생겼는데, 대부분 서울 사는 친구들이라 밖으로 나와야 해서 지하철, 버스 타야하고 다녔지요. 그리고 어릴 땐 학교를 안다녔는데, 그 이후에 학교를 가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죠.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대학을 갈까 했는데. 그렇게 되면 학교생활을 영영 경혐하지 못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오프라인으로 학교를 가게 되었어요.
● 공감: 그러면 스무살 전에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었나 봐요.
● 오늘: 네 남동생하고 많이 놀았죠. 남동생이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야구장, 축구장도 가고 그러면서 야구장 치킨, 햄버거 먹은 경험이 어릴 때부터 많이 했었다. 어릴 때는 남동생과 사이가 좋았고요. ^^;
● 공감: 그럼 늦게 시작한 대학생활은 어떠셨어요? 기대한 만큼 재미있었나요?
● 오늘: 기대를 많이 안했고, 기대보다는 괜찮았었어요. (사회복지 공부를 안 이유는요?) 처음엔 상담과 관련한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학비가 너무 쌨어요. 학교를 꼭 가야 하느냐는 엄마와 싸워서 간 학교 라서요. 엄마로서는 이제 일이 끝났다 싶었는데, 학교를 가겠다고 하니까 경제적인 부분도 있고. 그래서 열심히 죽어라 공부했어요.
● 공감: 아, 그리고 운전을 잘 하시는데요. 오늘님 인생에서 운전의 의미는 어떤 걸까요?
● 오늘: 운전은 제 인생에 굉장한 영향을 미쳤죠. 운전 못하면 학교도 못가고, 공감도 못가고. 2005년에 배웠어요. 처음 면허를 따고 그동안 운전 안하다가, 학교 가겠다고 운전을 했어요. 동생이랑 저랑 차를 같이 타고 다니긴 했는데 이건 내거라고 나 학교 가야 한다고 차 달라고, 너는 새로 사라고 말한 거죠.
처음에 운전하면 되게 재밌어요. 그리고 학교에 가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하게 된거죠. 이젠 운전을 못하면 못가니까. 타고 다니죠. 제 목발하고 차하고 별 차이가 없어요. 이제 둘 다 없으면 안돼요.
오늘님의 또 다른 말, 수어
● 공감: 수어를 배우시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 오늘: 제가 5-6살 때 옆집에 살던 언니가 있었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커서 생각해보니까 그 언니가 농아인 인거죠. 저를 잘 챙겨주고 그랬는데, 어느 날 언니가 없어지고 어디로 이사를 갔는지 그건 생각이 안나요. 언니랑 놀았던 것만 생각이 나고. 한참을 커서 그 언니가 농아인 이었구나 수어를 배워볼까. 한번 해볼까란 생각을 하게 된거죠?
● 공감: 수화를 배우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요? 그리고 수화를 배워서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 오늘: 다름에 대해서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나와 다름에 대해서. 그리고 청각장애인들이 농인이랑 같이 다니면 저 혼자가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 제가 같이 가자고 불렀어요. 그러면서 다름에 대한 것 차이에 대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그 과정이 힘들단 생각은 안했어요. 그리고 수화통역사를 딸려고 노력했는데, 음성통역을 하지 않으면 패스가 안돼요. 수화통역시험이 세가지가 있는데. 수화 화면 나오면 쓰는 것, 소리가 들리면 통역하는 거, 수화를 보고 수화로 통역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다른 건 전부다 괜찮은데, (언어장애가 있어서) 음성은 안 되니까. 그래서 나는 수화통역사 자격증 안 따야겠다고 시험을 접었어요. 그래서 수화관련 자격증은 하나도 없어요. 나는 이제 시험 안보겠다 하지만 수화는 누구보다를 더 잘하겠다고 생각했죠. 통역사보다 잘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농아인과 이야기할 때 내가 잘한다는 만족감이 중요했어요. 그리고 각종 회의 같은데 가면 통역사들이 있잖아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사람들도 간혹 있어요. 그래서 통역을 제대로 전달되는지 농인들이 저에게 묻기도 했어요. 어떤 사람은 중요한 내용은 빼먹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러면 농인일 경우엔 내가 통역을 내가 따로 해줬어요. 통역사에겐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요 정확하게 내용을 파악하게 통역하는 건 중요하니까요.
● 공감: 요즘엔 수화 관련한 어떤 활동을 하세요?
● 오늘: 성당에서 농인분들 만나고, 수화모임 활동도 하고 있고요.
● 공감: 강사양성과정을 들으셨는데요.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이 강의를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으시잖아요. 어떤 의미가 있고, 또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요.
● 오늘: 언어장애가 있는데 어떤 일을 해야 하나,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어릴 때는 큰일 났다. 과연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랬고, 수화를 배우면서 이걸로 뭔가를 할 수 있지 하다가 했다가 수통사 시험에 떨어지고 나선 이것도 안되나봐. 그러면 대체 어떤 걸 해야 하나 생각했어요. 이것저것도 안 되면 말로 하지 뭐, 말로 해야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전화 통화 할 때, 관공서나 뭘 물어보거나 할 때 그때도 어렵다라고요. 그런 부분들은 계속 반복해서 말하고 그러죠. (힘드시겠어요?) 저보다 듣는 사람이 더 힘들지 않겠어요?(웃음) 저보다 듣는 사람이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이제 단련이 돼서요. 그리고 발달장애인을 만나면 강의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하죠. 그래서 강의시연 했던 것처럼 ppt나 수화를 이용해서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계속 고민하죠. 아니면 이제는 그냥 언어장애가 있는 채로 나가야하지 않나 그런 생각도 하게 됐어요. 작년에 강사양성과정에서 교육시연하면서 들었던 생각이에요. 언어장애에 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너무 바쁜 요즘, 공감에서의 반상근 활동
● 공감: 요즘에 공감에서 춤추는 허리 스탭으로 장애여성 성폭력예방교육 강사양성과정 실무지원으로 바쁘신데요. 반상근 형태로 활동하면서 새롭게 경험하는 요즘의 일상은 어떠신지, 고민이나 어려운 점은 없으신지 궁금하네요.
