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인권선언 풀뿌리토론 워크샵 후기 – 함께하는, 풀뿌리 연대

416 인권선언 풀뿌리토론 워크샵 후기
 
함께하는, 풀뿌리 연대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서연
 
 
 
2014년 4월 16일, 12시경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에 이상이 생겼지만, 전원구조 했다는 기사가 포털창에 올라왔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장애여성공감활동가들은 모여 앉아 점심식사를 했다. 그 후, 전원구조가 아니라는 속보들이 떴고, 사무실은 술렁였다. ‘배에 있는 사람들은 살 수 있는 것인지, 아까는 왜 전원구조라는 기사가 나온 것인지, 수학여행을 가던 배라서 학생들이 많다던데,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괜찮은 것인지’ 잠깐 사이에 세월호의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 후 일 년후에 활동가들은 시청광장에서 열린 4.16 집회에 참석하였다. 그리고 슬픔에 공감하지 않고, 덮어두기에 바쁜 공권력을 목격하였다.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어떻게 꺼내놓아야 할지 어려웠던 장애여성공감은 10월 14일과 28일에 <416 인권선언>을 만들기 위한 416인권연대의 <풀뿌리토론 워크샵>에 참여하였다. 활동가들과 장애여성회원들은 1년이 넘었지만, 마음 속 에 정처없이 떠다니는 세월호 이야기를, 그리고 그 후 달라진 삶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모였다.
10월 14일 인권운동사랑방의 미류활동가의 강의를 통하여 세월호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인양 및 특별조사위의 진행상황을 들어볼 수 있었다. 세월호 사건을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28일에는 친구사이의 기즈베 활동가의 이끔으로, 14일에 참여하였던 사람들이 모여 인권선언을 만들어보는 워크샵을 진행하였다. 커다란 종이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416인권선언을 하나씩 쌓아올렸다.
 
 
 
공포감, 분노, 무력감
“바다라는 공간, 그리고 딸아이를 둔 엄마로써 공포를 느꼈어요”
“사람들이 남의 일이야 하는 것에 너무 화가 났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라고”
“정부가 취하는 모습과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까 좀 무기력해진 것 같아요”
사람들의 첫마디는 공포와 분노였다. 그리고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무력감이 가장 큰 마음의 줄기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텔레비전과 언론매체를 통해 생중계로 바다에 위태위태하게 올라와 있는 배의 끄트머리를 우두커니 보고 있어야 했고, 미흡한 구조와 계속되는 책임회피로 인해 시간을 소비하는 동안, 배의 끄트머리가 물속으로 가라앉는 광경을 봐야만 했다. 무능한 정부의 계속되는 거짓말과 술수에 분노했고, 그저 지켜봐야 하는 힘듦을 고스란히 느껴야만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원인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무력감을 느꼈다.
 
“계속 사고가 일어나는 게 참 기댈 데가 없다고 믿겨지는 것 같아요.”
“지팡이를 짚고 다니다 보니까 움푹 파이는 데가 많더라구요, 그런 작은 구멍도 두려워하는데 바다에서 그런 배에 탄다는 것 자체가 너무…”
“엘리베이터나 집에서 불이 나면 나도 죽지 않을까? 그런 일이 생기면 남편에게 미리 애들부터 데리고 나가라고 말했어요. 그 사건 이후에 그런 생각 더 많이 했어요.”
그 후, 안전과 관련된 사건들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환기구 추락, 지하철 충돌, 중증장애인의 사망등 자신이 발붙이고 있는 공간조차 믿을 수 없는 불안함은 어느새 보편적인 감정이 되었다. 특히 장애여성의 경우 재난발생시 속수무책으로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는 비상대피로등으로 인하여 자신의 일상적인 안전에 대해 걱정하게 되었다.
 
