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허리의 명배우 이준애회원님의 “공감은 나에게 일러주었네”

춤허리의 명배우 이준애회원님의 “공감은 나에게 일러주었네”
 
 
인터뷰 기록 및 정리: 사무국 이진희
 
2007년 인턴활동가로 공감에서 반상근을 했던 이준애회원님은 “삶은 나에게 일러주었네”라는 글로 공감에서 활동하던 포부를 소식지에 쓰신 적이 있다. 공감이 준애님에게 일러준 내용 변화들이 적혀 있던 그 글을 보며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2004년 공감의 장애여성연극팀 춤추는 허리(이하 춤허리)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무대에서는 메소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 명배우로 장애여성 자조모임 이끔이, [숨]센터 인턴활동가, 장애여성 인권캠프 기획팀 등에 결합하며 많은 활약을 해온 준애님.
8년이 지난 지금 결혼과 육아를 경험하고 춤허리에 복귀한 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이준애회원님을 만나보았다.
 
 
돌아온 준애씨 반가워요~
 
공감: 안녕하세요? 준애씨 춤추는 허리 공연 워크샵 때문에 매주 월요일에 나오시고 아이들도 양육하시느라 요즘에 많이 바쁘신 것 같아요. 잘 지내고 계시죠?
준애: 회원 인터뷰 코너를 보면서 언제 내 차례도 올까 생각했어요.(웃음) 저는 공감 활동을 쉬고 애들 낳고 육아하면서 지냈어요. 제 작년에 춤허리 복귀해서 이제 3년째인데 연극도 해야 하고 집에서는 엄마 역할도 하고 바빠요. 아무래도 막내가 복지관 다니고 있는데 거기에 따라 다녀야 하니까 바쁘죠.
 
공감: 2008년 이후 결혼과 양육 등으로 오랫동안 쉬셨다가 다시 활동 시작하셨는데, 어떠세요?
준애: 쉬고 있을 때 만나는 사람도 없고, 말할 사람도 없어서 우울했어요. 그런데 공감에 다시 나와서 얘기할 사람도 있고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우울증이 없어졌어요. 집에 있으면 가끔 ‘아~ 근데 나는 왜 이러고 있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옛날에는 나만의 비전이 있었고 꿈이 있었는데 난 왜 이렇게 있어야 할까? 가끔 그런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춤허리 활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고, 그 사람 때문에 힘이 났어요. (누굴까요? 혹시 00회원님?) 네 ㅎㅎ 맞아요.
 
 
춤허리의 메소드 연기파 배우 준애
 
공감: 춤허리에는 배우로 5년만에 복귀하셨는데 달라진 분위기나 변화는 없나요?
준애: 예전에 알던 배우들은 이제 많이 없다는 것, 그리고 연습하는 장소가 생긴 것이요!! 예전에는 장소가 없어서 연습하려면 여기저기 돌아다녔었어요. 고생을 많이 했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것도 재밌었어요. 연습장소로 대학이나 여러 공간을 찾아다니며 내가 안 가본 곳도 가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하지만 고생은 진~짜 많았지요.(웃음)
그리고 예전에는 공감에서 주도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제는 약간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아요. 그런 걸 보면 춤허리가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지요.
 
공감: 그렇죠? 춤허리 배우들의 힘이 많이 생겨났어요. 준애씨도 복귀했으니 앞으로 춤허리 활동이 더 기대되네요.
배우로서 준애씨는 연기를 잘 하신다는 평가를 많이 들으시잖아요. 언어장애가 있어서 연기를 할 때 걸림돌처럼 생각되기도 하고 고민도 있었을텐데, 어떤 그 과정을 지나서 이렇게 명배우가 되셨나요?
준애: 예전에 저는 언어장애 때문에 자신감도 없고 소극적이어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 겁이 났어요. 그래서 그걸 극복해보려고 연극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한 번도 말 못한 부분이 있는데요. 주위에서 자꾸 연극 잘 한다고 하니까 압박 같은 게 있었어요. 잘 한다는 소리를 듣다가 못하면 어떻게 하지? 잘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 때문에 더 발음에 신경 쓰고 실수하면 욕먹을까봐 두려워서 더 열심히 했어요.
 
공감: 아~ 결국 연습을 열심히 한 것이 메소드 연기의 비결이었군요 ㅎ 그럼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 본인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준애: 제가 공연을 많이 해봤는데 작년 공연에서 제 연기가 마음에 안 들었어요. 그때 감기로 목소리가 안 나와서 너무 속상하고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옛날에는 모든 일에 의욕이 많았는데, 지금은 뭘 하려고 하면 두려워요. 오래 놀아서 그럴 수도 있고 지식이 없어서 그런 것도 같고요. 자신감도 없고. 그래도 춤허리 활동이 활력이 되죠. 마음은 당연히 열심히 하고 싶은데, 집에서 많이 안 도와주고(웃음), 내 몸도 체력이 안되고요……
 
