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센터 장애여성 자조모임 활동의 의미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박수현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서명을 하고 있습니다. 서명에 동참해 주세요~ ”
지난 2015년 11월 5일,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폐지를 촉구하는 광화문역 농성장지킴이로 당번 때마다 공감 활동가들만 농성장을 지키던 다른 날과는 달리 이날은 [숨]센터의 장애여성 자조모임 회원과 함께 하였습니다. [숨]센터 자조모임은 장애여성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의견 교류와 장애여성의 정체성 인식 및 네트워크를 형성해가면서 장애여성으로써 겪는 어려움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비롯됨을 인식하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차별과 억압을 받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주체로 성장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날 [숨]센터의 장애여성 자조모임에서 광화문 농성장 지킴이로 함께한 것도 그런 의미의 활동 중 하나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2014년 6월에 자조모임이 만들어진 이후로 지금까지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문화체험과 주제토론 등을 매개로 하여 장애여성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현재 약 8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데 그동안 뮤지컬・영화・연극 관람과 지역사회 내 문화체험 시설(유람선, 남산N타워, 아쿠아리움 등)을 체험하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여느 자조모임과 같을 수 있는데요 [숨]센터의 장애여성 자조모임은 단순 체험으로 끝맺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글로써 또는 주제토론을 통해 각자 자기 언어로 서로 공유한다는 것이 조금 특별한 점입니다.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하고 공감하기도 하고 때론 누군가에게 말하기 힘들었던 나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며 지지를 받기도 하는 것이죠. 사실 장애여성들은 성별에 따른 불평등한 사회 인식과 비 장애 남성중심의 사회구조로 낮은 위치성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로인해 자신의 생각과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자신의 경험을 언어와 글로 정리, 전달하는 활동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숨]센터 장애여성 자조모임의 담당자로써 고민하던 부분 중 하나도 바로 이러한 점이었습니다. 모임 초반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하거나 글로 써서 다른 사람에게 읽히는 것에 대해 매우 부끄러워하고 주저하며, 누군가 먼저 물꼬를 트기 전에는 토론을 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또 차별과 억압의 경험이 일상적일 수 있지만 그것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였거나 개인의 어려움으로 치부해 버려 오래 묵혀두었던 자신의 생각을 모임에서 처음 본 누군가에게 이야기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이유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회원 한명 한명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나만의 경험이 아닌 너와 나 우리의 공통적인 경험으로 이야기되고, 사회구조적인 문제로써 인식하며, 나아가 자신과 유사한 경험을 가진 장애여성들 서로를 지지하고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힘을 키워나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물론 현재는, 회원들에게 그런 주저함과 부끄럼이 아예 없어졌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조금씩 회원들은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령 뮤지컬 관람을 다녀온 이후 공연장의 편의시설을 살피고 불편한 점이나 좋았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나누고 앞으로는 해당 기관에 편의시설에 대해 회원들이 느꼈던 불편한 사항들을 공적인 문서로 전달하는 등의 권인옹호 활동도 하고자 합니다. 처음부터 정리된 글로 쓰기 어렵다면 회원들이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자조모임 담당자가 의견을 취합하고 이를 공적인 문서로 정리하여 건의하는 작업 등이 필요하겠지요. 이런 노력들이 당장의 변화는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회원들 목소리 하나 둘 모여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가 점차적으로 바뀌어 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자조모임을 진행하며, 회원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의 활동을 의미 있게 가져갈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였다면 지금은 다른 특별한 것이 아닌 서로를 지지하고 사회의 변화를 위해 자신의 목소리 내기 등이 진정한 활동의 의미가 될 수 있으며, 이것은 곧 장애여성 동료지지 활동이 될 수 있고, 장애여성 자조모임이 그런 활동의 대표적인 예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작은 모임이지만 우리의 활동은 매우 의미 있기에 앞으로 [숨]센터 장애여성 자조모임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자조모임을 통해 장애여성 회원들이 앞으로 더욱 서로를 지지하고 연대할 수 있는 활동을 더 많이 실천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