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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넷의 나를 흔들고, 머물게 하는 것들

인터뷰, 정리: 진희

 

활동은 언제나 나를 뒤흔들어요. 나는 정말 평화로운 사람인데!!’ 오늘 만나볼 김미진 회원님의 호소다. 장애여성학교 퀼트반에서 바느질로 시작한 공감활동은 이제 미술반, 토론반, 악기반, 춤추는 허리, 회원이끔이팀까지 영역이 넓어졌고 작년 장애여성학교 졸업식에서는 늘 주변과 사람을 살피고 챙겨주셔서 돌봄상도 받으셨다. , 곧 있을 공연을 앞두고 배우로서 조연출로서 인생 최고의 스케줄을 소화해 내고 있는 중이다. 과연 활동이 그녀를 흔드는 걸까? 그녀가 활동을 흔들고 움직이게 하는 걸까? 인터뷰를 하면서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길게 하게 될줄은 몰랐다는 미진님의 고백들을 만나 보자.

 

공감, 처음엔 어두워 보였어요.

공감: 이상하게 저는 미진님이 처음 공감에 오셨던 날에 대한 기억은 흐릿해요. 워낙 초기에 말씀이 없으셔서 그런 가봐요. 공감에 어떻게 오셨는지요.

미진: 우연히 같은 집에 이사 오게 되신 분이 공감을 소개해서 오게 되었어요. 처음 공감에 왔을 때는 어두운 분위기였어요. 아마도 서로를 잘 몰라서 그랬겠죠. 사무실 분위기 때문이 아니라 제 개인적으로 무거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상당히 다르지요. 내가 7년 동안 계속 공감 사람들과 관계와 인연맺기를 하면서, 실은 내가 변화하여 달리 보이게 된 거겠죠?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공감과 서로 나누어 왔고, 계속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내가 몰랐던 다른 면도 끌어낼 수 있는 곳이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공감: 미진님은 평소에도 공감을 만나 삶이 달라졌다는 말을 자주 하세요. 어떤 부분인지, 또 삶이 달라져서 좋은 것이 많다고 하시는데, 더 힘든 건 없는지(하하) 궁금해요.

미진: 일상에서 이야기할 수 없었던 여성의 문제, , 장애 이런 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던 면이 좋았지요. 나도 그 안에 동화되면서 거리를 좁혔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앞으로도 더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불편한 것은 이곳에서 나눈 이야기를 친가나 시댁, 동네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게 연결되지 않는 것이죠. 아직까지는 내안에서 머무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내가 조금 더 알게 되고 구체화되면 먼저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은 내용이 차지 않아서 아직은 제 스스로의 공부가 필요해요. (공감: 이미 충분하신대요 ^^)

공감이 계속 지지해주고 믿어주는 부분 때문에 힘을 얻고 도전을 하고, 개선을 해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비판적인 이야기들도 제 나름대로 더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어요.

 

 

나의 기질 때문일까요? 장애 때문일까요?


공감: 삶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시니 미진님의 과거가 더 궁금해지네요. 과거의 미진님은 어떤 모습이셨을까요?

미진: 그게장애때문이었을까요? 제 기질 때문이었을까요? 상당히 소심한 아이였어요. 나를 드러내는 것을 힘들어 하는 아이지요. 억지로 장애와 끼워 맞추는 것도 어색한 것 같고 7년 공감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오히려 이걸 꼭 장애와 맞추어 이야기 하지는 말자는 생각도 들어요. 그것도 무리가 있긴 하거든요. 계속 장애와 얽힌 이야기만 한다면 세상과 소통하기에 조금 더 불편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요.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꼭 장애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생각하게 된 거죠.

아무튼 어릴 땐 사람보단 자연이 더 가까웠어요. 사람은 항상 조심스러웠고, 혼자가 익숙한 청소년기였지요. 생각해보니, 장년기도 그랬나 봐요.(웃음) 친구는 많이 사귀지 않고 한 두사람에 한해서 내 말이 들어가고 전해질 수 있는 사람에게만 친하게 지냈어요. 그러니까 나무랑 놀았겠죠?