● 오늘: 긍정적인 것은 지체장애인임에도 지체장애를 잘 몰랐어요. 뇌병변장애가 있는 친구랑 술만 먹어봤지, 장애 쪽으로는 잘 몰랐는데. 춤추는 허리 활동 같이 하면서 뇌병변 분들도 많이 만나게 된 거죠. 그리고 발달장애인분들은 자원 활동하면서 만나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가깝게 매일 보는 일은 없었는데 성교육 모니터링 나가면서도 되게 많은 걸 배우고요. 차이를 하나로 묶으면 안되겠구나. 정말 천차만별이구나. 발달장애라고 해도 차이가 많이 있구나 매일 느끼고 있죠.
부정적인 것은 내 체력이 이정도로 떨어졌구나. ㅜㅜ 이번에 캠프 갔다 와서 뼈저리게 느끼고 어요. 오히려 캠프에서 민폐가 된 것 같아서 되게 죄송해요. 체력이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공감 사람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민이나 자극이 되죠. 그동안 관심없고 잘 몰랐던 것을 공부하게 되요. 어려움도 있었고 정말 내가 일을 너무 모르는구나. 실무적인 일들을 꼼꼼히 배워야겠구나 생각하죠. 모르고 살았구나 그러면서 요즘 자꾸 커다란 그림을 그려놓고 뭔가를 보려고 하고 있어요. 큰 그림을 그려놓고 보면서 일하는 게 편하다는 걸 알았어요. 큰 그림을 보면서 일을 하려고 해요. 몸으로 부딪혀서 하는 것들에 대해서, 집회나 기자회견 같은 것은 아직은 어려운 마음은 있어요. 그리고 내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까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있고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어요.
● 공감: 장애여성 연극팀 “춤추는 허리”는 그동안 공연만 보셨는데, 스탭으로 가까이서 활동해보니 어떠세요?
● 오늘: 사람 사는 것 다 똑같구나. 사람이 모이면 다 똑같구나(웃음) 싸우기도 하고, 서운해도 하고, 나는 이만큼 하는데, 너는 왜 못해 억울함도 있구나. (그 안에서 오늘샘은 어떤 위치에 있는 것 같아요?) 아예 외부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에 있지도 않고, 오랜 시간 함께한 사람도 아니고 그 중간에 어중간한 것 같아요. 저를 좀 불편해 하는 분은 저도 좀 어렵죠. 그냥 처음에, 공연 봤던 작년에는 되게 재밌다고 생각했었고요. 이번 공연 준비하면서 내부적으로 뭔가를 한다는 부담감이 저에게 와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그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연출과도 입장이 다르고 아무튼 좀 내가 어느 위치에 서 있어야 하나 생각했었죠..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냥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할 말을 하고 좀 편하고 가벼워졌어요.
● 공감: 공감의 활동에 참여하시면서, 더 궁금해지거나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 오늘: 숨센터에서 하는 일과 장애여성 재생산권등 이런 주제가 궁금해요. 숨센터는 굉장히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해요. 비장애여성과 장애여성이 계속 끊임없이 같이 만들어가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재생산권은 작년 토론회도 가봤고 관심이 있어왔어요. 재생산권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알기로는 다른 곳에서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어서 더 관심이 갔지요.
● 공감: 공감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또 그동안 회원활동에는 잘 참여를 못하셨는데, 궁금하거나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
● 오늘: 교육 관련한 것이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다 해보고 싶어요. 공감은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보이는 곳이에요. 저의 호기심을 많이 잡아당기는 곳이에요. 저건 뭐지? 저건 어떤 거지? 궁금한 거 잘 못 참아서요 ^^;
그리고 회원활동은 해보고 싶은 게 많아서 캠프를 갔던 건데. 제 바닥난 체력만 확인하고 온 것 같아서… 회원분하고 뭘 하겠다고 나서지 못하겠지만 앞으로 모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입니다.
하고 싶은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운동이라는 것에 두려움이 있어요. 제가 경찰을 싫어하나 봐요. 몸으로 부딪히고, 투쟁, 운동 그런 단어에 겁을 내고 있나 봐요. 아직은.. 그런 것만이 운동은 아니지만 그런 부분에 겁을 내고 있어서. 아직 그런 부분은 어렵지만…. 다른 부분엔 관심이 많아요. 근데 닥치는 대로 해야죠. 제일 먼저 제가 해보고 싶습니다 까지는 아니어도 상황이 닥치면 다해야죠. ^^
닥치면 해야지 라는 말이 바빠진 오늘님의 최근 활동을 말해준다. 공감의 문제의식과 활동이 재밌고 궁금증이 자꾸 자신을 끌어당긴다고 하시는데, 그 이끌림을 따라 가는 오늘샘의 내일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