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여성게임즈와 장애여성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이 글은 지난 1월 25일 부터 27일까지 진행된 성소수자 인권포럼 중 <“우리의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2018 퀴어여성게임즈의 기억 > 세션에서 발표된 글입니다.

 

퀴어여성게임즈와 장애여성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진경 (장애여성공감)

2018 퀴어여성게임즈의 열기를 현장에서 느끼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그동안 후기나 사진을 통해 접했던 이야기들을 발제문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장애여성공감에서는 2015년 여성성소수자궐기대회부터 퀴어여성네트워크의 활동에 연대하고 있지만, 퀴어여성게임즈를 둘러싼 고민들을 함께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솔직히 스포츠와 장애여성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해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인권으로서의 스포츠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기를 바라는 발제자의 제안에 공감하면서 몇 가지 고민만 이야기해봅니다.
이 토론이 함께 논의하는 과정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생활체육과 장애인

-. 장애인 체육은 크게 3개의 영역으로 구분될 수 있다. 직업운동(선수생활), 재활운동, 생활운동이다.<세상을여는 ‘틈’> 14호: 기획 ‘장애인의 건강과 체육’

장애인은 엘리트 체육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은 생활체육을 통해서 발굴된다고 한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유산 창출을 위한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 방안> 보도자료
하지만 생활체육을 접해볼 수 있는 학교생활에서부터 장애인들은 배제의 경험을 한다. 여성들이 체육 시간에 공정한 기회와 경험을 갖지 못하는 것처럼 특히나 체육 시간에서 장애인들은 ‘통합’과는 거리가 먼 상황에 놓인다. 지체장애를 가진 학생은 물론이고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들도 근육의 사용이나 협응 능력이 취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같이 운동하고 싶지 않은 상대로 여겨진다.

-. 2018년 평창 패럴림픽은 ‘패럴림픽’임에도 기본적인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은 것부터 여러 가지 문제를 보여주었고 장애계의 분노를 샀다. 2018.3.12. 비마이너 <기자들이 본 패럴림픽 개막식…한국의 장애인식 수준이 드러났다>
어쨌든 사회적으로 장애인 체육에 대한 관심이 조성되자, 정부는 평창 패럴림픽의 영향으로 ‘장애인 체육, 모두를 위한 체육의 시작’을 비전으로 설정하여 장애인 생활체육을 활성화하려는 계획을 추진한다. 반다비 체육센터 2025년까지 150개 신규 건립, 스포츠 강좌 이용권 도입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왕 ‘모두를 위한 체육’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면, 제대로 접근하고 다양한 문제의식을 반영하면 좋겠지만 ‘평창의 유산’을 드러내기 위한 성과로 접근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 사실, 개인적으로 패럴림픽을 둘러싼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평창 패럴림픽에서 마음에 들었던 건 반다비 뿐.) 어쩌면 나에게 패럴림픽은 보고 싶지 않은 국가 이벤트에 가깝다. 선수들 개개인의 운동적인 기량과 성취에 관심을 가질 여유를 주지 않는다. ‘장애를 극복한’ 선수들에 대한 부적절한 묘사들과 ‘장애인 영웅’을 치켜세우는 호들갑은 각종 모금 방송 프로그램만큼이나 불편하다. ‘장애가 있지만 역경을 이겨내고 힘들게 훈련-메달 획득-국가에 기여’하는 모델과 들어맞는 것은 장애남성이다. 국가주의, 스포츠, 남성성에 대한 논의는 「그런 남자는 없다」 (오월의봄, 2017)에서 나영정의 글 <남성성 훼손을 땜질하는 불/가능한 영웅 : 상이용사에서 패럴림픽 영웅까지>을 참조.

