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웹소식지>기획>선거모임 리뷰_우리도 뽑는다, 대통령!

선거모임 리뷰_ 우리도 뽑는다, 대통령!

조경미 (장애여성공감 사무국 활동가)

2022년 3월4일 첫 회원 정기모임이 진행되었다. 연초부터 우리를 골치 아프게 만든 역대급 비호감 선거,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모임이었다. 장애여성공감은 선거가 있으면 회원들과 모여 투표와 선거의 의미를 나누고, 장애여성인 우리를 대변하는 후보가 있는지 토론한다. 뉴스 언론, 거리 등에서 쏟아지는 대선 정보들 속에 장애여성의 권리를 대표하는 후보를 찾기위해 사전투표날 모였다. “우리도 뽑는다! 대통령”

우리를 대변하는 선거정보는 어디에?!

모임을 준비하는 데 앞서 들었던 고민은 두가지 였다. 거대양당 대선 후보들은 누가누가 더 차별하나 대결하는 듯 여성, 장애인, 노동자 등을 향한 차별과 혐오 발언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답답한 현실에 모임 준비부터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럴듯하게 적혀진 공보물 속엔 지금 한국사회가 마주하는 위기와 차별은 없는 듯 보였다. 그리고 또 하나 선거모임에 참여하는 회원 대다수가 발달장애여성이라 어려운 정책 용어들을 어떻게 전달하고 설명할지 고민되었다. 그랬을 때 모든 후보를 다 살펴보는 건 어렵다 느꼈고, TV에 나오는 주요정당을 위주로 해서 각 후보별 정책공약을 다시 쉽게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준비하면서 스스로도 ‘이 공약들을 나도 다 이해하고 있나?’ 라는 의문이 들었다. 선별된 후보들의 공약만 보는 것에 왠지 모를 불편함도 있었다. 고민하던 차 선배 활동가가 회원들과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고민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의견을 주었다. 실제 대통령 후보들이 내세운 공보물들을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란 의견이었다. 설명받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할지 함께 고민하고, 정보를 찾아보고 선택과 결정을 해보는 것! 그래서 장애여성의 ‘일, 연애, 이동, 집’을 주제로 모임을 준비했다.

일상을 말하고 권리를 찾기!

본격적으로 선거모임의 취지를 안내하고 모둠 토론을 시작했다. 말많은 대선, 회원들도 기다렸단 듯이 이번 선거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다. “2번은 나쁜 사람이던데”, “뽑을 사람 없어” 그리고 각자의 고민과 이슈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 회원은 탈시설하여 체험형 지원주택에 살고있는데, 이사할 집과 돈이 없어 걱정이 크다. 발달장애여성회원은 폭력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한 연애를 하는 것, 여성 의제가 주요 관심사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회원은 지하철을 탈 때마다 마주하는 차별에 피로감을 이야기한다. 각자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자연스레 차별금지법, 탈시설, 이동권, 성과 재생산권리 등 우리의 권리를 위한 투쟁과 연결되었다. 공보물을 나눠 맡아서 단어를 찾아보았다. “탈시설은 하나도 없는데?” 거듭되는 실망 속 “차별금지법 여기 있다!” 반가운 단어도 만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1번부터 14번까지 모든 후보에 대해 점수도 신중하게 매겨 보았다. 다양한 양상으로 점수결과가 나왔다. 결과를 보고 각자 마음의 결정을 한 후 대망의 결전! 사전투표까지 마쳤다.

우리는 꿈꾼다!

장애여성은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할때 주체로 존중받기 보다 가족, 시설에 의해 자신의 의사가 대리하여 결정되는 경험을 많이 한다. 어려운 단어와 너무 작은 글씨, 넘기기 어려운 종이…투표권이 있는 시민들 앞으로 보내지는 선거공보물에 장애인의 접근은 고려되는가.

차선과 차악. 나도 활동을 시작하기전 투표를 할 땐 당연하게 차악을 피해 골랐다. 선거를 앞두고 가족과 주변은 내가 다른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 이유를 묻기보다 그 선택은 망하는 길이라고 한다. 그래서 쉽게 포기했다. 모둠 활동 초반에 “2번 말고 1번 뽑으라던데” 이야기하던 회원이 있었다. 다른 후보에는 관심 없었다. 하지만 모둠 활동 후 마음이 바뀌어 사전 투표 때 다른 선택을 했다고 소감을 나눴다. 사실 특별한 건 없었다. 나는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은지 질문하고, 현재의 나의 고민과 경험을 동료들과 나누고, 내 일상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이 공보물에 있는지 살펴본 것이었다. 대선이 끝난 지금, 앞으로의 현실에 막막함도 물론 있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느끼는 건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묻고, 그것에 따른 정보에 접근하고 선택하고 그 선택을 지지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꿈꾸는 세상을 말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투쟁도 마냥 암담하진 않다. 그것이 장애여성인 우리를 대표하는 선거모임의 의미이며, 민주주의는 거기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공감리뷰

댓글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