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IL과 젠더 연속포럼」후기 장애여성독립생활운동 10년, IL운동 젠더적 관점에서 말하다

기획
「IL과 젠더 연속포럼」후기 장애여성독립생활운동 10년, IL운동 젠더적 관점에서 말하다
 
 
 
활동가 조미경
 
젠더적 관점에서 장애인독립생활운동(Independent Living, 이하 ‘IL운동’)을 실현하고자 활동해 온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이하 ‘[숨]센터’)이 올해 10주년을 맞이하며 기획한 「IL과 젠더 연속 포럼」은 두 번째 시간으로 <IL운동과 젠더, IL현장에서 장애여성 리더의 경험과 고민>라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숨]센터가 지향하고 실천해온 활동들은 무엇이고, 그것이 IL운동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돌아보는 것은 단지 [숨]센터의 활동을 재점검하는 의미만이 아닐 것이다. 이는 한국사회에 IL운동이 들어온 지 20년이 되어가고 있는 현재, IL현장은 젠더 문제에 대한 민감성이 얼마나 기반 되어 있는지, 그리고 현장에서 경험되어지는 문제들과 앞으로 논의되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인지를 되짚어보는 작업이기도 할 것이다.
[숨]센터가 IL현장에서 나누고자 했던 의제들은 무엇이었고, IL현장에서 장애여성 리더들의 경험과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무엇일까.
 
 
독립, 물리적인 조건을 벗어나 이야기하기
 
[숨]센터가 주력했던 주요 의제는 먼저 ‘독립을 물리적인 조건을 벗어나 이야기하기’였다. 흔히 독립에 대한 조건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 물리적인 조건을 상정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인 자원획득과 기회의 차단으로 장애인의 물리적 기반 마련은 중요한 문제일 수 있으나 ‘독립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물리적인 기반만이 갖추어진다고 하여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보호와 통제의 프레임은 장애여성에게 더욱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장애여성의 독립을 이야기할 때 심리적/관계적 독립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제이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위치가 낮고 자원이 없는 장애애성이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 것인가는 물리적 조건만으로 설명되어질 수 없으며, 젠더적인 측면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라는 보편성의 장벽을 넘어 장애 안에 차이 드러내기
 
[숨]센터가 IL현장 안에서 경험하는 가장 큰 장벽은 ‘장애’ 안에 분명히 다양한 차이들이 존재함에도 ‘장애는 모두 경험이 같을 것’이라는 강력한 전제로 젠더의 문제를 드러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는 ‘장애여성의 문제’를 ‘장애인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견고한 성별권력이 작동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IL운동 현장에서의 당사자주의가 가지는 모순으로 인하여 더욱 강화되는 문제이기도 하였다.
소수자운동에 있어서 당사자성이 가지는 의미는 사회적 권력관계 안에서 소수자의 차별과 억압의 경험을 가치화하고 우선 시 함으로써 사회변화의 주체로써 힘을 기르고 권리를 확보할 수 있게 함에 있다. 그러나 당사자주의가 집단의 동일성만을 강조하며 모든 개인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단정하는 보편주의를 지향한다면, 각 개인들이 지닌 차이와 견해를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위험에 빠질 있다.
당사자주의는 한 개인은 여러 정체성을 가질 수 있고 그로 인한 서로간의 경험의 차이들을 드러낼 수 있어야 될 것이다. 이것이 전제되어야 장애 안의 차이와 소수자들의 경험이 존중되고 그들의 관점에서 기존 사회를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당초 IL운동이 지향하고자 했던 운동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될 것이다.
 
동료’의 재의미화, 그리고 다양한 동료지지 활동 모색하기
 
 
IL운동에 있어서 장애인이 자신의 억압과 차별의 경험을 동료와 나누고 서로간의 지지와 연대의 힘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동료지지적 활동은 IL운동을 실현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IL현장에서 이러한 동료지지적 활동은 동료상담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동료상담은 ‘장애’를 가진 당사자만이 할 수 있다는 ‘동료’에 대한 의미는 ‘재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에 [숨]센터는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장애여성의 동료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장애 안에 경험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생물학적인 ‘장애’만을 기준으로 ‘동료이다 아니다’를 판단하기 보다는 장애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고 장애로 인한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분노하며 함께 세상을 바꾸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이들이 진정한 동료이지 않는가를 지속적으로 질문하였다.
또한 동료상담가의 자격화와 그에 따른 문제점, 그리고 상담이라는 형태가 가지는 한계점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IL현장 안에서 보다 동료지지 간의 지지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실천 방안이 모색될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동료의 재의미화와 동료지지의 다양한 활동방안 모색은 IL운동을 확장시키는 의제일 것이다.
 
IL현장, 장애여성리더의 경험과 고민나누기
 
여전히 존재하는 IL운동 안에서의 성별 위계와 역할규정, 그리고 이것이 문제로 인식될 수 있고 민감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의 부족은 IL현장에서 장애여성이 리더로서 성장하기 어려운 현실을 낳는다. 그리고 현장에서 요구되어지는 ‘리더’는 이미 남성을 상정하여 어느 새 장애여성 리더들은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명예남성의 모습을 선택 아닌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생물학적으로 장애여성이면 다 장애여성 리더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남성이 절대 다수인 리더 그룹 안에서의 남성문화와 장애여성 리더의 소외와 배제의 문제, 요구되어지는 역할의 문제, 그리고 어느 위인전에도 등장하지 않는 장애여성 리더의 모습은 어떠해야 되는지 등 IL현장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장애여성 리더들은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기도 하고 또 IL현장에 던지기도 하였다.
이는 IL현장이 얼마나 젠더적 관점이 부재한가에 대한 문제를 드러내는 작업이기도 하고, 장애여성 리더들은 무엇을 지향하고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번 「IL과 젠더 포럼」은 보다 많은 장애여성들이 현장에서 활동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장애여성들이 젠더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 그리고 현장 안에서의 경험과 고민들을 나눌 논의의 장이 필요함 다시 한 번 절감하는 자리이기도 하였다.
 
 
너무나도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장애 차별에 비하여 젠더로 인한 차별의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의 삶 속에 젠더 차별은 당연 시 되어왔기 때문은 아닐까.
IL현장에서 젠더에 대한 민감성을 기르고 IL운동의 주요 쟁점 의제가 되기 위해서 아직 가야할 길이 멀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그만큼 더 의미 있고, 중요하며, 멈출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숨]센터는 앞으로도 「IL과 젠더 토론회/포럼」을 통하여 IL운동 현장에 젠더와 관련된 의제들을 던짐으로써 소통과 논의의 장을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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