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IL운동, 동료지지의 가치 실현을 위한 시도들 – [숨]센터 활동을 중심으로 –

장애인IL운동, 동료지지의 가치 실현을 위한 시도들 – [숨]센터 활동을 중심으로 –
 
조미경: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 소장
 
장애인IL운동 안에서 동료지지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 그리고 동료지지의 가치 실현을 위해 현장에서 무엇이 고민되고 실천되어야 하는 것일까? 장애인IL운동 실천현장인 장애인IL센터에서 가장 대표적인 동료지지적 활동은 ‘장애인 동료상담’이라 할 수 있다. 장애인동료상담은 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이 장애로 인하여 경험하는 문제들을 공감하고 지지함으로써 서로의 힘을 키워나가는 활동이다.
 
 
 
그러나 장애인IL운동이 한국에 들어온 지 약 15년이 넘어가고 있는 현재, 장애인 동료상담의 내용과 실천 방식 등에 대하여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현장에서의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이에 이번 기획 글은 동료상담에 관한 [숨]센터의 활동을 중심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동료상담을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가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장애인동료상담 현주소 점검하기
– ‘동료’는 누구인가, ‘동료상담가’ 자격화 무엇이 문제인가
 
‘동료상담’이라 명명 짓지는 않았지만 장애여성운동에 있어서 동료지지는 가장 기본이고 중요한 활동으로 일상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실천되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IL운동에서의 동료상담은 큰 맥락에서 같은 의미를 가지지만 실천 현장에서는 다른 의제를 가지게 하기도 한다.
 
[숨]센터는 기존의 장애인동료상담이 젠더적 관점이 부재한 점과 획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들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왔다. 그리고 이는 장애인IL센터가 제도화 되어가는 과정 안에서 더욱 고착화되거나 문제시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었다.
이에 장애인IL운동 안에서 동료상담의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하고 이에 따른 실천방식 모색을 위한 논의와 실천이 보다 활발히 진행되기를 바라며 2013년에 이어 올해까지 이와 관련된 활동들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2013년에 진행한 「동료상담 현장활동가 간담회」는 동료상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과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동료상담의 현황과 주요 쟁점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선되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간담회를 통하여 장애인 동료상담만이 아니라 유사한 목적과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소수자상담이나 여성주의상담의 내용과 실천 과정 안에서의 고민들을 공유함으로써 동료상담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를 재점검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동료상담 리더들을 중심으로 「동료상담 현장활동가 워크샵」을 진행하여 간담회 시 논의 되었던 주요 쟁점을 토론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하였다.
 
 
「동료상담 현장활동가 간담회 및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나온 가장 큰 주요 쟁점은 ‘동료상담에서 말하는 ‘동료’는 누구인가‘와 ’동료상담가의 자격화 무엇이 문제인가‘였다. 장애인IL운동 진영에서의 동료상담은 동료는 오로지 ’장애를 가진 당사자‘만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규정은 장애여성에게 진정한 ’동료‘는 누구인가를 되묻게 한다. 비장애중심의 사회구조 안에서 ’장애‘로 인한 경험의 차이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성별화되고 그에 따른 권력과 위치가 다른 한국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의 경험은 동일하지 않음에도, ‘장애를 가진 이들은 모두가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라는 전제는 장애여성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장애’란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시대와 환경에 따라 그 범주는 유동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규정된 생물학적인 ‘장애’만을 기준으로 ‘동료이다, 아니다’를 판가름하기 보다는, 장애로 인하여 경험되어지는 문제들에 대해 감수성을 가지고 함께 공감하고 분노하며 세상을 바꾸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이가 동료상담에서 원하는 ‘동료’에 더욱 가깝지 않을까.
 
또한 제도화로 향한 물결은 장애인IL센터가 ‘기존의 사회복지서비스 기관과는 다르다’라는 ‘차별성’을 요구받게 하며, 이에 ‘장애인 당사자성’을 기반으로 하는 ‘동료상담’은 차별적인 활동이 된다. 하지만 제도화를 통한 예산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동료상담가의 자격’ 증명을 요구받게 되고, 이로 인한 동료상담가의 자격화는 장애인이면 ‘누구나 다’ 동료가 될 수 있다는 동료상담의 중요한 가치인 ‘동료간의 평등한 관계 맺기’의 실현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동료상담의 기본 취지를 되새겨볼 때 동료끼리 자격은 중요하지 않다. 동료상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동료상담가는 동료의 문제를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자세와 태도를 가진 ‘동료’이지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격화로 인하여 발생될 수 있는 위계와 배제의 문제들을 경계하고, 동료상담의 가치와 지향이 현장에서 실천 될 수 있도록 자격 기준에 대한 민감한 대응과 논의가 필요하다.
 
