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그린라이트를 켜줘> 리뷰

케이리오 사무국 조직교육팀 활동가

 

광화문 농성장에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한 지 1000일이 지났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으며, 반영하지 않는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래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에서는 광화문 농성의 1001일이 되는 518일부터 농성 3주년이 되는 821일까지 95일간 전국 곳곳에서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집중행동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그린라이트를 켜줘투쟁을 벌이기로 하였다.

 

 

 

공감은 지난 714일에 강동, 광진, 성북, 중랑, 노들 IL센터,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등과 함께 강동구 천호사거리에서 그린라이트 투쟁에 참여하였다. 내가 공감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이러한 투쟁의 현장에 나가본 것은 326전국장애인대회, 420장애인차별철폐의날 집회에 이어 세 번째였다. 바쁜 출퇴근 시간에 도로를 점거하는 투쟁은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와 짜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 평소 때보다 좀 더 마음을 단단히 하고 임하였다.

 

아직 해가 쨍쨍한 무더운 여름의 오후 5, 공감 활동가와 회원들은 집결지인 천호사거리의 어느 건물 앞에 모였다. 하나, 둘 점점 여러 단체의 활동가들이 모이고, 사복을 입은 경찰도 우리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사복 경찰은 왜 사복을 입어도 경찰이라는 티가 날까? 사복을 어디선가 단체로 맞추어 입는 것은 아닐까?’라는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도 다소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그린라이트 구호가 적힌 조끼를 나눠 입고 피켓과 현수막을 준비하였다.

 

시작이다. 횡단보도에 그린라이트가 켜지고 길을 건너는 것처럼 일렬로 움직이다 도로 한 가운데 멈춰 섰다. 시민들의 당황한 표정이 갈까말까 멈칫멈칫 움직이는 자동차 앞머리를 통해 전해오는 것 같았다. 경적이 울린다. 우리는 서서 함께 외쳤다. 제발 잠시만이라도 우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이곳을 지나는 시민 여러분들은 갑작스런 우리의 행동으로 인해 5, 10분을 기다려야 하니 짜증도 나고 화도 나겠지만, 우리들은 장애에 무심하고 인색한 사회와 비장애인들의 편협한 인식 때문에 평생을 기다리며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 아니 예견된 죽음마저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우에 등급 매기듯 사람에게 점수를 부여하는 비인권적인 장애등급제, 국가의 역할을 방기하고 가난과 돌봄의 책임마저 가족에게 떠넘기는 부양의무제가 복지라는 이름으로 장애인들의 삶을 더 힘들게, 지치게 하고 있다고. 그리고 이것은 우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멈춰서 있는 여러분들과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얼마나 되는 시민들에게 우리의 뜻이 잘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사람을 들이받을 듯이 돌진해오는 자동차, 창문을 내리고 삿대질하고 욕을 하는 사람들, 왜 가만히 있는 우리한테 피해를 주냐고 화를 내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냥 묵묵히 기다려주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거리 횡단보도 네 곳을 세 번 돌고서 그린라이트 투쟁은 끝이 났다. 분노, 짜증, 답답함, 호기심 등 다양한 시민들의 표정과 반응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다 보니, 도로를 점거한 1시간은 꽤 길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며 웃음이 났다. 오늘의 투쟁이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이 다가왔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앞으로도 한동안 장애물과 벽에 종종 부딪힐 것이다. 온전한 일상을 살기 위해 그린라이트 투쟁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인을 위한 지원과 복지제도를 넘어서 모든 사람들의 삶과 일상에 그린라이트가 켜질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공감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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