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외국인 관람객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되던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코로나19 대응 매뉴얼 개정에 부쳐, 여전히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KBO의 조치에 유감을 표한다

외국인 관람객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되던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코로나19 대응 매뉴얼 개정에 부쳐, 여전히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KBO의 조치에 유감을 표한다

KBO는 더 이상 내외국인 차별이 없도록 매뉴얼을 개정하라

스포츠 관람에 있어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문화체육관광부와 각 협회의 점검을 촉구한다

지난 7월 7일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는 2021 코로나19 대응 매뉴얼 개정판(Ver 2.0)을 발표하고 이를 각 구단에 배포했다. KBO는 보도자료에서 주요 변경 사항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개편됨에 따라 거리두기 단계별 관중 수용 규모와 연석 허용, 좌석 배치 등의 규정이 새롭게 반영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KBO는 이번 매뉴얼 개정에서 그간 외국인 관람객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되던 입장 지침이 개선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2021. 3. 24. KBO는 <KBO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을 처음으로 작성하여 배포했다. 해당 매뉴얼은 내국인 관람객의 경우 입장 시 콜체크인 또는 QR체크인만을 하면 되는 반면, 외국인 관람객의 경우 전원 문진표를 작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진표에는 ‘성명, 생년월일, 국적, 출발지, 연락처, 국내 거주지 주소, 증상 유무 등’을 적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외국인도 핸드폰을 이용해 콜체크인이나 QR 체크인이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질병관리청이 배포한 <전자출입명부 안내>은 휴대폰 인증이 어려운 경우 ‘입장시각, 시군구, 전화번호’만을 수기명부에 기재하면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럼에도 외국인 관람객에게 무조건 문진표 작성을 요구하고, 방역에 필수적인 정보가 아닌 성명, 생년월일 등을 적도록 하는 것은 명백하게 인종, 출신국가 등을 이유로 한 차별 행위이다.

이에 2020. 4. 19.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는 KBO를 피진정인으로 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되고 3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KBO는 7. 7. 매뉴얼을 개정했다. 개정된 내용에 따르면 ‘외국인 관람객 편의를 위해 영문 수기명부를 비치’하고 ‘국내 상주 외국인의 경우 콜체크인이나 QR체크인으로 대체 가능’하며 ‘이 경우 내국인과 동일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KBO가 외국인에게만 차별적으로 적용하던 지침을 개정한 것은 다행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직 KBO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든다. 애초에 한/영 병기 수기명부를 비치한다면 굳이 외국인 관람객에게만 영문 수기명부를 제공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직원들이 편의를 제공할 ‘외국인 관람객’ 인지 여부를 무슨 기준으로 판단할지도 의문이다. 결국 정말로 내외국인 차별이 없게 하려면 외국인 관람객을 특정하여 별도 지침을 둘 필요가 전혀 없는 것임에도 KBO가 여전히 이를 고수하는 것은 실로 유감이다.

그렇기에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는 KBO에게 더 이상 차별적인 요소가 없도록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다시 한 번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아울러 야구만이 아닌 다른 프로스포츠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차별적인 입장 지침이 적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각 협회들이 철저한 점검을 할 것 역시 촉구한다.

바이러스는 차별하지 않지만 그 영향은 차별적으로 나타난다는 유엔 사무총장의 말처럼. 현재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일어나는 여러 차별적인 상황들은 결국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의 구조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차별의 구조를 바꾸고 누구도 인종, 출신국가, 피부색을 비롯하여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고 존엄과 평등을 보장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도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차별받는 이들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2021년 7월 14일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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