-. 내가 다니는 체육관에는 왜 장애인이 없을까?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장애인이 생활체육을 즐기려고 할 때 운동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인프라인 공간 확보의 어려움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지역의 장애인 복지관의 체육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하고 있지만 체육 전용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종목이나 시설 등 많은 한계가 있다.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도 현재 전국적으로 40개 정도 운영되고 있지만, 장애인 체육시설임에도 실제로는 접근성의 문제가 적지 않으며 운영비의 자부담 증가 문제로 실제로는 비장애인 이용비율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체육 시설 이용에 있어서도 분리를 경험하고 있고, 다양한 몸과 개인적인 특성을 고려한 운동 프로그램이나 강사를 만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 (공공)체육시설의 접근성 문제, 장애인 이용거부 문제 등은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사례와 기사는 다음을 참조.
2013.12.12. 에이블뉴스 <시각장애여성 체육시설 이용 거부 ‘구제’-소송 1년여 끝 성과…조정성립으로
마무리. 강남스포츠문화센터 여성보조인 제공 등>
2014.7.10. 비마이너 <“당장 수영하러 오고 싶다. 편의시설 갖춰달라“-김포한강스포츠센터, 장애인 프로
그램 참여 거부하다 사과해. 차별 당사자, 면담에서 편의 제공과 보조인력 배치 등 요구>
2018.1.27. 뉴시스 <인권위 “자폐아동 수영장 입장 거부 부당한 차별”>

이런 사건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대응을 하고 있지만 법·제도적 측면에서의 대응과 다른 차원에서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발제자가 지적한대로 체육관 대관 취소 사건에서 드러난 지역 주민들의 혐오와 거부반응은 낯선 것이 아니다. 지역 내의 특수학교나 장애인 체험홈에 대한 거부, 더 나아가 한 건물 안에 장애인이 입주하는 것을 거부하는 태도는 어떤 공간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특정한 소수로만 한정하고 있는 것이다.

2. 퀴어여성게임즈와 장애여성

-. 장애여성들이 퀴어여성게임즈와 같은 체육대회를 어떻게 함께 즐길 수 있을까? 크게 선수로 참여하는 것, 관객으로 참여하는 것 두 가지 면을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선수로서 참여하기 위한 기반은 장애유형별의 차이가 크다. 올림픽과 비슷한 형태의 국제 대회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고 하는데,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지체/시각장애인이 참여하는 패럴림픽이 있고, 발달장애인이 참여하는 스페셜올림픽, 청각장애인이 참여하는 데플림픽이 있다.  출발용 화약총, 호루라기, 마이크 등을 사용할 수 없음. 깃발이나 빛을 쏘는 방식으로 출발신호를 보냄
국내대회에서 전 장애 유형이 참가하는 대표적인 대회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있으며 종목별로 참여할 수 있는 장애유형이 구분되어 있다.

-. (지체)장애여성의 경우에는 아예 다른 스포츠 종목이 마련되어야 가능할 것 같다. 주변에서 생활체육으로 많이 참여하고 있는 보치아 (표적구와 공을 던져 표적구에 가까운 공의 점수를 합하여 승패를 겨루는 경기,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과 운동성 장애인만이 참가할 수 있는 종목)의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장애여성들이 중심이 된 보치아팀이 있다면, 초청경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만나보지는 못했다) 퀴어여성게임즈의 기존 종목 중에 배드민턴의 경우 장애인 생활체육에서도 대중적인 종목인데, 좌식, 스탠딩, 휠체어 종목으로 나눠진다고 한다. 그 중에서 좌식 배드민턴 같은 경우 장애여부와 상관없이 함께 경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적용되는 규정이 종목 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공감의 발달장애여성 회원들이 계주로 참여하는 것도 상상은 해보지만, 우리에겐 기본 체력을 키우는 장기간의 시간이 사전에 필요할 것 같다.

-. 관객으로 참여하는 경우에 기본적으로 체육관 시설의 접근성 확보가 필요하겠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비롯해서 다양한 사람들이 체육관의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종목을 이해하는 과정도 중요할 것 같다. 관객 프로그램으로 참여할 수 있는 뉴스포츠 종목들도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
나는 다양한 운동을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운동을 관람하는 것/시청하는 것을 좋아했다. 힘, 스피드, 테크닉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움직임을 볼 때의 희열이 있다. 장애인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이 불편한 것처럼 장애인 스포츠를 ‘기예’나 ‘서커스’에 가까운 것으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질 때 마다 나는 장애인 스포츠를 외면해왔다. 내가 언제쯤 그 안에서 고유의 힘과 스피드, 다양한 테크닉을 발견하고 즐길 수 있게 될까? 스포츠는 어느 영역보다 성별이분법이 공고한 것 같지만, 그만큼 성별이분법이나 젠더 규범을 해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분야이고, 이에 대한 고민들이 발제문과 다른 토론문에도 잘 담겨 있다. 다른 한편으로 스포츠는 몸의 정상성, 신체 규범과 기능 중심의 접근이 공고한 영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포츠를 기반으로 다양한 몸과 움직임들이 더 많이 논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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