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웹소식지>리뷰2> <장애여성학교: 장애와 여성주의 1강 리뷰>

<장애여성학교: 장애와 여성주의 1강 리뷰>
장애인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당위는 보호담론과 그리 멀지 않아,
비정상성과 불화에 대한 질문을 통해서 반차별 연대를 만들기


작성:
박서연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장애여성공감은 함께 배우고 경험을 나누며, 서로 지지하는 장애여성학교를 9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애여성학교는 미술반, 음악반, 한글반과 장애와 여성주의반이 운영되고 각 반들은 올해 장애여성학교의 기조인 “반차별”과 “공동행동”을 각 반의 방향과 특성에 맞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이 중 장애와 여성주의반은 다양한 운동은 반차별과 어떻게 만나는지 함께 배워보고, 복잡한 차별구조를 알아보며 우리는 운동과 일상에서 어떻게 반차별 운동을 해나갈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맞고 추동할 수 있는지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4월 25일 수요일은 장애와 여성주의반이 개강한 날입니다. 첫 날,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습니다. 이 날은 장애여성공감의 사무국장인 이진희 활동가가 <장애인 운동과 반차별 운동>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 아래의 내용은 이진희 활동가의 강의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몸과 비정상성, 차별을 소수자의 이름으로 다시 쓰기

현재 한국 사회에서 장애의 범주와 경계는 정책과 예산에 의해 협소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 중 장애를 가진 몸은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전시되는 몸으로 되곤 하는데, 이때의 몸은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능력과 비정상성을 강요당합니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몸은 인지에 대한 편견으로 (“몸은 멀쩡한데, 정신은 이상해”) 배우고 익힐 수 있는 몸의 경험과 기회를 제한 당하곤 합니다. 이처럼 장애인의 몸과 얼굴은 구체적으로 어떤 무엇인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질문되지 않고 타인의 의해 규정되고 쓰여집니다. 이러한 조건은 섹슈얼리티와도 연결됩니다.

성적자기결정권을 확보하고 실현하는 것은 그 사람이 놓인 조건과 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살만한 조건, 살아가는데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를 고민하는 것과 떨어지기 어렵습니다. (나영정 ‘일상의 혼란, 가치의 격돌, 관점의 재구성: 청소년인권의 관점으로 구성한 성교육 교안전체맥락과 흐름’)

비정상적인 몸, 의존하는 몸으로 일컬어지는 장애여성과 여성, 성소수자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성과 재생산은 건전하지 않은 몸과 규범에서 벗어난 몸이었고, 이들의 섹슈얼리티를 비시민으로 구분하고 낙인찍는 방식으로 오랜 시간 이루어져 왔습니다. 군형법 92조 6과 장애인 생활시설 중심의 분리정책, 생활시설 내 강제불임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소수자들은 법과 규범, 사회의 질서 밖에서 자유로운 상상과 실천을 통해 섹슈얼리티 담론과 실천을 만들어 왔습니다. 또한 보여지는 존재를 거부하고 보여주는 주체로써 삶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천을 바탕으로 소수자의 이름과 성과 재생산의 정의가 무엇인지, 생명의 존엄이 다시 쓰여야 합니다.

안전과 보호담론 넘어서기
사회적 자원과 관계망이 한정적인 발달장애여성의 경우 몸이 유일한 자원이 되기 때문에 몸을 통하여 관계를 맺곤 합니다. 이때 친밀성을 표방한 폭력이 관계에서 일어나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폭력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정서적 교감과 육체적 친밀함이 관계안에서 일어나는데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을 구분” 이라는 도식적이고 단순한 교육은 실제 관계에서 그것을 구분해 내고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현재의 발달장애여성의 경험을 듣고 나누는 것이 아닌 성규범화된 성교육은 피임이나 자위 등의 성적 실천을 다루기보다 4인가족 구성, 책임 등만을 한정적으로 주로 전달하는데 이는 발달장애여성이 자신답게 구성해내고 활동하는 기회를 차단하며 보수 규범 안에 갇히게 합니다. 이러한 사회 문화 속에서 발달장애여성은 사회의 여성성 수행, 순종적인 역할 등으로 규범화를 학습하고 이것이 유일한 자원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오히려 폭력은 손쉽게 이루어집니다.

