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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새로움, 열 번 째 장애여성학교

 

작성: 박서연(장애여성공감 활동가)

 

 

2009년 시범사업으로 기지개를 편 장애여성학교는 2010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상상보다 큰 호흡>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1기 장애여성학교는 한글, 미술, 컴퓨터, 연극, 글쓰기, 퀼트, 장애여성운동사, 여성주의 반 등 총 8개의 반을 운영했고, <열린강좌>를 별도로 진행하며 당시의 사회적 이슈인 4대강, 탈핵 등을 함께 공부했다. 그렇게 시작된 장애여성학교는 올해 딱 10년을 맞았다. 10년의 시간동안 사회적 상황, 이슈, 참여자들도 달라졌고 그에 맞춰 장애여성학교도 변화해왔다.

페미니즘 책을 같이 보며 공부했던 여성주의반은 장애와여성주의반으로 이름을 바꾸며 장애와 젠더의 교차성, 장애여성 이슈에 집중하였고 이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통로역할을 해왔다. 시기별로 극단 춤추는허리의 연극반과 일곱빛깔무지개 합창반이 학교 안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지금은 발달장애여성 건강권을 주제로 시작한 인권반이 만세팀 활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장애여성이 자신의 언어를 갖기 위한 활동과 방법을 고민하며 시도해 온 시간이고, 장애여성학교의 활동이 회원활동으로 연결된 과정이기도 하다.

장애여성학교에서는 참여자만이 아니라 활동가와 강사들도 함께 배워나갔다. 모든 반에는 항상 활동가들이 담당자로 참여해왔는데, 물론 수업준비와 보조 등으로 활동가가 필요한 이유도 있었지만 저마다 다른 속도를 맞춰보는 경험의 중요성이 더 컸다. 속도를 맞추며 기다린다는 것은 쉬워 보이기도 하지만, 서로에 대한 관찰과 소통 위에서 기존의 나를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장애여성학교는 같은 시간 동안 같은 활동을 하며 서로의 삶을 배우고,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런 배움의 장인 장애여성학교는 사실 매 해 어렵게 운영되고 있다. 안정적인 사업비가 없던 시기에는 매년마다 프로젝트를 작성했고, 프로젝트에 똑 떨어진 해엔 후원금을 모아 어렵게 유지해오기도 했다. 물론 지금이라고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다. 하지만 이렇게 장애여성학교가 계속 진행되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장애여성학교의 포스터를 살펴보면 <상상보다 큰 호흡>, <꾸물?꿈을! 공부벌레>, <나름공부 두루활용> 의 문구들이 눈에 띈다. 이 말들은 장애여성학교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왜 필요한지 잘 설명해 주는 것 같다. 꾸물대는 것 같은 장애여성이 꾸는 꿈과, 그 꿈보다 크게 현실에서 호흡하며 나름 공부하고 또 두루 활용하는 장애여성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소위 ‘정상’이라는 사회의 기준에서 차별받고 배제되었던 장애여성들은 장애여성학교라는 틀에서 일단 모일 수 있었고, 이 안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공감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와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을 하는 동료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해나갈 수 있었다. 비록 성장이 주춤하고, 때로는 예전으로 돌아갈지라도 여기에 같이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장애여성학교는 안정적인 지지망이었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터전이었다.

올해 학교 목표인 ‘자신의 경험에 기반 한 나의 언어를 가져보기’는 매년 반복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봄이 되면 장애여성학교가 시작한다는 것은 이제 회원들도 다 알고 있어 먼저 개강식 날짜를 묻곤 한다. 하지만 매해마다 다른 참여자의 경험, 전년도 활동으로 쌓인 과제들, 새로운 얼굴들로 매년 익숙한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처음으로 써보는 나만의 이야기, 매일 찍은 사진으로 그리는 그림일기, 다른 사람과 함께 박자를 맞춰보기. 우리는 천천히 또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장애여성학교 10년을 맞아 지난 장애여성학교의 10년간의 과정을 되짚고 함께 배우는 의미를 우리의 언어로 모아보고자 한다. 한 해를 또다시 채울 장애여성학교의 활동을 기대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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