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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차 회원정기모임 <나쁜나라> 공동체상영 리뷰
케이리오 (사무국 조직교육팀)
장애여성공감(이하 공감) 조직교육팀의 2016년 목표 중 하나는 회원조직을 보다 강화하기 위하여 회원모임을 정기적으로 잘 진행하는 것이다. 매년 봄이 지나고 활동가들이 정신없이 바빠지는 때가 오면 기금 프로젝트나 더 시급해 보이는 다른 활동들에 뒤로 밀려 정기모임이라는 이름이 멋쩍게도 패스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해는 회원이끔이 체제도 다시 시도해보며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발한 모임을 기대하고 있다.
새해 첫 모임의 주제는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나쁜나라> 다큐멘터리를 보며 소감을 나누는 것으로 정해 보았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벌써 2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사고의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유가족들의 아픔과 상처가 회복될 수 있는 충분한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감은 작년에 천호동 일대에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플래시몹을 직접 진행하기도 하고, 장애여성학교 악기반에서 같은 곡으로 졸업식 때 연주하기도 했으며, 또 회원들과 함께 4.16 풀뿌리토론 워크샵에도 참여하였다. 그리고 12월에는 416인권선언의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에 참석하며 공감도 416인권선언인이 되어 운동에 함께할 것임을 약속하였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은 장애여성의 삶과 연결지어 보았을 때에도 일상과 삶 전체에 매우 밀접하고 심각한 문제가 된다. 우리에게 피부로 와닿는 안전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은 비장애인 중심의 제반 사회시스템 속에서 너무나 크고 절박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공감은 사람의 존엄함과 인권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는 세월호 참사의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416인권선언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 속에서 회원들과 이러한 상황을 공유하고 각자의 생각과 느낀 바를 나누고 싶어 영화상영회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먼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그동안 참여했던 공감의 활동을 정리해 보면서 오늘 볼 영화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곧 영화가 시작되고,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에 벌어졌던 수많은 어이없는 상황들이 화면 속에서 펼쳐졌다. 어처구니 없게도 저것이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임을 알기에 우리는 모두 말없이 집중하였고, 영상을 따라 내내 흐르는 슬픔과 분노가 우리에게 온전히 전해져왔다. 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하고 일방적이며 폭력적인 공권력의 행태들, 유가족과 시민들의 절절하고 분노섞인 울음과 말들… 영화는 쉼이 없었다. 어느새 하나둘 눈물을 훔치거나 코를 훌쩍였다.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하고 절망감과 책무감에 무거워지기도 하였다.
영화가 끝나고, 무거운 입을 떼어 함께 소감을 나누었다.
그동안 잘 모르고 살았던 것에 대해 놀랍고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너무 슬프다. 배가 물에 빠졌으니까… 사람들이 계속 울어서…
차별에 대해 투쟁하고 싶다.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 거짓말만 하는 사람들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투표를 잘 해야 한다.
장애인들에게 잘 해주겠다며 믿어달라고 하는 정치인들과, 실종자들을 모두 구할테니
가만히 기다려달라고 하는 정부의 거짓된 행동이 닮아있다.
왜 저들은 길바닥에서 저렇게 힘들게 외치며 싸워야 하나?
너무 화가 나고 슬프다.
충분히 슬퍼할 기회조차 빼앗아 버리는 국가에 분노와 답답함을 느낀다.
우리는 밤이 늦도록 너무 슬프고 답답해 어찌할 수 없는 마음들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였다. 긴 러닝타임에도 끝까지 자리를 함께해준 발달회원들도 각자의 느낀 점을 몸짓과 표정, 그리고 말로 적극적으로 함께 나누었다. 왜 우리가 ‘장애여성공감’이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함께 활동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우리는 오고 가는 이야기 속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느낀 슬픔과 분노를 잊지 않고 함께 행동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기도 하고, 사람의 존엄성이 짓밟히는 현실이 장애여성이 배제되고 차별받는 상황과도 연결된다는 점을 이해하며 앞으로 공감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하였다.
올해 계속될 회원 정기모임과 회원소모임이 회원들로 하여금 공감의 지향과 활동을 잘 이해하고 회원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화될 수 있는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공감에 새롭게 관심을 가지는 신입회원들도 생겨나고, 최근 줄어들고 있는 비발달, 비장애회원들과 그동안 왕래가 뜸했던 장기회원들의 참여도 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다양한 회원들의 이야기와 삶의 경험이 어우러져 새로운 공감의 활동과 영역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2016년, 더욱 시끌시끌하고 복작복작한 회원들과의 만남과 활동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