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문제, 우리가 바꾸는 내일
강간죄 개정을 위한 릴레이 리포트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안녕하세요.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입니다. 강간죄개정연대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성폭력의 판단기준을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여부’로 바꾸는 운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법 개정과 사회인식변화를 위한 활동 중 하나로 올해 5월 11일부터 매주 목요일 강간죄 개정의 필요성을 담은 릴레이 리포트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총 5회가 발행되었고 이번 한주는 지난 리포트를 갈무리하며, 잠시 쉬어갑니다. 다음주에는 릴레이 리포트 6탄에 앞서 피해 생존자들의 수기가 발행될 예정입니다.
*대중설문조사도 잊지 않고 참여하기! -> ▶️ 설문 링크 : bit.ly/rape_law_survey
①심신상실, 항거불능을 증명하라고?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의 통계에 따르면, 피해자가 잠이 들었거나 술 또는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피해가 발생한 준강간 사건의 경우, 유죄가 선고된 것은 14%에 불과했다. 가해자들은 ‘만취 이전에 동의를 받았다’, ‘(만취한 줄) 몰랐다’, ‘이미 스킨쉽이 있었다.’ 등 고의성을 부인하고, 수사사법기관 역시 가해자의 진술에 근거한 판단을 내린다. 만약 강간을 ‘동의여부’로 판단한다면 동의를 할 수 없었던 피해자의 상태, 즉 잠이 들었거나 술 또는 약물에 취한 것이 곧 범죄 성립 요건이 된다.
-천주교성폭력상담소
② 업무상 위력 조항이 있으니 개정은 필요없다?
미투운동 전후 우월적 지위에 의한 성폭력 사건 일부는 강간, 추행죄와는 다른 법조항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으로 고발되었다. 판례 상 위력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 ‘폭행・협박’을 통한 강간(형법 제297조)보다 범죄 성립 기준이 낮다. 하지만 실제로 업무상위력에의한간음죄 고소・고발 사건은 강간죄로 고소・고발된 사건의 0.45%에 불과하다. 또한 2018년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1심 판결처럼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였어야 강간 피해자일 수 있다는 관점이 업무상 위력 간음죄에도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③ 성매매 구조, ‘동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성매매 여성들이 ‘성폭력’으로 인지하는 경험은 1)폭행・협박이 동반된 성행위 2)‘동의’하지 않은 성적 행위 3)약속된 ‘돈’을 지불받지 못한 성행위 등이다. 하지만 수사기관을 포함하여 우리 사회에서 이는 ‘성매매’로만 이해된다. 설령 신고를 하더라도 피해가 인정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심지어 피해자가 ‘무고죄’로 처벌받기도 한다. 성매매여성에게 ‘동의’란 무엇이고, 강간은 무엇으로 정의될 수 있을까? 성매매여성은 성매매과정에서 무엇에 동의하고, 무엇에 동의하지 않았는가? 더 나아가 성매매 구조 안에서 무엇에 동의 ‘할’수 있고, 무엇에 동의 ‘할’ 수 없는가? 분명한 것은 성매매 여성에게는 ‘동의’를 말할 기회조차 없없다는 것이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④동의 없이 성적 접촉을 해도 괜찮다는 생각
202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설문에서 ‘연인과 모텔에 가는 것은 암묵적으로 성관계에 동의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설문에 참여한 남성의 80%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청소년 피해자가 자신의 침해된 권리를 구제받고자 도움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것은 황당한 질문들이었다. ‘그런 행동이 싫은데 왜 계속 사귀었니?’, ‘그런 애를 왜 만났니?’, ‘그렇게 했는데 가만히 있었니?’ 피해자는 주변 어른들과 수사기관에 자신의 당한 피해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에 지쳤다. 가해자는 처벌되지 않았고, 피해자는 가해자가 보복하지 않기를 바라며 조용히 살 수 밖에 없다. 성별, 연령대 등 다양한 환경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동의가 가능한 환경이 어떠해야 하는지, 강간죄 개정 논의는 확장되어야 한다.
-탁틴내일
⑤ 장애 ‘정도’로 피해자의 ‘자격’을 판단하는 법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비동의 강간죄 개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서 ‘아동, 장애인 등은 특별법이 있고, 실질적으로 동의를 요하지 않는 규정들이 특별법상 굉장히 많기 때문에 불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과연 그럴까? 수사재판 과정에서 장애여성은 장애로 인해 얼마나 무력하고 무능한 존재인지 입증되어야만 피해자로서의 ‘자격’을 부여 받는다.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장애를 몰랐다고 주장하며 고의성을 부인한다. 수사사법기관도 장애여성의 일상생활능력을 근거로 가해자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다. 또한 가해자가 친근감을 표시하며 접근하는 행위를 피해자에게 ‘오인・착각’을 일으키는 행위인 ‘위계’로 판단하지 않는다. 강간죄개정운동이 구성요건을 ‘동의’로 바꾸고자 하는 것은 동의를 요하지 않는, 부동의 의사가 무시되기 쉬운 존재들이 무력한 피해자로만 호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장애여성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