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 더불어민주당은 혐오와 차별에 공조한 것을 사과하고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

[연명] 더불어민주당은 혐오와 차별에 공조한 것을 사과하고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

이제 당신들이 말할 차례다. 더불어민주당은 혐오와 차별에 공조한 것을 사과하고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

11 월 25 일 민주당이 주최한 차별금지법 찬반토론회는 평등을 향한 흐름에 오점을 남겼다.

오점은 계속 누적되어왔다. 14 년이 넘도록 이어온 차별금지법 제정의 요구에 민주당은 계속해서 실망만을 안겼다. 수차례 민감하다는 이유로 차별금지사유를 지우는가 하면,혐오세력의 압박으로, 입안된 차별금지법안을 철회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마저 집권 이후에는 ‘합의’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신들의 비열한 태도는 사회적 평등의 수준을 후퇴시킬 뿐이었다.

‘합의’는 당신들이 까다로운 법안을 미루기 위한 허울 좋은 명분이었다. 당신들은 이미 사회가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회피하고 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8.5%는 차별금지를 법제화하는데 찬성하며, 73.6%가 성소수자도 권리와 존엄에 있어 동등한 존재라고 답했다. 올해 11 월 25-26 일 한겨레신문이 대선 D-100 의 일환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는 71.2%의 성인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했다. 당신들이 신중한척 미루는 동안 공고해진 차별의 구조 속에서 시민들의 변화를 향한 갈망은 더더욱 강해졌다. 굳이 반복해서 말하지만, 애당초 합의는 이뤄졌다. 아니, 이것은 합의가 아니라 필요의 문제였고, 이제는 필수가 되었다.

자, 그러면 우리는 다시 물어볼 수 있다. ‘합의’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무슨 노력을 했는가. 누구를 만났고, 어떻게 설득해왔나. 오히려 당신들은 조금씩 발을 빼는 실망스런 모습만 보여오지 않았나. 시민사회와는 접점을 갖지 않으면서도 반대세력 앞에서는 차별금지법은 금방 제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안심시키기에 급급하지 않았나. 제정을 위해 힘이 필요하다고 말하던 당신들은 시종일관 시민사회에 양보를 요구하며 기다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집권 이후 당신들은 논의를 미루는 것에만 급급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차별금지법의 ‘필요’를 말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 43 초 만에 차별금지법 논의를 21 대 국회 임기가 만료하는 2024 년 5 월로 미뤄버리는데 동의하지 않았나. 당신들의 기만이 언제까지 유효할 것이라 생각할 것인가.

기어이 당신들은 11 월 25 일, 차별금지법 찬반토론회를 열었다. 그것이 14 년이 지나도록 질질 끌어온 합의의 성과인가. 우리가 인권과 평등을 이야기할 때 당신들은 합의의 대상으로 비과학적이며 근거없이 차별금지를 반대하는,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선동해온 이들을 불렀다. 그것이 당신들이 수년간 밀어온 노력 없는 합의의 실체였다. 아니나 다를까 반대자들은 하나같이 잘못된 통계와 정보를 가져와 동성애를 집중 타격했다. 법안의 구체적인 쟁점과 내용은 도외시한채 성소수자에 대한 찬반을, 누군가의 존재가 합법인지를 묻는 어처구니 없는 말들이 오고갔다. 당신들의 빛 좋은 합의는 정작 성소수자를 모욕하는 도구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보수기독교인사들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차별금지법이 쉽게 제정되지 않으리라 설득했던 호소의 부끄러운 맨살을 보라. 당신들이 긁어 부스럼처럼 만들어낸 합의는 시작부터 잘못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토론회에 나왔다. 이 토론이 시작부터 잘못된 것임을 알려야 했고, 지금 찬반 토론회를 굳이 진행한 당신들의 착각과 무지를 만천하에 알려야 했다. 누가 봐도 제 무덤을 판 찬반토론회에 굳이 의의를 찾는다면 당신들이 그토록 입에 달아왔던 합의의 실체를 확인한 것일 테다. 혐오는 결코 합의의 대상이 아니며, 허울좋은 합의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떤 해악을 가져오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토론회를 통해, 찬반대결이 얼마나 평등을 거스르는지 상식이 있는 정당이라면 자각할 수 있을 것이다.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한 찬반논쟁이 합의의 명분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있어서는 안되는, 있을 수 없는 것임을 통감했기를 바란다.

합의의 실체가 벗겨진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입장 표명을 피할 수 없다.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찬반을 나누고 조율을 운운해온 당신들에게 판단을 미룰 수 있는 도주로는 더 이상 없다. 시민들은 혐오의 허접한 논리를, 공존보다 특정 집단의 절멸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폭력을 확인했다. 합의를 운운하며 이들을 공론장에 올려놓은 과실의 책임을 피하지 말라. 유예하고 나중으로 미뤄온 태도는 결국 사회를 살아가는 성소수자를 모욕한 것이고, 알량한 권한으로 사회적 소수자들을 볼모삼은 것과 다름없다. 합의를 말할 명분도 없고, 더 이상 미룰 이유도 없다. 이후에도 민주당이 차별금지법에 있어 합의를 말하게 된다면 그것은 안면몰수의 뻔뻔함이요 기만일 뿐이다.

하나. 더불어민주당은 합의를 운운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공론장에 내세운 것에 책임을 지고 사과하라.
하나. 더불어민주당은 성소수자의 존재가 찬반의 대상이 아님을, 토론할 의제도 아니라는 점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라.
하나.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의 유예없이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명시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우리는 언제라도 문을 두드려왔고, 두드림은 더없이 강렬해질 것이다. 평등과 인권을 위한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의 취약한 삶들을 볼모 삼고 모욕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더 이상 퇴로를 열지 말라.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민들의 분노는 집권여당을 향한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이 답하라.

12 월 4 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135 개 연대단체, 1,139 명의 개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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