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기억과 추모의 권리를 외면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각하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논평

기억과 추모의 권리를 외면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각하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1. 국가인권위원회(이하‘인권위’)는 2022. 7. 19.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등 8개 시민사회단체들과 시민 102명이 제기한 코로나19 피해자들에 대한 공적 추모와 애도에 관한 인권침해 진정(이하 ‘이 사건 진정’)을 각하했다. 인권위는 위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 제1항 제1호의 규정에 따라 인권위가 처리할 수 없는 사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우리는 인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공적 기억과 추모를 해야할 국가의 의무를 외면한 인권위의 각하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1. 인권위는두 가지 이유로 이 사건 진정을 각하했다. 첫번째로는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이 특정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이다. 인권위는 구체적으로 개별적인 피해당사자의 구체적인 피해 사실에 대한 진정제기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러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공적기억과 추모를 위한 입법, 행정적 절차가 부재한 현 상태를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 아니라고 본 인권위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진정인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피해자들이 필요한 공적 기억과 추모를 국가의 부작위로 인해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개별적인 피해당사자의 구체적인 피해 사실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로는 국가에게 추모할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이다. 인권위는 국가가 개개인의 추모할 권리를 박탈하지 않았기 떄문에 국가에게 추모의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피해자들이 보장받는 기억과 추모할 권리는 세계인권선언 제8조,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조, 헌법 제10조 및 제37조 제1항 등으로부터 도출되는 권리로서 국가가 간섭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권리 보장을 통해 실현되는 권리이다. 즉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이 있어야 기억과 추모의 권리는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으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사적 영역으로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재발 방지와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해 제도적으로 기억과 추모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할 법적 의무를 가진다. 이와 같은 국가의 의무를 간과한 인권위의 결정은 사실상 국제인권규범 및 헌법에 따른 기억과 추모의 권리의 권리성을 부인한 것과 다름없다.
  1. 한편인권위는 해외에서의 코로나19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국가가 다양한 역할을 예를 들면서 특별법의 제정, 코로나19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위원회 구성, 기념일 제정 등을 정책과제로 채택 가능한 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코로나19 피해자들의 기억과 추모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입법 및 행정은 국가의 재량적 과제가 아니라 법적 의무이다. 인권위는 형식적인 검토가 아니라 공적인 기억과 추모가 부재한 현재의 상황이 인권침해상황임을 엄중이 인식하고, 신속히 국가에게 필요한 권고를 할 필요가 있다.
  1. 코로나19는모든 사람이 맞닥뜨리고 있는 사회적 참사이다. 인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들이 진정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이러한취지에서 국제인권규범은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공적 기억과 추모를 피해자 권리의 내용으로 명시하고 있다. 결국 기억과 추모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를 인정하지 아니한 인권위의 각하결정은 코로나19 피해자들을 외면한 결정이자, 코로나19 피해자들의 인권을 다시 한번 침해하는 부당한 결정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인권위의 각하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인권위가 국가에게 하루빨리 공적 기억과 추모를 위해 필요한 권고를 제안하기를 촉구한다.

 

2022.7. 19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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