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웹소식지>기획>[장애여성의 성적권리와 섹슈얼리티 이슈]

 
 
장애여성의 성적권리와 섹슈얼리티 이슈
 
이진희(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
 
 
이 글은 2016년 아시아 오세아니아 성학회 <심포지엄2 장애인의 섹슈얼리티 섹션>에서 발표한 원고이며, 장애여성인권운동 단체인 장애여성공감의 활동과 문제의식, 기존에 작성된 원고를 기반으로 정리하였음을 밝힌다.
 
1. 장애와 섹슈얼리티
모든 인간은 성적 존재인가?
그럼 여기서 우리가 전제하는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
장애인, 노인, 성소수자, 청소년 등 모두를 차별없이 상정하고 있는가? 그들이 경험하는 사회적 차별과 낙인은 무엇인가?
정상과 비정상의 가치와 규범들은 섹슈얼리티를 어떻게 통제하고 타자화 시키는가?
장애인을 성적 존재로 존중하며, 성적 권리를 인정하는 방식은 무엇인가?
성적인 문제는 누가 규정하가?
치료와 정상화에 개입되는 가치는 무엇이며, 주도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
 
유감스럽게도 모든 몸은 평등하지 않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지 않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계는 여전히 다양한 차별과 낙인이 존재한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모델이 근대 사회에서 장애를 초래하는 경향들을 근절시킬 수 있는 정책과 실천을 만들어 내기 위해 그러한 경향들에 대한 통찰력을 갖기 위한 도구(Oliver, 2004)를 제공했고, 한국사회도 많은 부분이 변화했지만, 여전히 장애는 개인의 비극이고 치료와 극복의 대상이다. 장애를 긍정한다는 것은 캠페인 슬로건으로 적합하지만 많은 사회/의료복지 모델은 정상화이론과 치료모델에 가깝다.
 
그래서 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 우리는 반드시 사회가 제시하는 온갖 종류의 ‘정상적’ 규범에 대해서 의문을 품어야 한다.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질병과 손상을 가진 장애를 가진 몸에 대한 견해가 어떠한지, 섹슈얼리티를 구성하고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사회적 요인들은 무엇인지, 그 논의를 주도하는 권력은 무엇이며 보이지 않는 존재와 목소리는 누구인지를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여전히 우리는 스테레오 타입의 성적 권리와 성적 실천을 규범화하여 누군가에게 강요하게 될 수 있다. 장애인은 오랜 동안 그러한 교육과 치료의 대상의 위치에 놓였던 집단이다.
 
2. 몸과 비정상성
장애인 섹슈얼리티(특히 장애여성 섹슈얼리티)는 장애인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내용과 쟁점이 시작되었다. ‘나의 몸에 대한 인식, 몸에 대한 주체성’은 장애인 스스로 살아온 경험을 공감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섹슈얼리티를 구성한다. 장애인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로 ‘비정상적인’ 존재가 되고 사회의 정상적인 몸(이상화된 몸)과 다른 시선을 받게 된다. 그 시선에서 장애인은 ‘독립적이지 않고 건강하지 않은’ 몸이 된다. 그래서 장애인의 성적권리는 장애인의 몸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장애여성들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정상적’인 존재가 된다. 비정상적인 몸은 장애를 가진 몸뿐만이 아니다. 오랫동안 다른 몸에 대한 사회적 비정상화는 다양한 차별로 이어져 왔고, 마찬가지로 개인을 억압하기도 한다. 트렌스젠더의 몸, 나이든 몸, 뚱뚱한 몸,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훼손된 몸 등도 모두 비정상적인 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를 가진 몸은 비정상성을 공유하는 다른 몸과 만난다고 할 수 있다. “비정상적인” 몸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몸에 대한 기준과 평가를 질문하고, ‘일반적’이고 ‘정상적’이라고 규정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장애인의 몸이 외부에 의해서 전시될 때, 그것은 장애인을 혐오의 대상이 되게 하고 사람들에게 장애에 대한 공포의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몸 역시 언제나 ‘볼거리’로 인식된다. 여성은 외모, 복장, 자세와 움직임 등에서 지켜야할 사회적 규범이 있고 자신보다는 보는 사람들을 위해 꾸미고 치장하는 것이 ‘예의’가 된다. 여성의 몸이나 외모에 대해서는 누구나 쉽게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이런 사회 안에서 장애여성의 몸은 정상성이나 미의 기준에서 너무나 쉽게 판단되는 몸이다.
 
