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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을 가다듬는 한 해

 

작성: 진경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장애여성공감 2018년 활동가 종무식의 공통 키워드는 ‘너무 바쁜 한 해’ 였다. 바쁘지 않은 해가 없었지만, 2018년은 한 해가 꽉 차고 넘쳐서 대부분 2년을 보낸 것 처럼 체감했다. 보통 연초는  전년도의 마감 시즌 직후에 찾아오는 잠깐의 휴지기로 보내기 마련이지만, 2018년은 그마저도 없었다. 연초부터 ‘20주년’ 모드에 돌입했고 기념식 행사를 마무리한 후에도 쉴 틈 없이 빡빡한 시간이 이어졌다. 물론 그 시간은 물리적으로도 고되고 힘들었지만,

장애여성공감이 운동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위치를 되묻고, 공감과 함께하고 있는 동료들을 다시 확인하는 진중한 성찰을 동반했다.

 

평가회의와 연말 활동가 워크샵을 거쳐서 2019년의 운영 기조는 ‘7:3’으로, 집중해야 할 활동 키워드는 ‘자기결정권’으로 정했다. 계획을 세울 때 100%를 빡빡하게 채우지 않고, 30%의 여유와 여지를 두고 활동을 해보자는 것이다. 15주년 즈음 고민했던 장애여성운동의 방향에 대한 딜레마를 헤쳐 나가면서 장애여성공감의 활동은 지난 4,5년 동안 상당한 가속도가 붙었다. 신임 활동가 그룹이 두터웠던 시기를 지나고, 활동가들이 연차가 쌓이고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가능했던 상황이다. 교육 신청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답변을 해야 할 외부의 문의와 요청이 계속 이어졌다. 장애여성공감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활동의 내용을 확장시킬 수 있는 다른 그룹 및 개인들에게 다양한 제안을 하기도 했고, 외부로부터 반가운 제안을 적지 않게 받기도 했다. 규모에서 크게 변동이 없었던  후원회원도 지난 몇 년간 많이 늘었다.

 

외부 활동이 확장된 만큼 내부적으로 논의할 일정을 잡는 것이 제일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법인 사무국, 성폭력상담소, 숨센터 멤버들이 함께하는 통합 프로젝트팀의 경우에는 ‘다음 회의 시간을 잡는 데 회의를 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각자가 가진 달력의 빈틈을 어떻게든 찾아서 겨우 맞춰야만 같이 만나서 얘기할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나치게 벅찬 한 해를 보내고 공감은 호흡을 조절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올해 이미 잡혀있는 일정들과 기획하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를 고려하면 ‘7:3’ 원칙이 과연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긴 하지만, 무언가를 결정하고 판단할 때 이 원칙을 주문처럼 떠올려봐야겠다. 20주년을 보낸 후에 거창한 전환기를 맞이하는 것 보다 올해는 숨을 고르면서 잘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연대/상담/교육/조직 등의 키워드로 전체 활동가들이 모여서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몇 년동안 쌓여있는 현장의 이슈와 경험들을 잘 엮어내는 것이 묵혀있는 과제다. 새로운 호흡으로 2019년을 만들어가보면 좋겠다, 싶은데 벌써 1분기가 지났다. 그래도 일단, 숨을 쉬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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