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하라! N개의 기후정의선언대회_장애여성공감의 N개의 기후정의토크쇼 리뷰
<느린 것이 우리의 저항입니다!>
조경미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2023년 12월 16일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장애여성공감(이하 공감)도 공동주최로 함께한 <선언하라! N개의 기후정의선언대회>가 진행되었습니다. 다양한 사회운동 영역이 체제전환에 대한 공동의 전망을 그리며 투쟁을 함께 결의하는 자리였습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과 개인의 실천으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위기’가 아님을 함께 선언하였습니다. 1부 <선언대회를 열어라> 오프닝 영상-N개의 구절 낭독-N개의 기후정의 토크쇼쇼쇼!!!, 2부 <체제전환을 위한 공동의 전망을 선언하자> 그룹토론 및 공동선언문 채택 3부 <지금까지 이런 송년회는 없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오프닝무대와 디너쇼까지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한 해 동안 기후정의운동을 채워온 서로를 격려하는 송년회같은 분위기로 진행되었습니다. 공감은 춤추는허리(이하 춤허리)와 함께 선언대회에 몸을 이동하였습니다. 기후위기, 돌봄, 시설사회와 마주치며 흐릿해 보이는 장애여성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의 연결을 보다 선명히 해나가고 싶은 열망으로 기후정의선언문을 작성하고, 기후정의 토크쇼에 참여하였습니다. 이 글은 기후정의 토크쇼 중 공감의 답변을 중점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성장과 효율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는 장애인에게 극복과 재활을 강요하며 생산의 컨베이어 벨트에 몸과 속도를 끼워 맞추라고 하거나, 맞추지 못하면 비생산적이라며 시설에 감금시켰다. 시설화된 장소에서 저항하는 몸들과 함께 안전하게 나를 돌보는 삶터, 다른 생명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자본의 폭주와 권력의 횡포를 중단하는 싸움을 계속해 가고 싶다. 우리는 돌봄받는 몸이 부끄럽지 않다. 꼬인 채로 생긴 대로 이상하게 살고 싶다. 모든 인간이 살아가는 조건이 의존이라면, 이 사회는 의존할 수 있는 자원과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불구의 몸, 느림의 힘과 연대로 기후위기를 만든 체제와 권력에 저항하자! <장애여성공감 기후정의 선언문 중 >¹
[사진 1] N개의 구절 낭독 모습. 서지원 활동가가 장애여성공감의 기후정의 선언문을 읽고 있다. 조경미 활동가가 조력하고 있다.
오프닝영상과 각 사회운동단체의 기후정의선언 낭독으로 선언대회의 포문을 알린 후 <N개의 기후정의토크쇼!!!>가 시작되었습니다. 사회자로 기후정의동맹의 건수,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노동자 모임(정태모) 발전노조 태안지부장 이재백, 차별금지법제정연대/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지오, 빈곤사회연대 재임, 공감에선 N개의 기후정의학교 발제를 맡은 활동가이자 춤허리 배우인 나영이 함께했습니다. 기후정의운동의 주체인 서로가 해왔던 고민을 참석자들과 나누며 각자의 활동현장에서 다르지만, 연결되는 지점을 확인하였습니다. 다들 이러한 자리가 처음이라 떨리고 긴장된 마음을 표현했지만, 토크가 진행될 수록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기후정의운동의 관계를 말하였습니다.
[사진 2] 왼 편의 사진. 기후정의 토크쇼쇼쇼!!!을 참여하는 사람들의 모습. 왼쪽부터 기후정의동맹의 건수,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노동자 모임(정태모) 발전노조 태안지부장 이재백, 차별금지법제정연대/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지오, 빈곤사회연대 재임, 장애여성공감의 고나영
[사진 3] 오른 편의 사진. 기후정의 토크쇼쇼쇼!!!에서 장애여성공감 고나영 활동가가 말하고 있다.