또한 보호해야하는 대상으로 장애인을 한정하는 것은 오히려 장애인이 겪는 폭력에 대한 해석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2015년 보건복지부 주도로 장애인복지법 일부가 개정되었고, 장애인 권익옹호 기관 설치 운영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기존의 장애인인권센터나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가 장애인복지법 제 59조의 9에 근거하여 장애인권리옹호기관으로 제도화되었습니다. 기관의 역할은 ‘학대’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하지만 학대 프레임으로 장애인이 경험하는 폭력을 바라보는 것은 가정폭력처벌법과 아동학대처벌법처럼 피해자를 보호대상으로 한정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가해자를 보호처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장애인을 보호받는 위치로 한정지어 사고할 때 오히려 폭력피해경험에 대한 해석이 폭 넓어지기 어렵습니다.

많은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은 전 생애적으로 보호자, 선생님, 복지사, 활동보조인 등 수많은 주변인들에 의해 ‘보호’라는 이름의 사실상의 ‘통제’하에 살아가게 됩니다. 선택지를 최소화한다는 것이 안전함을 보장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완벽한 안전한 곳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는 사회를 거대한 시설로 만드는 효과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안전과 보호를 견고하게 하기 위해 한정적인 선택지의 세계만을 전달하는 복지관이나 시설, 치료실 중심으로 형성된 커뮤니티가 아니라 장애인들은 자신만의 공동체를 열망하기도 하고, 그 안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오히려 주체가 되어 실패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성장해가며 오히려 안전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평등한 관계에서 안전함을 확보될 수 있으며, 한방향의 이해, 동정, 설명하는 관계는 평등을 이루게 할 수 없습니다. 상호적으로 주체로 존중받고 권리의 주체로 호명되어야 합니다.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 장애인권리보장법

역사적으로 일탈자, 비정상이라고 판정한 사람들에 대해 사회가 대체해온 방식은 예방, 제거, 격리 등이었으며 이러한 방식에 따라 장애인도 다양한 사회정책적 개입과 불임수술을 통하여 예방, 선별적 낙태와 안락사를 통한 제거, 시설수용을 통한 격리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김도현, ‘한국 장애인운동의 현재적 의제와 쟁점’ 참조)

현재 장애인 거주시설은 수용시설, 재활시설, 생활시설의 명칭을 거쳐 현재의 명칭으로 변화되어 왔습니다. 2002년 정부의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에 의해 늘어난 개인운영신고시설 증가하였고, 2016년을 기준으로 30,908명이 시설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거주시설폐쇄라는 개념은 국가가 국가정책으로 시행해온 장애인을 분리해온 역사에 대해 과오를 인정하는 것이며 국가의 배제정책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장애인거주시설폐쇄 움직임은 기존 사회시설 자체를 거부하는 투쟁이며, 사회복지시설로서 기득권을 가졌던 집단과 정면으로 맞서며, 안전과 보호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강하게 배제하는 구조를 향한 외침이 될 것입니다.

반차별 연대로, 차별금지법 제정!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
그러나 시대마다 존엄함을 스스로 증명하고 외쳐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장애인을 비롯해 시대마다 불화하는 존재들은 ‘불구’라는 낙인으로 차별받았다.
장애여성은 몸의 차이로 비정상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장애여성의 경험과 위치는 단일한 정체성으로 환원할 수 없는
수 많은 이들의 존재를 일깨우며 정상성을 강요받는. 다른 몸 들과 만난다.
그리고 불구의 존재들과 함께 폭력적인 운명을 거부한다.

장애여성공감 20주년 선언문 중에서)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은 이제 사회의 덕목이기도 하고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문화는 여전히 존재하고, 그에 따른 혐오표현들도 여전히 건재합니다. 어쩌면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당위가 권리와 평등이 아닌 동정과 시혜를 발판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합니다. 또한 정체성은 끝없이 변화하고 고정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차별적인 인식은 한가지의 차별만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것이 다양한 차별과 연결되기 때문에 장애인 반차별 운동은 성소수자,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반차별운동과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반차별연대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고 일상의 차별을 반대하는 차별금지법이 지금 당장 필요합니다. 차별금지법은 지금의 차별을 해석하는 인식을 더 넓혀줄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차별금지법제정하라!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던 강의에도 불구하고 참석자 전원이 자리를 뜨지 않고 질문시간을 가졌습니다. 앞으로도 7주간 이루어질 장애와 여성주의반 <우리를 변화시킬 반차별 운동> 강좌에도 많은 분들이 함께 반차별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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