3. 장애여성의 성적권리
미국의 장애여성운동가 안 핑거(Anne Finger)는 “섹슈얼리티는 종종 우리가 가진 가장 깊은 억압의 원천이다; 또한 우리가 느끼는 가장 깊은 고통의 원천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핑거,1992:9 세익스피어 등에서 인용, 1996:5) 이렇듯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차별과 낙인은 실제로 소수자 집단에게 삶의 전반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성적인 것’은 삶과 동떨어진 어떤 문제가 아니다.
 
몸의 차이로 인한 불평등은 장애여성을 성적 욕망을 실천하기 불가능한 (신체적 장애를 가진) 몸, 성적 욕망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부적합한 (발달장애를 가진) 몸 등의 규범을 낳고 이는 장애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통제로 이어진다. 그리고 오랫동안 장애로 인한 움직임의 제약과 심리적인 위축감을 경험한 장애여성은 의사소통과 관계를 맺을 때의 어려움을 갖기도 하고 이는 성적 권리를 말하거나 성적 실천의 과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장애인의 몸과 성적 욕망
장애인의 성적 권리를 이야기할 때면 늘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신체적인 움직임이 거의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경우 성적 욕망이 있어도 이를 해결하기 어려워서 좌절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통념에 따라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을 보면 '저런 몸으로 성관계가 가능할까?' 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의 몸이 성적욕망을 실천하기 불가능하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사회적으로 너무 강력해서 장애인 당사자들에게도 내면화되어 있다.
 
물론 몸의 차이로 인한 불평등, 장애로 인한 움직임의 제약과 심리적인 위축감, 의사소통과 관계를 맺을 때의 어려움 등은 욕망을 실천하는 과정에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성적 욕망의 실천이 신체적인 접촉을 통한 성적 행위(엄밀하게 얘기하면 파트너 성교)로만 이루어지는 것일까? 대화, 산책, 바라보기 등 일상적 경험의 공유를 통해서도 친밀감이 형성될 수 있다. 이런 친밀함은 욕망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큰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 또한 성적 만족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일 수도 있다. 성적인 욕망과 실천, 만족감의 문제 안에는 여러 가지가 얽혀 있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 관계 안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 자신이 호감을 가진 사람과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고 싶은 욕구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증장애인의 몸이 성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는 상태라는 것만을 강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보다 장애인의 몸이 사회 안에서 거부되어온 차별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와 더불어 장애인이 자신이 원하는 삶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에 어떤 차별과 소외가 발생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친밀함을 만들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어떤 부정적인 경험을 갖게 되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인의 몸이 모두 다 같은 위치에 있고 같은 욕망을 가진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성과의 성기결합 섹스에서 임신을 걱정하고 피임방법을 고민하다. 성적 착취와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안전하고 평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권리, 상황을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여전히 장애여성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이런 부분도 성적 욕망이 구성되고 표현되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파트너와의 성적 행위를 통한 만족에 집중하는 것도 성적 실천에 순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이것은 어쩌면 비장애/남성/이성애 중심의 섹슈얼리티를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환경 때문은 아닐까? 보다 좋은 것, 보다 능력 있는 것, 보다 정상적인 것이 있다는 기준으로 성적인 실천 방식을 판단하는 것이 문제다.
 
우리사회에서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몸의 통제권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질 때가 있고, 장애여성의 경우에도 ‘온전하지 못한 몸’을 가진 장애여성은 성적주체로서 성적권리를 주장하기보다는 폭력적인 성적대상, 착취의 대상이 되는 문제를 먼저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장애여성의 입장에서 성적권리의 내용은 성서비스를 수단으로 성기중심적인 섹스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닌, 안전하고 평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권리와 인권침해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되는 것이다.
 
장애로 환원할 수 없는 차이
2007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9조 성에서의 차별금지 2항에서<‘가족,가정 및 복지시설 등의 구성원은 장애인에 대하여 장애를 이유로 성생활을 향유할 공간 및 기타 도구의 사용을 제한하는 등 장애인이 성생활을 향유할 기회를 제한하거나 박탈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성관계나 자위를 할 수 있는 공간과 도구마련이라는 내용을 강조하면서 섹슈얼리티에 대한 협소한 이해를 보이고 있다. 또한 ‘가족,가정 및 복지시설 등의 구성원'이라는 제공의 주체가 명시된 부분은 장애인의 사회적 위치를 반증하는 부분이다. 장애인도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 등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지고 이를 드러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장애 안에도 다양한 차이들은 존재한다. 젠더, 성적지향, 장애정도, 장애유형, 계급 등에 따라 다른 위치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장애라는 이름으로 통칭된다. 욕구와 다양한 차이는 신체적 비정상성 안에서 불가능한 것고 가능한 것,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으로 나뉘기 쉽다. 하지만 다양한 욕구와 결핍을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진다. 다른 위치에 있는 몸에 따라 성적 욕망과 실천 방식에 대한 고민은 다르게 가져 나가야 한다.
 
