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 – 언젠간 춤으로 내 공연을 만들고 싶은 몽님
활동가 이진희
2015년 회원인터뷰도 어느덧 마지막 시간입니다. 가까이 활동하는 회원님은 빠른 일상에서 놓쳤던 순간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했고, 자주 못 만나던 회원님들은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반가웠습니다. 공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회원으로 만나고 있는 우리들의 이토록 다양한 삶의 무늬와 고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하고 재미난 시간들이었습니다. 소식지를 받아보셨던 분들은 어떠셨나요? ^^;
올해 마지막 회원인터뷰를 채워주실 분은 지난 달 연극팀 춤추는 허리에서 공연을 마치신 몽님입니다. 몽님은 뇌병변 장애여성으로 언어장애가 있습니다. 말을 시작하면 어떤 날은 쉴 새 없이 이어가시지만, 다른 날은 뚝뚝 끊겨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기 어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에 뚝뚝 던져졌던 말들의 틈새가 궁금하여 몽님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소개는 짧게!
◾공감: 인터뷰 지면을 통해 몽님을 처음 만나는 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려요.
몽: 극단 춤추는 허리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공감: 에이~ 너무 짧아요. 조금 길게 해주시면 안돼요? ^^
몽: 음, 없어요. 배우에요. 춤추는 허리 배우(웃음)
독립생활 시작, 그리고 공감과의 인연
◾공감: 공감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이 되었나요? 그리고 회원님들에게 늘 묻는 것인데 처음 왔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해요.
몽: 공감에 온지는 7년이 된 것 같아요. 예전에 알던 A언니가 연극 한번 같이 해볼 생각 없냐고 해서 같이 오게 됐어요. 원래 학교 다닐 때 연극 동아리 했었고, 거기에서 부회장도 했었어요. 그래서 관심이 있었는데 같이 해보겠다고 해가지고 춤추는 허리에 들어왔어요. 그때 같이 들어왔던 B씨도 같이 해볼 생각 없냐고 해서 같이 오게 됐어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그래도 뭔가 나에게 맞는 것 같았어요. 분위기가요! 여기 언니들도 그렇고 회원님들도 그렇고 나랑 맞는 분위기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장애여성에 대해서 공감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재활원에선 (같이 생활하던) 3명이서 나와서 살게 했어요. 솔직히 나는 이 사람들이랑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내가 왜 이 사람들을 도와주고 왜 같이 살아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공감에 오니깐 그게 쫌 이해가 됐어요. 여기서 활동하다가 보니까 함께 해결하는 게 중요하단 걸 알게 됐어요. 나도 처음에는 잘 안됐었는데 공감에 와보니까 그게 왜 내가 해줘야 하는지 알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애여성이 처음에는 홀로서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이 홀로서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어요.
◾공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와 같이 생활하는 것은 힘들었을 것 같아요. 기존에 알던 사람이지만 독립해서 나와서 따로 살 땐 어떤 점이 어려웠나요?
몽: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건 의견충돌 할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나는 더 나가서 놀고 싶은데(웃음) 못 놀게 하고 늦게 들어오면 어떨 땐 재활원에 내 생활을 말하고…… 그런 게 힘들었어요. 혼자 사는 건 좀 외롭지만 터치하고 간섭이 없으니까, 그게 좋은 것 같아요.
무대, 연기, 배우, 춤추는 허리
◾공감: 이제는 무대에 서는 게 익숙해지셨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 연극을 시작할 땐 어떠셨어요?
몽: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으니까 재미도 있었고 새로운 것도 있었고 그랬어요. 재밌었던 건 내가 내 이야기로 연극을 만드는 것이 재미가 있었고요. 어려웠던 건 끄집어내는 거. 내 얘기를 끄집어 내는 게 어려웠어요. 두 개가 같은 건데요. 어렵기도 하면서 재밌기도 한 거에요. 처음에는 진희님이랑 춤허리 언니들이 도와줬어요. 얘기를 할 수 있게요. 상황에 맞게 생각해 보라고 하고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웃고 그렇게 했었어요.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데 많이 도움이 됐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보고 예전하고 지금하고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해요. 재활원 선생님들은 내가 똑똑해 졌다고 하고^^;; 밖에 나가면 대부분 뭔가 왜 이러게 바뀌었냐고 해요. 옛날에는 말도 잘 못하고, 처음보는 사람한테 말도 잘 못 걸로 그랬는데 지금은 내가 먼저 말을 하기도 하고 물어보기도 하고 그러니까. 옛날하고 달라진 모습이에요.
◾공감: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나 배역이 있다면요?
몽: 2011년 거북이라디오2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는 연습기간도 길었고 그때가 제일 연습도 잘됐고요. 내 이야기 가지고 하니까 재미있었고 춤허리 언니들이 좀 잘 챙겨줬던 것 같고 그랬어요.
배역은 거북이라디오2의 DJ와 활동보조 이야기에서 영선이 역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영선이는 나하고 정말 똑같아서 캐릭터를 끌고 갈 수 있었고, DJ는 딱 무대 위에서 관객들하고 소통을 처음 했는데, 그때가 기분이 짜릿했다고 할까!
◾공감: 네 그때 영선이 역할은 정말 딱 몽님 거 였어요 ^^ 그럼 가장 어려웠던 역할은요?