 
세월호 사건 이후 1년이 된 지난 4월 20일,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은 <독립과 안전>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진행하였다. ‘세월호와 같은 재난 사건부터 장애여성의 경우 손쉽게 놓이는 일상적인 폭력의 사건’까지, 이와 같은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대응이 사회적 약자를 대상화하는 현상을 비판하기 위해 포럼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안전의 의미와, ‘누구’의 안전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안전할 권리를 다시 되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이처럼 우리에게 ‘안전하지 못함’이라는 두려움은 일상으로 침범해왔다. 어떤 시스템도 자신을 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체념은 덤으로 생겨났다. 세월호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었고, 세월호 전 후로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달라졌다. 공간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당장 내일도 장담하기 어려웠졌다. 불안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함께 슬퍼할 수 있는 사회적 애도를 막는 사회
의문투성이인 세월호를 되돌아보며 무엇이 가장 문제였는지 손꼽아 보았다. 이야기를 시작하자 참여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권에서 제대로 된 상황파악이나 구조 활동을 하지 못한 것. 전원 구조했다는 오보와 그리고 계속 지금 최선을 다해서 구조하고 있다는 거짓말과 시늉만 하는 것.”
“사람의 연령, 직업, 성별에 따라서 보상금 달랐잖아요. 사람간의 위계를 보여주는 사례였던 것 같아요.”
“(생존자에게) 너는 살았잖아 그러더라구요.”
“생존자를 군대에 보낸 건 정말 아니었던 것 같아요.”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세월호 구조활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었다. 구조를 지체하는 사이 배는 더 침몰하였고, 구조활동의 빈틈을 거짓말과 자극적인 기사들 메우기 바빴고 무엇이 우선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정확한 이유와 상황을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다). 청와대는 재난 시에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였다.
그리고 희생자에 대한 보상이라며, 금액으로 환산하여 희생자를 성별, 연령, 직업에 따라 나누었다. 그리고 교사라 하더라도 ‘기간제’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미 정부에서는 사람의 개념을 수량으로 가치평가 판단하고 있음을, 그리고 세월호 희생자와 생존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었다.
 
“경찰들이 최루액 쓰는 양이 세월호 가족한테 가장 많이 썼다고 하니까. ”
“광화문에도 세월호 추모문화제 하는데, 지역경제 죽여놨다고 하는데”
“세월호 사건이 이미 끝난 일인 양 ‘이젠 그만 좀 하지’라는 여론을 형성해서 사람들이 진실을 볼 수 없도록 하는 것. 정부의 문제적인 입장만을 그대로 전달하는 언론의 무능이…“
“함께 슬퍼할 수 있는 사회적 애도를 막은 것이 커요. 진실을 밝혀야 고통을 제대로 보고, 정리를 해나가고 다음을 살아갈 수 있는데 그것을 막아, 일상을 가로막고 영원한 고통 속에 유가족을 남겨두는 모습이”
그리고 세월호 사건을 ‘하나의 사고’로 마무리 하기위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사람들과 유가족의 슬픔을 과잉으로 판단하며 진압하려고 하였다. 세월호 집회로 거리를 행진하는 사람들에게 최루액을 쐈고, 높은 벽을 쌓아 거리를 원천봉쇄하였다.
이는 함께 슬픔에 공감하지 않고, 사건의 원인을 밝히지 않은 채 덮어버리려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세월호 사건에 대해 충분한 애도의 시간마저 가질 새 없이 기본적인 것, 진실을 밝혀달라는 너무도 당연한 것을 요구하며 시간을 버텼다.
 
“슬프고 죄책감이 오래갔어요.”
“일상을 살아가는 내 자신에 대해서 ‘이래도 되나?’라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우리는 같이 슬퍼하는 과정조차도 미개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슬픔을 인정받지 못하였다. 우리는 그러한 충분한 과정을 거치지 못했기에, 일상을 살아가는 스스로에게 죄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는 무력감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노란 포스트잇, 배 띄우는 풍선으로
2시간 넘게 진행된 워크샵을 통해 장애여성공감은 인권선언에 포함될 내용을 하나씩 포스트잇에 적어보았다. 세월호 사건을 겪고 있는 우리가 존중받는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나눠보았다.
 
시민과 아이들을 지킬 권리 / 안전할 권리
돈, 지위체계 등 모든 것에 우선하여 생명을 존중받고 안전할 권리
진실을 알기위해 질문하고, 부당한 명령, 폭력에 거부할 권리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와 의지가 자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의 권리
기록하고 기억할 권리 / 기록과 정보에 쉽게 접근할 권리
논의자리에 참여할 수 있고 일상적인 소통창구를 보장받을 권리
인권을 배울 권리
슬픔에 공감받고 공감할 권리
 
각자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를 꺼내놓고 나니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 좀 더 알 수 있었다. 워크샵의 진행 속에서 우린 함께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무력감과 죄책감을 넘어서, 우리의 슬픔이 혼자만의 감정이 아닌 모두의 슬픔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나눠볼 수 있었다.
진행해주신 기즈베님의 말처럼 우리의 권리를 적은 노란 포스트잇은 풍선이 되어 배를 들어올릴 것이다. 416 인권선언은 장애여성공감이 참여한 워크샵처럼 곳곳의 풀뿌리 토론을 모아 진행되기에 서로 다른 위치, 다른 환경 속에서 닮은 마음을 모아 공통의 권리를 엮어내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시도에 다행을 느끼며, 장애여성공감도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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