제가 이런 모습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던 게 외부사람들을 계속 만나면서 였어요. 그러면서 내가 나를 드러낼 수 있었던 방법은 말보다는 표정이나 그림 같은 것이었죠. 4남매 중 둘째인데 다른 형제가 몸으로 뭔가 했을 때, 저는 부모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 국어 쪽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받아쓰기 시험을 아빠가 본다면, 그걸 젤 잘해냈어요. 나름대로 인정받기 위해서 뭔가를 찾은 거죠. 다른 분들도(다른 장애여성들도) 그렇지 않을까요? 그런 부분을 해내면 일단 사람들은 관심을 보이게 되고, 그걸로 긴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 존재를 드러낼 수 있었던 방법으로 삼았어요.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대한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그걸 차별이라고 생각했다기보다는 해보겠다는 말보다는 하지 않겠다는 말에 더 빨리 수긍해 주는구나 정도로 느꼈쬬. ‘쉴래요. 안 갈래요.’ 이런 말에 바로바로 응해줬던 것, 너무 지나치게 챙겨줬던 것, 그런 것을 보면 소심한 차별이라고 해야 하나 싶었죠. 그것에 저도 익숙해져서 안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려버렸고요. 이게 편하구나 이러면서그랬던 것 같아요.

근데요. 그런 게 더 심각한 거 아닌가요? 그게 너무 길들여졌어요. 그건 참 그래요나를 약하게 만들었던 이유가 된 것 같아요. 다 그런 것이 이유일 것 같아요.

공감: , 그렇게 주변에서 대하는 태도로 인해 나답게 살기 어렵거나 계속 내가 어떻게 보일까, 이렇게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며 사는 건 너무 힘든 일이잖아요.

미진: . 이게요, 머리를 계속 굴려야 한다는 거라니까요. 그 어린나이에 머리를 굴려야 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그 모습을 보는 부모님이 대견하게 생각하는 거잖아요. 얘가 그래도 (장애가 있지만) 이런 건 잘 하는 구나 그러면서요. 그래서 조금 더 글씨도 더 써보고, 그림도 더 그려보고 그랬어요.

 

끌려요. 웬지나를 이끌고 머물게 하는 것들

공감: 공감에서 퀼트, 미술, 악기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셨는데, 춤허리 배우로 가장 길게 열심히 활동을 하고 계세요. 어떤 매력이 춤허리로 미진님을 머물게 하는 걸까요?

미진: 저도 그건 잘 모르겠어요. 잘 설명이 안되는대요. 끌려요 웬지. 해야 할 것 같고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아마도 춤허리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춤허리가 나를 필요로 하기도 하고, 내가 필요로 하기도 하고요.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이끌리는 뭔가가 있어요.

공감: , 그럼 그 이끌림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세요.

미진: 독특함이란 단어를 쓰고 싶어요. 장애여성들이 모여서 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계속 뭔가를 찾아나가는 것들이 있죠. 나에게 맞게 우리에게 맞게 찾아가는 과정이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갈등도 심하고, 갈등이 생길 땐 고통스러운데 해결됐을땐 성취감도 크고요. 이래서 하는 구나 의미를 잠시 찾는 거죠. 그런 시간들이 반복되고 있어요. 그래도 계속 하고 그런 거 아니겠어요? 배우님들과 동질감 속에만 있다 보니까, 동질감 때문에 약해질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 반대 효과로 강한 면들이 가끔 보일 때가 있어요. 기대를 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기대 이상의 무언가 돌출될 때 희열이 느껴져요. 하지만 기대했는데, 아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을 때 실망감도 있지요. 이런 게 계속 반복되기도 하고요. 그럴때마다 소통을 통해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평소에 안해 봤던 소통 방식도 알게 되었어요. 나도 나를 잘 설명해야 하고 나를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잘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하죠. 그런대요~ 설명을 하는 걸 자꾸 해봐야 해요. 설명하라고 할 때, 너무 힘들어요. (웃음)

 

그래도, 그래서! 계속 하는 거죠.


공감: 맞아요. 활동은 어려운 일들이 늘 많은 것 같아요. 저도 그렇답니다. 그것을 넘어가는 미진님만의 방식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미진: 저 같은 경우엔 내 중심에서 조금은 벗어났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해요. 그러나 시간이 많이 걸려요. 엉망이 되고난 다음에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까지 가봐서 그런가 봐요. 그래도 계속 부딪혔던 것, 잘못했다고 시인하면서 용기를 좀 내봤던 것 같아요.

공감: 무대에서의 김미진님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세요?

미진: 현실 속에서는 막연한 위치와 상황이지만 무대에서 만큼은 정해진 것이 있어요. 명확하게 처음과 끝이 정해져 있어서 그 장소와 공간, 시간 안에서 만큼은 딱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죠. 그 안에서 만큼은 내가 너무 명확해져요. 공연하는 내 표현 그자체가 나를 설명하는 것이니까 전혀 다른 내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달라지는 거죠.