4. 장애여성 섹슈얼리티 이슈
 
1) 장애여성 성폭력과 성적자기결정권
 
장애여성 성폭력의 발생원인과 딜레마
한국 사회에서 많은 장애여성은 전생애적으로 가족 안에서 ‘보호를 받는 위치’이기 때문에 자기결정과 선택권을 가지기 힘들다. 이러한 위치성은 인권침해로 이어지기 쉽고, 피해를 드러내고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어렵다. 폭력의 유형도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폭력을 경험한 후에도 사회적 지원이 매우 열악하여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조건 마련이 쉽지 않다.
 
장애인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 대다수가 ‘지적장애’를 가진 ‘여성’이며, 가해자가 평소에 아는 사람이거나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많으며, 장애의 정도 및 사회적 경험의 부재,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유로 성폭력과 성관계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본질적인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의성폭력이 지속되는 원인은, 발달장애인들의 경우 성인이라 할지라도 사회적 관계망이 좁고 사람을 의심하거나 위험을 인식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으므로 가해자의간단한 거짓말에도 너무 쉽게 속임을 당하고, 경제적인 자원이 없으므로 작은 돈이나 음식에도 쉽게 유혹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들이 처한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는 가해자들은 이것을 이용하여 성폭력을 가할 수 있다. 열악한 인권현실은 성적으로 대상화(성폭력, 성착취, 억압적인 성적관계 등)와 여성역할에 대한 억압적 경험(재상산권 통제, 외모차별 등)을 심화시키고 장애여성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게 된다.
 
그리고 중증장애여성, 지적장애여성이 성폭력 사건의 피해를 당했을 때 효과적으로 법적 구제를 과정에서 ‘저항이 불가능한 몸’이라는 점을 드러내거나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성폭력에 취약한 몸,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몸을 강조하게 됨으로써 성적자기결정권 확보의 노력을 제대로 해나가기 어렵다. 결국 장애여성은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탐색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보다는 사회 속에서 폭력의 피해자로만 각인되거나 통제 당하는 상황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유일한 자원 몸, 몸을 통한 관계 맺기 시도
한편으로 부정적 몸의 경험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확장시키고 친밀해 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피해자로서 지원을 받는 위치에 서야 비로소 공적 공간에 등장하게 되고 관계의 중심에 서는 것이다. 간혹 피해 경험을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큰 긴장이나 불편함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놓는 모습을 본다. 피해의 서사 말고 다른 경험을 표현할 땐 ‘이상한 사람’으로 간주되지만 피해 경험은 관계를 시작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사람들의 경청은 가치있는 경험이 된다.
 
몸을 자원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유지하려는 노력은 위태로운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자신이 가진 유일한 자원이라고 파악된 몸과 성을 활용하여 인간관계를 맺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럴 때 몸은 관계를 맺는 시작이고 도구가 된다. 이런 경우 주변인이 무조건 그것을 폭력이라고만 해석하면, 발달장애인에게 그것은 설득력이 없게 들릴 수도 있다. 폭력적 상황에서 친밀감과 애정을 느끼는 것은 인지와 학습부족 때문만이 아니라 일정정도의 즐거움을 실제로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2) 장애여성의 재생산권
한국 사회는 형법상 낙태는 불법이지만 모자보건법 제 14조에서 우생학적 사유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여성의 재생산권은 자궁적출, 강제피임술, 강제낙태, 강제입양(시설입소), 산전검사 등의 형태로 제한 당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 장애를 가진 이들의 재생산권리를 제약하는 조항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진 태아를 예방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태아의 장애감별 낙태의 문제가 개인의 선택의 문제나 가치관의 문제 이전에 국가가 그러한 결정에 지대한 권력을 미치는 것을 드러낸다. 그리고 2010년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시술 병원에 대한 고발 사건 한국 사회 여성의 재생산권을 억압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재생산권리는 기본권으로서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과정에서 당사자들, 특히 여성이 어떤 강요나 차별없이 자유롭게 결정하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해나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또한 이 고정은 성관계, 성정체성, 파트너쉽 등 섹슈얼리티 전반과 긴밀하게 연관되고, 양육의 과정에서 실질적인 주도권과 책임성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과 떨어질 수 없다.
 
