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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시설 신아재활원 긴급탈시설 이행하라! 

 조경미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2020년 12월 26일,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재활원(이하 ‘신아원’)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였다. 신아원은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이하 ‘숨센터’)에서  2016년부터 거주시설 연계사업으로 탈시설을 지원한 시설이다. 코로나19 최초 확진 이후 5일 만에 60여 명이 확진되었고, 확진자 대다수는 시설 거주인이었다. 그러나 국가는 집단감염이 발생하기 전인 3월 2일부터 코로나19 예방을 목적으로 거주인의 외출, 외박, 면회를 금지하였다. 시설 전체를 ‘코호트 격리’했던 정책이었다. 청도 대남병원, 신아원 집단감염 사태에서 확인했듯이 시설의 ‘집단 수용구조’가 감염병의 원인이기 때문에 코호트격리는 방역정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집단감염과 인권침해의 우려가 높은 시설 거주 장애인에게 즉각적인 탈시설 조치를 취하고 시설 밖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긴급탈시설 정책을 요구했다. 긴급탈시설은 탈시설에 필요한 물적·인적 지원을 제공하여 지역사회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기반을 만드는 탈시설 지원 정책과 연결되어야 한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여성공감(이하 ‘공감’)은 12월 29일 서울시청 앞에서 안전하지 않은 ‘시설’이 아닌 지역에서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요구하며 이들을 상징하는 텐트를 꾸리며 긴급탈시설 이행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21년 1월 11일, 장애계의 투쟁으로 전원 긴급분산조치가 진행되었으나, 단 3일 만에 신아원은 거주인의 재입소를 강행하였다. 재입소 결정권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보건복지부도, 서울시도, 송파구청도 아닌 시설장에게 있었다. 숨센터는 집단감염 발생부터 재입소 과정에서 거주인들과 꾸준히 소통을 시도하였으며 외부와의 소통통제, 감염병 상황에서의 정보제공 미실시 등의 인권침해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신아원 내부의 통제가 더욱 높아졌다.

지난 2월 22일, 신아원 거주인 하늘님(가명)이 숨센터에 탈시설 지원을 요청하였다. 하늘님은 2월 21일 송파구청, 숨센터에 탈시설을 원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사실이 시설종사자에게 알려져 핸드폰이 압수된 채 슬리퍼 차림으로 신아원을 탈출했다. 하늘님은 신아원에 더 이상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었다. 

‘독립하려면 원장님한테 물어봐야 해요.’ ‘약 먹기 싫은데 먹어야 된대요’ ‘독립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돈 벌어야 한다고, 지하철 타는 거 연습하래요’ 집단으로 관리/통제하는 시설의 구조는 일상적 통제를 용인한다. 거주인들은 치료를 위해서 처방한다는 약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구조가 성분을 알 수 없는 약을 수년 동안 복용하며 관리하는 방식의 ‘화학적 구속’을 정당화하지만 실체는 정확히 드러나고 있지 않다. 돈이 없고, 한글을 모르고, 길을 못 찾는다는 이유로 탈시설 권리를 무력화시킨다. 하늘님의 진술과 거주시설 연계사업에서 드러난 ‘탈시설 권리 침해’, ‘문제행동에 대한 통제로 약물복용 화학적 구속’ 등은 거주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인권침해 사안이므로 공감은 당사자 동의를 받아 서울시권익옹호기관 사건을 접수하고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숨센터에서는 현재 임시 거처 및 활동지원 등 하늘님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사실 하늘님이 상상했던 독립과 다르다고 생각할까봐 걱정했다. 하늘님에게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들을 알아보고, 일상의 공백이 생기지 않기 위해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는 지원에 대한 당사자의 변화를 기대하고, 평가하기 쉬웠다. 비발달중심 사회 구조의 위계는 ‘좋아요,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그에 생존한 당사자만 아니라 ‘그래요? 필요한 거 없어요? 도움 필요하지 않아요?’ 나에게도 익숙한 감각이었다. 오랜 시설 생활의 맥락과 함께 이를 인지하지 않으면 아무리 선생님이 아니라 활동가라고, 서로 이름으로 부르자 해도 말뿐인 동료 관계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일상적으로 나의 선택과 결정을 말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인지는 구체적 타인과 장소의 만남을 통해 인식된다. 당사자를 향해 섣부른 변화를 말하기보다, 탈시설 과정에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함께하기 위한 기반을 만들기 위해 ‘나’ 주변이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공백을 채워가야 함을 깨닫고 있다.

신아원 거주인들은 지금도 숨센터에 언제 만날 수 있는지 연락하고 있다. 탈시설 권리를 말하고 준비하기 위한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팬데믹 사회에서 집단거주시설의 근본적인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선 지역사회의 분리와 배제된 ‘시설’이 아닌, ‘내 집’과 돌봄의 관계회로망이 필요하다. 긴급탈시설은 시설이란 하나의 선택지에서 벗어나, 시설문 너머 동료들과의 만남에서 내 욕구를 찾고 내가 꿈꾸는 삶을 상상하며 실천하기 위한 과정이 될 것이다. 신아원 긴급탈시설 투쟁은 시설사회에 균열을 내는 그 시작이며, 공감은 용기내어 탈시설한 당사자들과 함께 시설 폐쇄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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