패널들은 공통적으로 기후위기/기후정의운동을 처음 만난 이유로 코로나19를 꼽았습니다. 나영은 2020년 신아재활원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를 통해 시설사회의 폭력을 밝혔습니다. 국가는 보호를 명목으로 코호트격리 등 사실상 감금을 정당화하며 시설사회를 강화하였고, 돌봄인력이 부재하거나 부족해지자 한시적으로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을 허용했습니다. 국가재난의 시기 국가는 돌봄의 부담과 책임을 가족과 민간에게 지우고, 권리의 상실을 묵인하였던 현장을 마주했습니다. 기후위기를 초래하며 발생한 재난과 시설사회-돌봄의 위기의 연쇄성을 말하였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기후위기의 장소’였습니다. 나영은 ‘시설 그리고 돌봄을 주고받는 몸’을 꼽았습니다. 기후위기의 원인인 자본주의 체제는 성장과 효율을 내세우며 불구의 몸들, ‘시민’의 자격을 규정하고, 장애인, 부랑인, 아동 및 청소년, 난민 등을 시설에 수용했습니다. 노동할 수 없거나 쓸모없다고 여겨진 몸들의 권리 밖의 삶을 정당화하는 시설사회가 기후위기의 핵심 장소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전장연 지하철 투쟁같이 느린 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한 투쟁은 체제의 빠른 속도를 멈추는 힘입니다. 돌봄을 젠더화하고 시장화하는 자본과 국가권력에 맞서기 위해 서로 의존하며 돌봄을 주고받는 몸들의 경험이 중요합니다. 느린 몸들이 살아가기 위해 성장과 개발을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돌봄으로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에 주목하길 제안하였습니다.
세 번째 기후정의선언대회 준비 과정에서의 에피소드에 대해 ‘불화하는 몸’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나영의 토크쇼 준비회의 당시 기후위기에 친화하는 몸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이어진 고민이었습니다. 장애여성운동은 ‘장애여성’의 경험과 관점에 주목하지만, 그 차별만을 특권화시키는 것을 경계하며 장애, 빈곤,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 인종 등에 따라 불구화 몸들과 연결되어왔던 경험과 법과 제도에서의 억압과 지배의 메커니즘을 지목해왔습니다. 이처럼 장애여성운동의 중요한 지향인 ‘교차성의 정치’가 기후정의운동에도 필요합니다. 일레이 클레어의 책 「망명과 자긍심」에서는 “마치 환경운동가와 벌목꾼, 여성과 트랜스젠더가 대립되어 보이지만 그들이 처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면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쟁점을 파악하게 하는 정치”, 다중 쟁점 정치를 언급합니다. 공감도 기후위기를 만드는 자본주의 체제와 가부장제, 정상신체중심주의, 이성애중심주의 등이 어떻게 공모하여 위기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지 교차적인 문제의식을 더 고민해가려 합니다. 끝으로 휠체어를 타고 더 많은 기후위기 현장으로 몸을 이동해 에피소드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밝혔습니다.
토크쇼가 마무리된 후 2부 기후정의동맹이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투쟁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공동선언문의 토론과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여러 개의 조로 나뉘어 진행한 현장토론의 내용들에서 기후위기의 문제와 원인에 자본주의 체제가 구체적인 문제의식으로 지목된 부분에 대한 공감과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기후정의는 체제 전환을 통해 변화를 모색할 수 있음에 모두 공감하였습니다. 전쟁, 동물권 등 선언문에서 주요하게 다루지 못한 앞으로의 과제도 확인하며, 공동선언문이 채택되었습니다. N개의 기후정의선언대회에서 다양한 연대단체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서로의 경험과 현장 이야기를 나누며 기후문제는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으로 교차적인 관점으로 앞으로 기후정의운동과 체제전환에 대해서도 고민해나가고 싶습니다. 시설에서 또 시설 밖에서 불구의 몸들을 만나며 ‘느린 것이 저항이다’는 구호를 구체화하기 위해 올해도 느리게 빠르게 몸을 이동하려 합니다.
[사진 4] N개의 기후정의 선언대회에 참여한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들의 단체 사진.
¹ 기후정의 선언문 전문은 공감 잡지 26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침, 26호 (주제: 상호돌봄) – 장애여성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