 
공감은 내게 일러주었네~
 
공감: 준애 회원님을 보면 공감에 대한 믿음과 지지가 항상 넘치세요. 그래서 든든하고 힘을 많이 얻지요. 공감과 본인의 만남이 가지는 의미를 이야기해 주신다면요?
준애: 처음에 공감 왔을 때 적응이 안됐어요. 나랑 똑같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처음에 좀 놀랐거든요. 시설에서 나랑 똑같은 장애인만 보고 살았는데, 독립하고 나와서 다양한 장애인들이 있구나 그렇게 생각 했어요.
그리고 공감에 와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공감을 알기 전에는 말 잘하는 사람을 되게 싫어했어요.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말을 잘하고 언어장애가 없어서 싫어했죠. 그런데 공감에서 만나고 이야기 하면서 나와 똑같은 장애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또 여성주의에 대해서 알게 됐어요. 이성애 말고 다른 정체성도 존중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그전에는 여성끼리 좋아하는 것을 되게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활동해보니까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었죠. 만약에 나중에 내 아이들이 이성이 아닌 동성을 좋아한다고 해도 적극 지지하려고 해요. 공감에 와서 이런 게 많이 바뀌게 된 거이에요. 지금 애들 아빠도 이해시키려고 하는데 잘 안되긴 하지만요 ㅎㅎ
 
 
뇌병변장애여성과 지적장애여성의 관계맺기
 
공감: 공감에는 최근에 지적장애여성 회원님들이 많이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예전 회원모임과 어떻게 다른 것 같으세요?
준애: 제가 춤허리 외에 회원 모임은 잘 못나오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한 번도 지적장애여성들과 이야기를 못 나눠봤어요. 가끔 나한테 인사하는데 인사를 하곤 하는데 이야기는 못 나눠봤어요. 아무래도 지적장애여성과 뇌병변 장애여성은 이야기 나누는 게 힘든 것 같아요.
 
공감: 함께 어떤 회원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준애: 같이 해도 좋을 것 같은데 근데 관계 맺는 건 힘든 것 같아요. 나는 언어장애가 심하고 또 지적장애인과 의사소통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 커요. 그래서 어려운 문제들이 많은 것 같아요. 쉽지 않죠.
 
 
학교에서 장애인 인식 교육을 하고 싶어요.
 
공감: 요새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은 뭐에요?
준애: 공부를 하고 싶은데 기회가 안 되고 돈도 없어요. 옆에서 누가 밀어주고 지지해 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힘들어요. 경제적인 부담도 있고요. 맨날 나중에 나중에 생각만 하고 있어요.
공부를 하게 되면 심리학공부를 해보고 싶어요. 재밌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고 애들 마음 알고 싶어요. 아이들 키우면서 아이들의 심리를 알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걸 알면 더 잘 도와줄 수도 있을 텐데… 그리고 애 아빠 심리도 알고 싶고요(웃음) 사람 마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공감: 아이를 키우면서 심리학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시게 되었나 봐요. 양육할 때 언어장애 있는 부분들은 어떤 것 같아요?
준애: 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 누가 말을 옆에서 말을 해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나는 언어장애가 있어서 그걸 못해주지요. 아빠가 내 역할을 해주면 좋겠는데 남편도 힘든 부분이 있고요. 그래서 내가 많이 답답해요. 그래서 많이 다투고 울기도 많이 울었죠.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고 있는데, 말이 안되서 못하는 경우가 많은 거죠. 옆에서 누가 도와줘야 하는데 도와줄 사람은 없고요.
공감에 오면 내 말에 귀 기울이고, 들어주니까 좋아요. 공감 오면 말 잘하는데, 다른 곳에 가면 좀 소극적으로 되요. 친해지면 말을 잘 하는데, 친해지는 게 참 어려워요. 요즘에 막내가 복지관 다니는데 다른 엄마들끼리는 대화를 나누는데 나는 못 끼어들어요. 저는 끼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는 거죠.
 
공감: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공감에 바라는 점,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준애: 내년에 제가 학부모가 되요. 그래서 학교 가서 장애인 인식 교육을 하고 싶어요. 이걸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건 첫째 아이 낳고 나서 부터에요. 이 아이가 나중에 학교에 가서 엄마가 장애인이라서 애들이 놀리면 어떻게 하지? 그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학교에 가서 장애인 인식 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없네요. (함께 기회를 만들어 봐요!)
공감이 있어서 참 편안해요. 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내 이야기 들어주고 곳이 있는 게 마음이 편안해요. 요즘 들어서 이렇게 많이 이야기해 본적 처음이네요. ^^
 
 
준애님과 이야기하면서 몇 차례 폭소를 터뜨렸다. 거칠게 뭔가를 쏟아내다가도 ‘아니아니, 이건 NG에요. 빼주세요.’ 역시 배우라서 그런가 본인 분량은 알아서 체크하시는구나 싶었다. 오래전부터 알아왔던 준애님의 모습, 늘 웃는 인상의 새우눈이지만 날카로운 입담과 장애여성운동에 대한 열정에는 변함없었다. 하지만 세월이 쌓이고 나이가 들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이제 준애님은 자신 말고 주변도 함께 생각하며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가끔은 예전에 거침없이 팍팍 밀어붙이던 준애님의 모습이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집에서 자신의 위치에서 목소리를 내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장애여성운동이 또 이만큼 왔구나 생각해 본다. 또 시간이 가고 준애님의 고민이 깊어질수록 공감과 나눌 이야기도, 공감이 해야할 일도 많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번 인터뷰보다 더 깊이 준애님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11월 춤추는 허리 정기공연에서 만나보시길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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