몽: 어려웠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두렵다고 해야 할까? 몸짓할 때요. 지금은 몸짓이 가장 좋아하는 건데요. 그때는 처음 몸으로 말을 관객하고 소통해야 하는 거니까 좀 두렵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공감: 몸짓 공연과 연극은 무엇이 다른 것 같아요.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요.
몽: 이제는 제일 좋아하는 게 몸짓이에요. 관객들 하고, 어떻게 보면 그게 제일 나하고 관객들하고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 같아요. 연극은 그냥 대사와 액션을 하고 있어서 좀 관객들하고 소통하기가 좀 원만한데, 몸짓은 내 마음에서 우러나올 때가 제일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보면 관객들하고 소통하기가 제일 까다로운 것 같아요.
◾공감: 계속 몸짓, 춤을 배우고 싶어 하시잖아요. 까다롭고 어렵지만 계속 하고 싶은 이유는 뭘까요?
몽: 춤으로 커나가면 그만큼 더 좀 관객들하고 친해지고 내 두려움과 낯설음이 없어 질 것 같아요. 그리고 그냥 몸을 움직이는 게 그 느낌 자체가 좋아요. 처음에는 불편했는데 하고 나면 왠지 모르게 내가 이~만큼 커져가는 느낌이 들어요.
◾공감: 언어장애가 있어서 춤이 더 친숙하거나 그런 건 아니세요?
몽: 그건 아니에요. 언어장애가 있어서 처음엔 관객들이 내 말을 과연 잘 알아듣고 내가 관객들한테 우리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저는 긴장을 하면 말이 안 나오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보면 더 말이 안 나오거든요. 그때는 내 상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하고 관객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없다고 생각하고 허공을 보면서 연기를 해요. ^^
◾공감: 이번 공연은 춤허리 배우들이 실무준비도 같이 도전한 해였고, 그래서 몽님도 여러 가지 실무도 같이 하셨는데, 어떤 점이 힘드셨어요?
몽: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캐릭터가 좀 어려운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영자 캐릭터가 활발한 캐릭터여서 저에겐 잘 안 맞았던 것 같아요. 내가 좀 욕심을 부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가지만 해야하는데, 배우도하고 조연출도 하고 그러면서. 욕심을 부렸나 생각했어요.
◾공감: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극이 있다면요.
몽: 옛날부터 생각이 있었는데… 춤을… 내가 안무를 해 가지고 공연하는 것이요. 주제는 ‘장애여성의 몸과 또 다른 나’ 그런 주제로 공연을 하고 싶어요.
공감의 회원활동, 그리고 계속 하고 싶은 춤추는 허리
◾공감: 아무래도 춤허리 활동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해서 질문이 다 그쪽으로 쏠렸네요. ^^ 올 한해 다른 회원 활동은 어떠셨어요?
몽: 전반적으로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악기반은 재밌었는데, 아쉬운 것은 너무 시간이 짧았어요. 좋았던 것은 악기반에서 제가 피아노를 칠 수 있었다는 것이요. 처음으로 지적장애여성들과 함께 했었는데 악기반에서 작업하는 것에서 오는 어려움은 별로 없어요.
◾공감: 언어장애가 있어서 지적장애여성과 소통하기 어려워하는 회원님들도 있는데 몽님은 어떠셨나요.
몽: 저는 제주도 캠프 다녀와서 짐작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과연 지적장애여성들과 어떻게 소통할까를 짐작하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내 말을 약간 못 알아 들으면 어떻하지 걱정했는데요. 자꾸만 말하다 보니까 알아듣기도 하고. 마음도 잘 맞는 것 같고 그랬어요. 처음으로 그런 걸 느꼈어요. 회원활동하면서 만날 기회는 흔치 않아서, 그래서 더 긴장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만나보니까 괜찮았고요.
◾공감: 회원활동이나 춤허리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몽: 춤허리는 계속 하고 싶고… 자꾸만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끌리는 것 같아요. 제가 이건 아직 말하지 않은 건데 제가 솔직히 요즘에 정신적으로도 좀 힘들긴 했어요. 물론 그것 때문에 원래는 올해까지만 공연하고 좀 쉬었다가 하려고 그랬는데요. 쉬었다가 하면은 제가 여기를 떠날 것 같았어요. 전 근데 여기 춤허리를 떠나고 싶지는 않거든요. 끝까지 도전해 보려고 생각중이에요. 제가 작년부터 공부를 하고 있어요. 몸짓에 관해서 공부를 혼자서 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그걸 중심으로 춤허리에서 만났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옛날부터 내가 공감에 와서 느낀건데요. 장애여성이 없으면 공감이라는 곳도 없어질 것 같고, 또 반대로 생각을 해보면 공감이라는 곳이 장애여성운동을 열심히 해서 우리의 목적을 가지고 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같아요. 여기선 나를 뒤돌아보는 것 같아요.
몽님과 만나는 시간은 여느 때처럼 빠르게 이어졌다가 또 시간차를 두고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공연 준비로 바쁘게 만날 때와는 다르게 서로가 놓친 이야기를 되묻고, 확인하는 시간을 통해 궁금함들을 메울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에겐 충분하고 편안한 시간들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바쁜 연말 귀한 시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신 몽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늘 덜 준비된 인터뷰어 였는데, 빈틈을 멋지게 채워주신 2015년 회원인터뷰에 함께 해주셨던 모든 회원님들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후원회원님들에게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찾아가고, 인터뷰 형식에도 변화를 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회원님들 해피뉴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