 
동료상담의 새로운 방향 모색하기
– 다양한 동료 지지 위한 실천들
 
일본에서 들어온 한국의 장애인 동료상담은 거의 모든 IL센터가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음에도 그 진행내용과 방식이 초기와 거의 변함없이 획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하여 IL센터 현장에서도 자체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있어왔다. 동료상담의 취지와 목적은 동일하다 하더라도 실현하는 방식과 내용은 지역과 환경, 그리고 시대와 대상에 따라서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기존의 성인 지체/뇌병변장애인이 중심이었던 대상을 달리하여 지적장애인동료상담, 청소년동료상담 등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숨]센터에서는 기존의 2박 3일 ‘장애’라는 키워드를 중점으로 진행되는 동료상담의 형식을 벗어나 보다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실천되기를 바라며, 2014년에는 「장애여성 동료지지프로그램」을 진행했다.「장애여성 동료지지프로그램」은 ‘연애’와 ‘가족’이라는 각각의 주제를 중심으로 두 그룹을 형성하여 성별이분법적이고 성역할이 분명한 한국 사회 안에서 장애여성이기에 경험하는 문제들은 무엇인지 공감과 지지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장애 안에 다양한 정체성들이 존재하기에 각자의 정체성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하여 집중하고 이를 동료들과 나눌 수 있는 공간과 동료가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이에 [숨]센터는 다양한 정체성과 주제에 따른 동료지지적 그룹이 형성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유사한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경험한 동료들이 평등한 관계 안에서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과 지지를 나눔으로써 사회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문제를 바라보고 주체성의 힘을 키울 수 있는 동료지지적 활동이 다양한 형태로 실천되어지기를 바란다. 이에「동료지지 프로그램」은 이러한 동료지지적 활동의 실천 방안 중에 하나일 것이다.
 
같은 해 이러한 [숨]센터의 고민과 활동들을 외부와 교류하고 공론화하고자, IL운동에서의 동료지지적 활동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보고 이를 기반으로 현장 안에서 보다 다양한 실천방안 모색을 위한 국/내외 사례를 담은 「동료지지 프로그램 가이드북」발행하여 발표회를 개최했다.
 
장애인IL운동에서 동료지지 의미 실현하기
– 동료지지의 주체로서 성장하고 연대하기
 
장애인IL운동의 핵심가치는 현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주류의 관점이 아닌 비주류인 사회적 소수자의 관점에서 기존의 사회구조를 비판하고 재구성하고자 함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운동적 지향은 다양한 소수자들의 경험과 언어를 중시함으로써 각자 자신의 관점에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게 하는데 의미를 가진다. 이에 장애인 개개인이 자신의 억압과 차별의 경험을 동료와 나누고 서로 간에 지지와 연대의 힘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동료지지적 활동은 장애인IL운동을 실현시키는 가장 기본이고 핵심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숨]센터는 이러한 활동에 있어서 장애여성IL운동 현장 안에서 장애여성 관점에서 장애여성의 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고 동료로서 지지하고 서로 힘을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장애여성 동료지지자 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하였고, 올해 「장애여성 동료지지 리더 양성교육」를 진행하였다. 장애여성 동료지지자를 양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처음 시도한 이번 교육은 올해 보다 이들과 함께 앞으로 어떠한 활동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가 더 큰 과제이며, 이는 [숨]센터가 동료지지적 활동을 앞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라는 고민과 실천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장애 안에 다양한 정체성들이 각자 자신의 경험과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고, 또한 각각 다른 정체성들의 사회적 차별 문제가 교차하면서 연대의 힘을 키워가고, 사회변화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 바로 동료지지가 가지는 힘이 아닐까. 그래서 동료상담이라는 제한된 틀에서 벗어나 동료지지의 진정한 가치를 현장 안에서 어떻게 실현 시킬 것인가에 대하여 보다 폭넓고 다양한 논의와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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