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 "권리는 차이와 상관없이 보장하는 것"장애인교육정책에 대한 열린 간담회 열려


이수호, "권리는 차이와 상관없이 보장하는 것" 장애인교육정책에 대한 열린 간담회 열려
"장애인의 삶을 분절하지 말고 지원해야" 제안 이어져
 
2012.11.08 17:28 입력
 
이수호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를 초청해 장애인교육정책에 대한 생각을 듣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주최로 8일 늦은 2시 노들장애인야학(아래 노들야학) 배움터에서 '장애인교육정책에 대한 열린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수호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는 지난달 26일 화재로 질식사한 고 김주영 활동가와 지난달 29일 발생한 화재로 뇌병변장애가 있는 남동생과 함께 중태에 빠졌다가 지난 7일 유독가스 중독에 의한 합병증으로 숨진 고 박아무개 양에 대해 조의를 표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예비후보는 “비극적인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왜 우리 사회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이 정도 일을 막을 힘이 과연 우리에게 정말 없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화가 나고 서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이 예비후보는 “우리 사회는 잘사는 사람과 비장애인을 위해서는 많은 돈을 투여해 화려한 시설을 짓고, 가난한 사람과 장애인을 위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면서 “여러분이 낸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비극이 일어날 때 많이 고통스럽고 괴로워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예비후보는 교직 생활 중에 장애인계와 인연을 맺게 된 일화 등을 소개했다.
 
이 예비후보는 “처음 시골에서 교직생활을 할 때에는 장애학생이 없었는데, 시골의 경우 통학거리도 멀고 길도 험하니 아예 장애학생들을 학교로 보내지 못했던 것 같다”라면서 “하지만 1970년대 초에 서울에 있는 신일중·고등학교에 오니 반에 장애학생이 서너 명, 많게는 다섯 명까지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 예비후보는 “그 이유는 신일중·고등학교 건물이 모든 층에 계단이 없고 경사로만으로 이뤄져 있어 서울에 있는 장애인 부모들이 자식을 그 학교에 진학시키려고 인근으로 대거 이사를 왔기 때문”이라면서 “그래서 자연스럽게 통합교육이 이뤄졌는데 소아마비 장애인들이 제일 많았고 몸이 더 불편한 뇌병변장애인은 거의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이 예비후보는 “그러다가 현재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회장인 류흥주 학생을 제자로 만나게 되었는데 상담을 하다가 ‘너는 장애인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거기에서 출발하라. 사람은 저마다 출발점이 다르다’라고 멋도 모르고 그런 무서운 이야기를 했다”라면서 “그 후에 잊고 있다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하던 시절에 류흥주 회장이 단체 축사를 부탁하면서 장애인계와 인연을 맺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예비후보는 “지은 지 백 년이 넘은 런던과 파리의 지하철은 설계부터 편의시설을 반영했지만, 훨씬 나중에 지어진 서울 지하철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라면서 “결국 말도 안 되는 리프트를 설치했다가 장애인이 죽어 이동권 투쟁이 촉발되었고, 그 결과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졌지만 설계에 없던 것을 만들다 보니 엉뚱한 곳에 있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이 예비후보는 “이처럼 사람의 차이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달라지지만 이동권을 비롯해 노동권, 교육권 등은 차이와 상관없이 온 국민에게 보장해야 하는 권리”라면서 “앞으로 교육감이 된다면 이런 마음으로 할 일을 찾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참석자들과 이 예비후보 간의 질의 응답이 진행됐다.
 
노들야학 정민구 교사는 “장애인야학들이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장애인평생교육시설로 등록을 해야 하는데, 전국의 많은 장애인야학이 요건을 갖추지 못해 등록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야학이 장애인평생교육시설로 등록할 수 있도록 육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이 후보는 “국가가 방치한 장애성인에 대한 교육을 장애인야학 등 민간이 맡아 하고 있는 것을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라면서 “교육감이 된다면 장애인야학의 현황 및 실태를 조사한 뒤 교육감의 권한을 최대한 넓혀서 당장 할 수 있는 곳부터 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 후보는 “선거캠프에서는 사회적 약자, 소외 받은 사람을 중점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라면서 “예를 들면 각 학교에 50여 개가 넘는 직종 중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며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유와 평등을 가르쳐야 할 학교가 내부에 불평등한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노들야학 박준호 교사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학령기 장애인은 특수교육 지원을 받지만, 장애성인은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해 특수교육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성인에게도 특수교육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이는 법의 사각지대 문제이자 관료주의의 문제인데 누군가 해야 할 일이므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것”이라면서 “최근 외국의 추세는 학교가 아닌 집에서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런 개념을 도입하면 특수교육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학령기가 지난 장애성인의 교육 문제를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처럼 학령기 전 장애유아의 경우도 복지의 영역과 교육의 영역이 서로에게 떠넘기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라면서 “따라서 교육감이 되시면 장애인의 생애 주기를 분절시키지 말고 하나의 흐름 속에서 정책을 펼쳐주시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하며 이날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현재 진보 진영에서는 이수호 예비후보를 비롯해 이부영 예비후보(현 한국교육복지포럼이사), 정용상 후보(현 동국대 교수), 송순재 후보(현 감신대 교수), 김윤자 후보(현 한신대 교수) 등이 서울시교육감 단일 후보 경선에 나선 상황이다.
 
진보 진영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추진 중인 민주진보교육감 추대위원회와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8일 자정까지 선거인단을 모집하고 있으며, 오는 12~13일 서울시의회 별관 2층 대회의실에서 투표를 진행한다. 단일화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 40%, 여론조사 40%, 배심원 투표 20%를 합산해 뽑게 된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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