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공감 배복주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와 관련한 장애여성공감의 입장

 

3월 9일 발표한 <장애여성공감 배복주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와 관련한 장애여성공감의 입장>의 첫 단락에서 “개혁신당에 입당했습니다” 란 표현이 사실관계와 다르단 의견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배복주님은 2월 9일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원칙과상식, 새로운선택이 제3지대를 만들겠다는 통합 선언 이후 2월 10일 새로운미래에 입당하였습니다. 장애여성공감의 입장문은 2월 9일 개혁신당으로의 통합 선언 이후 행보와 관련한 의견이기에 새로운미래 입당이 개혁신당 입당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하여 해당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해당 문장은 입당에 대한 장애여성공감의 관점과 해석을 담은 맥락적인 표현입니다. 다만 입장문 전체가 담고자 하는 기조가 아닌 사실관계 여부 논쟁으로 집중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해당 문장을 아래와 같이 정정합니다.

수정 전: 최근에 탈당하고 개혁신당에 입당했습니다.
수정 후: 최근에 탈당하고 제3지대를 선언하며 개혁신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새로운미래에 입당하였습니다.

수정된 내용이 반영된 입장문 전문은 변경된 이미지, 텍스트 파일로 전체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 입장문은 개인을 비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닙니다. 오랜 기간 장애여성 정치참여의 딜레마를 고민해 온 장애여성공감의 맥락을 고려하여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장애여성공감 배복주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와 관련한 장애여성공감의 입장

인권운동 동료들과 장애여성공감을 지지하시는 모든 분께 무거운 마음으로 이 글을 발표합니다.

올해 초부터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의 이합집산이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개혁신당(이준석·양향자), 새로운미래(이낙연), 원칙과상식(조응천·이원욱), 새로운선택(금태섭)이 통합을 선언하면서 거대양당이 아닌 제3지대를 만들겠다는 움직임이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정치정세가 장애여성공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 적은 없습니다. 제도권의 정치가 배제해온 소수자의 삶을 정치로 만들기 위해서 ‘성문 밖의 저항’을 자처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애여성공감의 창립멤버이자 전 대표인 배복주님이 2020년 정의당에 입당한 이후 비례후보, 부대표, 보궐선거 후보 등으로 활동하다가 최근에 탈당하고 제3지대를 선언하며 개혁신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새로운미래에 입당하였습니다. 사회운동 출신의 인사가 보수정당에 입당한 상황, 그 보수정당의 대표가 사회운동을 걸림돌로 지목하는 상황 모두가 당혹스럽고 참담한 현실입니다.

