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 일하는 사람 모두가 노동자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킬 권리를 위해 국회는 노조법 2·3조 지금 당장 개정하라.

일하는 사람 모두가 노동자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킬 권리를 위해 국회는 노조법 2·3조 지금 당장 개정하라.

노동자와 ‘전쟁’을 벌이기에만 여념 없는 정부다. 빼앗긴 임금을 되찾기 위한 대우조선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공권력 투입 의지만 보이더니, 안전운임제로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에는 초유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으로 겁박하고 있다. 탄압의 이유로 법을 운운하며 불법 딱지를 붙이지만, 저들이 내세우는 법의 잣대가 우리의 존엄과 권리를 가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동3권 보장이 목적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를 제약하며 억압하는 수단으로 작동 되어 왔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노조법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한다.

지난 20년 비정규직은 급증했고 복잡한 노동형태 변화 속에 노동자임에도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 이들은 계속 늘어났다. 이들의 노동조건 개선 요구에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원청은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 책임을 면제 받아왔다. 2조 정의 조항에서 협소하게 노동자와 사용자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현실에 맞게 법을 바꾸어야 할 책임이 입법기관인 국회에 있지만, 이를 방치하고 ‘소송으로 다투면 된다’는 식으로 책임을 저버려왔다.

목숨을 건 투쟁이 끝나도 손배가압류로 노동자의 삶을 흔드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19대, 20대 국회 모두 발의되었지만 8년 동안 논의는 단 한 번뿐, 거듭 폐기되었다. 3조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조항은 노조법이 규율하는 모든 기준을 통과해 ‘불법파업’이 안 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아무런 작동도 하지 않는다. 정치권은 ‘대화가 먼저’라며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을 비난해왔다. 손쉽게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만들어버리며 헌법상 노동3권을 봉쇄하는 법의 문제는 외면해왔다.

국회가 직무유기해 온 시간은 숱한 사업장 수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소송으로 보내야 했던 기다림의 시간이었고, 투쟁 이후에도 삶을 나락으로 내모는 손배가압류 문제에서 서로를 지키기 위한 분투를 멈출 수 없던 고통의 시간이었다. 일하는 사람 모두가 노동자라는 상식조차 세우지 못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지킬 권리가 유예되는 시간을 우리는 더 이상 참고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노조법 개정 요구에 법안 논의가 채 시작되기도 전에 경영권,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기업의 목소리만을 대변하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은 ‘대통령 거부권’을 운운하고, 더불어민주당은 법 개정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의 문제와 한계에 또다시 우리의 권리가 제한되고 유보될 수 없다. 지금 이 곳에서 곡기를 끊고 먼저 노조법 개정 투쟁에 나선 이들과 함께,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세우기 위한 투쟁으로 국회에 촉구한다. 국회는 지금 당장 노조법 2·3조 개정하라.

2022년 12월 7일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하는 인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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