공감: 어떤 쪽이 더 마음에 드세요?

미진: 무대 위가 더 마음에 들죠. 뭔가 명확하니까요. 그런데 무대의 김미진이 현실의 김미진에게 영향을 미쳐요. 가족, 친구, 공감회원들과의 관계 속에서 순간순간 어떤 목적을 같이 이야기할 때 무대에서의 내가 작동이 되요. 가식적인 것이 아니라 작은 주제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생겼어요. 지금 계획으로는 내용만 조금 더 생기고, 이 시간이 길어지고 공간도 조금 더 넓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감: 현실의 김미진과 무대의 김미진이 만나는 거네요.

미진: 네 그렇죠. 조금씩 그게 되는걸 보니까 조금 더 희망을 가지는 것이고 그 시간이 길어지길 바라죠.

 

편견을 맞서는 미진님의 고민과 방식


공감: 조금씩 미진님의 속도와 방식대로 자기 세계를 넓혀가시는 것 같아요. 춤허리 말고 다른 활동 이야기도 궁금해요. 가장 기억에 남고 재밌있었던 최근 활동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미진: 작년에 악기반을 시작할땐 발달장애여성과 처음으로 대면을 하는 것이 었어요. 모임에서 스치듯 만나다가 2~3시간, 긴 시간 같은 활동을 해 보는 것은 처음이죠. 발달장애에 대한 편견이 많이 있었나봐요. 이 악기반이 어떻게 끝까지 갈까, 그런 생각도 해보고 무엇을 나누어야 하나 싶었어요. 그러다가 소리와 박자를 강사인 쇼님이 더 관심을 가지고 설명해 줄 때 발달장애여성 회원님들이 누구보다도 더 잘해내시는 걸 보고 제 자신을 돌아봤던 것 같아요. 편견이죠. 정말 즐기시면서 하시더라고요. 나 같은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세상이 잘 안 변하는 구나 생각했다니까요. 이런 처음을 많이 경험해 봐야 하는데. 처음이 정말 힘들어요.

공감: 기독교인으로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동성애나 이슬람, 이주민, 장애인 등을 혐오하는 말, 차별하는 말 이런 걸 들을 때 어떠세요?

미진: 일부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부정적이고 부끄럽기도 해요. 이론으로 봤을 때는 열정적으로 반대 운동을 하시는 분들보다 성소수자 분들이나 노동자 분들이 가진 이론이 알차고. 조금 더 열려 있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드릴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고요. 너무 가열차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제 입장에선 깊은 개념이나 이론 같은 것은 없고, 그게 맹목적이니까 무서운 것이고요. 그런 부분에서 더 안타까워요. 어쩔 수 없이 지금처럼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힘을 키워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반면에 많은 기독교인들은 그런 문제보단 숨어서 사랑하고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게 참, 서로 너무 다르지만요. 그래서 저도 힘들고 조금씩 주변과 이야기는 해보지만 어렵죠. 그래도 달라지겠죠

 

공감: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 글을 읽는 분에게 하고 싶은 말과 삶에서, 공감에서 가지는 꿈이 있다면 들려 주세요.

미진: 저는 공감을 만나면서 경계들이 허물어진 것 같아요. 저도 이건 안되고, 저건 안되고, 그런 게 많았어요. 그래서 공감에서 처음 느낌이 어둡고 무거웠던 것 같아요. 여기선 어떤 일들을 하는 거지? 먼저 의문을 갖고 경계를 한 거죠. 지금은 다르지만요. 만나고 공부하고 계속 교류를 하다보면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하게 될 거에요.

그리고 꿈은 시골로 갈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 시골에서 땅이 생긴다면 공감 식구들이 놀러 올 수 있는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남편과도 그 이야기를 했는데 도와준다고 했어요. 평지에 휠체어도 완전히 접근가능하게 팬션이나 카페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꼭 나중에 모두 놀러 오세요~

 

미진님은 공감이 회원활동이 자신을 뒤흔드는 것이 낯설고 어렵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자극이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흔들리면서도 계속 이곳에 머물고 싶어하는 두 마음이 욕심이고 상반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활동하고 싶다고 전했다. 꾹꾹 눌러오던 자기 자신이 이제야 펼쳐지는 것 같다는 미진님은 준비가 되어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이제 그 긴 준비를 마치고 오는 76일 시작되는 춤추는 허리 공연에선 무대의 김미진’ ‘나의 장애처럼 흔들흔들 걸어가고 있다.’는 미진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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