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장애여성공감 캠프 리뷰~

2011년 장애여성공감 캠프 <억압된 천사에서 자유로운 마녀로 2
–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를 다녀와서
 
제이(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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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를 다녀온 게 놀랍게도 벌써 한 달도 전의 일이다. ‘너무 오래되어서 이젠 가물가물해, 후기를 한 달 지나 쓰려니 맘이 안 잡혀하고 미뤄뒀었는데, 한 장면 떠올리니 한 장면, 또 한 장면, 또 그 다음 장면내가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많은 장면들이 휙휙 스쳐지나간다. 캠프의 기억들이 아직도 내게 생생히 남아 있다.
8시간 가까이 회의를 하고도 모두가 기뻐서 소리 지르며 마쳤던 어느 회의. 출발 전날 새벽까지도 빠듯이 준비하던 일. 긴장되어 잠 못 이루던 밤. 공항의 분주함. 잘하고 싶어 또 지나치게 얼어있던 바보같은 나. 사람들의 웃는 얼굴에 안도했던 순간들. 제주의 따뜻한 햇빛과 시원한 바람. 서로를 살피고 끌어주던 스탭들 그리고 참여자들. 눈짓으로도 힘을 보태주던 이들과 지친 몸을 잊으려 더욱 경쾌히 걸었던 발걸음. 풀죽어 우는 나를 위로해줬던 고마운 이들. 욕망, 금기, 장애여성의 성, 그리고 그놈에성서비스를 대하는, 그야말로 초 다채로웠던 시선들. 맛없었던 밥과 휑한 식당, 냄새나던 방. 새벽까지 이어지던 회의에도 포복절도할 이야기들. 친해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아쉬워하던 말들. 누군가 눈물을 닦고 웃음짓던 장면….다 쓸 수도 없는 수많은 기억들이 있어 그냥 다 고맙다. 평가를 떠나서 나에게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물론 평가도 중요하다)
바다가 30년만에 처음, 40년만에 처음이라고 서로 경쟁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활동보조를 해본 게 처음이라며 어색해하던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그중 몇몇은 캠프에서 지적으로 많은 것을 배워가고 싶어했고, 어떤 이들은 많은 사람들과 수다떨고 신나게 놀다 가길 원했을 듯하다. 얼싸안고 울며 헤어진 이들 중 어떤 이들은 지금까지도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는 앞으로 살면서 아주 가끔씩 캠프와 캠프에서 만난 사람들을 떠올릴 거다. 아마 모든 캠프 참여자들은 캠프를 경험하고 조금씩은 달라졌을 거다.
그리고 공감도 이 기억들을 품고 어딘지 조금 달라진 활동을 더 힘차게 해나가겠지. 모든 사람들의 기억들을 소유하지 못하고, 일관된 의미로 묶지 못한다는 것은, 욕심과 열정에 부대끼는 일인 것 같다. 그래도 파도로 배를 밀듯, 계속해서 사람들이 얼굴 대고 만나고 부딪치는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활동하다 때때로 공허해지는 틈을 구체성으로 꽉 채워주는, 자꾸 일직선으로만 뻗어가던 생각에 의외의 사선들을 쿨하게 그어주는, 그런 자리들이 있다는 게 좋았다. 그렇게 계속해서 출항을 거듭하는 것이 공감이 갖고 있는 힘이리라고 진심으로 느꼈다.
장애여성의 성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참여한 모든 이들은 이번 캠프 역시 각자 다른 이름으로 저장할 것이다. 나는 아직 그 이름을 붙이지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어영부영 후기를 쓰게 되었지만, 이름붙이기 전의 기억 그대로도 나쁘지는 않다고 위안해본다.
공감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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