우생학의 관점에서 노골적으로 장애인을 바라보거나, 그러한 기준으로 성적 권리가 제한되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지만 여전히 장애인 주변인이나 장애인 스스로도 자신의 장애가 후대에 이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나 죄책감이 있다. 이런 상황은 임신의 당사자인 장애여성에게 특히나 성적인 실천을 해나가는 데 장벽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장애여성 재생산권은 기존 출산정책에 장애여성도 포함되고 지원하는 프레임이 아니라이 아니라 인구, 좋은 것, 건강, 생산적인 것에 대한 가치를 다시 살펴보지 않으면 안된다. 임신출산과 관계된, 혹은 관계없는 성관계나 성적실천에 대한 이야기가 삭제된 채로 임신출산과정에서 필요한 사회적 지원을 논의하는 것은 가치에 대한 도전 없이 취약/위협적인 존재라는 것에서 사회적 지원의 필요가 제시되고, 거기에서 머무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 또한 환대받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재생산권리가 왜 인권의 관점에서 제기되어야 하고, 차별과 평등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3) 발달장애인 성교육의 보수화 경향
 
2015년 국가 주도의 성교육 표준안 발표
2015년 2월 교육부가 2년 이상의 기간 동안 6억의 연구비를 들여 내놓은 “국가수준의 학교성교육 표준안”은 국제적 인권기준에 위배되고 청소년성문화현실을 무시한 금욕강요, 성차별 강화, 장애·한부모·성소수자 배제 등 인권침해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제대로 된 성교육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물론 타인의 성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을 키워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성’ 이 어떤 피해나 폭력의 이름, 다른 이의 인권을 침해하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사키기 보다는 자유롭고 건강하며 주체적으로 자신의 성을 인정하며 성 평등적인 인식을 가진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지만 교육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지 않았다. 이것은 청소년을 미완의 존재로 바라보고 섹슈얼리티를 통제하여 보수화하려는 국가적 시도이며, 전체 성교육, 성문화를 후퇴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흐름은 예방과 금지중심의 발달장애인 성교육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우려스럽다.
 
발달장애아동청소년 성교육과 섹슈얼리티
최근 확대되고 있는 발달장애아동청소년 성교육/성인권 현장에서 다루어지는 몸과 성에 대한 접근을 보면 기우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때로 발달장애인의 성적행동은 지나친 성적 행동으로 당사자나 주변인들에게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구체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도 있다. 하지만 문제행동 방지 중심의 성교육 접근과 교육 내용은 참여자의 몸의 경험과 변화, 욕구와 언어에 집중하기 보단 사회적인 통념과 성적인 규범을 체계화한 것으로 보인다. 성적 욕망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부적합한 (발달장애를 가진) 몸과 성적 실천을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 불안함으로 이어지게 된다. 성적 욕망이나 실천의 조절과 통제는 발달장애인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욕구 표현, 성적 실천의 제한을 두고 해석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오래 전의 성교육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남자 몸/여자 몸의 차이를 생물학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은 발달장애아동청소년이 자신의 장애와 몸의 경험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어렵게 한다. 신체적으로 큰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장애로 인해 또래와 조금은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갈 그들의 일상은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 교구의 인물에 장애의 특성이 반영되는 것은 지저분하거나 어눌한 모습 뿐이라서 강사들은 참여자들이 자신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국립특수교육원에서 2011년 제작한 <장애학생용 멀티미디어 성교육 프로그램>에는 ‘결혼의 의미와 책임’이라는 주제를 교육내용에 포함 시켰다. 최근에 재발행된 성교육 교재에는 결혼식 연습이란 주제로 청첩장쓰기, 초대하기, 주례사 듣기, 신랑신부 꾸미기, 하객들에게 인사 등이 여전히 포함된다. 성교육 매뉴얼에서 제공하는 자위교육 영상에선 ‘음경을 만지면 응~ 바보’라는 가사가 등장하고, 사람이 없는 장소에서 해야 하며 휴지를 잘 처리하라는 내용이 전부다. 자위가 무엇인지 알려주거나 성적인 느낌에 대해서 나누고 다양한 성적 표현에 대해서 생각해볼 여지는 없다.
 
발달장애로 정신적 장애만을 강조했을 때 발달장애인의 몸의 경험은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학습과 인지적 어려움을 가졌기 때문에 자신의 몸의 경험을 드러내고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교육받기 어려운 것일까? 성적(문제)행위 금지중심의 성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발달장애아동청소년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 성교육이 성규범화 교육이 되지 않기 위해서 발달장애아동청소년이 겪는 몸의 변화와 감정들을 교육은 더 표현하게 돕고, 그들의 몸의 욕구와 경험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신체적인 차이로만 상상하고 경험되어 왔던 몸의 차이와 관련된 담론과 주장을 성찰하며 정신적인 기능손상/장애는 삶의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차이인지도 다시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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