그동안 선거 국면에서 ‘민주, 개혁’의 이름으로 보수정권 심판, 비례위성정당 참여 방식으로 사회운동 출신의 활동가들이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은 낯설지 않습니다. 2월 7일 시민사회 단체들이 참여하는 ‘정치개혁과 연합정치실현을 위한 시민회의(연합정치시민회의)’가 ‘민주, 개혁, 진보 선거대연합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시민사회의 제안’을 발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정치 명분들은 불평등, 기후위기, 신자유주의, 차별과 혐오의 심화 등 다양한 시민의 삶과 연결되지 않기에 인권운동 현장은 비판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장애여성공감 역시 사회운동이 비례위성정당이라는 형태로 결탁하는 방식을 비판하며 이 성명에 함께했습니다. 정치가 자본의 권력을 더욱 강화하며 권리를 시장에 내맡겨온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지 않은 채 22대 총선을 위한 이익집단으로 전락한 것을 비판합니다. 보수 양당 구도의 폐해라는 명분으로 통합을 내세우며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움직임 속에서 우리는 통합이라는 단어에 숨겨진 욕망과 권력의 의미를 상기하며 사회운동과 정치의 관계를 고민했습니다. 이는 장애여성공감의 오래된 고민이자 현재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개혁신당은 연합 11일 만인 2월 20일 내분이 일어나 주요 정치인들이 결별함으로써 현재 국면은 또 달라졌지만, 장애여성공감 전 대표의 행보와 관련한 장애여성공감의 고민과 입장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배복주님이 몸담았던 조직의 가장 가깝게 활동했던 동료들이 입장문을 내는 것을 우려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장애여성 운동의 관점으로 고민하고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함께했던 동료를 존중하는 것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현재의 지형 전반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장애여성공감다운 운동을 계속해나가기 위해 이 입장문을 발표합니다. 부족하지만 우리의 고민과 의견을 밝힘으로써 정치와의 관계맺기, 장애여성 정치세력화의 의미, 체제전환을 위해 지금 필요한 연대와 장애여성 운동의 정치라는 과제를 외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2020년 배복주님은 정의당 정치영입을 수락하여 장애여성공감 대표를 사임했습니다. 장애여성공감은 인권운동 활동가, 특히 현직의 대표가 정당의 제안으로 급작스럽게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의 문제, 진보적 장애인 운동에서 젠더 억압에 대한 이슈는 계속 주변화되고, 장애여성 단체에게 일임하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채 선거 시기가 오면 장애여성 활동가가 대표성을 띠며 추천되는 정치참여가 반복되는 문제, 비례대표의 의미와 장애여성 정치세력화 등을 내부적으로 토론했습니다. 이 고민들은 2008년 박김영희 전 대표의 진보신당 비례대표 공천을 통한 정치참여 시기부터 이어져왔습니다. 그러나 2020년 배복주님의 정치활동을 지지하는 운동/사회적 상황을 살피며 조직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필요한 시기 장애여성운동과 정치참여에 대한 입장을 드러내지 못했던 과거의 시간을 뼈아프게 성찰하고 반성합니다.

2020년 2월 정의당 비례대표 출마와 동시에 대표직 및 상근활동가직을 사임한 이후 장애여성공감 활동과 배복주님은 각기 독자적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장애여성공감은 개인의 역량과 능력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차이를 가진 몸들이 공동작업으로 운동의 입장과 방향을 만드는 조직이며, 현장에서 관계 맺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통한 실천으로 의제를 토론하고 현장과 동료들을 조직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따라서 운동의 오랜 동료이자 선배였던 배복주님의 활동은 장애여성 운동 역사의 중요한 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배복주님의 정치적인 행보는 장애여성 운동과 무관하며 장애여성공감의 운동 방식과도 배치됩니다.

인권운동과 시민들을 조직화, 세력화하지 못한 채 다양성을 만드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많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사회운동, 시민사회계에서 활동하던 동료가 정당에 합류하기로 했을 때 어떻게 판단하고 이후 관계를 형성해야 할지, 정당정치 입문의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 정치세력화의 의미와 경로가 어떠해야 하는지 더 많이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사회운동의 역할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사회의 변화는 권력을 가진 개인의 몫이 아니기에 시민 모두와 운동사회 공동의 책임과 힘으로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장애여성공감은 20주년에 발표한 선언 ‘시대와 불화하는 불구의 정치’를 잊지 않고 장애여성 운동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계속 고민하고 질문하며 길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장애여성 운동은 시설화에 저항하기 위해 장애여성의 경험이 성장과 개발이 보편인 자본주의 체제에 저항할 수 있는, 억압과 차별이 교차하는 감각이고 현장임을 사회에 이야기해왔습니다. 실용과 실리, 협의가 아닌 느리고, 꼬이고, 침 흘리고, 뒤틀린, 우리의 몸으로, 속도로, 불구의 존재들과 시대와 불화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정당 내부가 아닌 현장에서 계속 치열하게 실천하며 상호돌봄의 관계를 조직할 것입니다. 실질적인 변화를 개인이 아닌 모두가 모인 공동/연대의 힘으로 협력의 정치를 만들어가기 위해 인권운동의 동료들과 배우며 나아가겠습니다.

2024.3.13

장애여성공감

입장/연명

댓글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