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웹소식지>공감현장>우리의 돌봄은 상품이 아니다

우리의 돌봄은 상품이 아니다.

정주희(장애여성공감) 

[사진 1] 24년 4월 26일 진행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폐지 조례 폐기하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에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들이 참여한 모습. 진성선, 조화영 활동가가 ‘돌봄서비스 시장화를 중단하고 공공돌봄 국가 책임 실현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1] 24년 4월 26일 진행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폐지 조례 폐기하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에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들이 참여한 모습. 진성선, 조화영 활동가가 ‘돌봄서비스 시장화를 중단하고 공공돌봄 국가 책임 실현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6월 웹소식지 기획글 <인권의 후퇴를 저지하는 돌봄 투쟁, 서로 돌볼 권리를 지지하는 연대>에서 서울사회서비스원, 탈시설 지원조례 폐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았습니다. 지난 호는 https://wde.or.kr/?p=13555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서울사회서비스원 폐원 이후 서사원 공동대책위원회와 대응한 후속 내용을 담았습니다. 

 

서사원 돌봄 현장의 이야기 

치열한 투쟁을 거치며 장애인권운동은 돌봄을 시혜가 아닌 권리로 활동지원제도를 만들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라는 제도화 이후로도  돌봄의 공백과 열악한 체계를 변화하려는 시도는 계속되어 왔으며 2019년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이  설립되었다. 그런데 공공돌봄의 충분히 이야기를 하기도 전인 2024년  5년이 채 되지 못한 서사원에 대해 서울시는 “민간과 서비스의 차별성이 없”고,  월급제인 운영 구조가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3개월이라는 빠른 시일에 폐원을 결정한다. 올해 4월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의 주도로 사회서비스원 조례 폐지 조례안이 가결되어 7월 31일 서비스가 종료되었고, 11월 1일 폐쇄를 앞두고 있다. 급작스럽게 진행된 폐지 이후 서울시는 서사원 이용자들이 다른 시설로 연계 완료되었고, 노동자에게 희망퇴직금을 지급, 고용승계 등 이후의 대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의 이야기로는 서사원 폐지에 따른 공백 없이 잘 해결된 것만 같다. 그러나 다른 기관으로 연계된 숫자들만으로 이용인이 어떤 돌봄을 받고 있는지, 남겨지고, 떠나간 노동자들은 어떤 모습으로 관계가 단절되었는지 서울시는 알고 있을까? 효율적이지 않다는 돌봄은 민간의 영역에서 효율적으로 변모했을까?  수치로만 이야기되는 몸들이 일상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를 들어보고자 한다.  

 

중증발달장애여성 A는 말이나 글이 아닌 몸으로, 소리로 표현한다. 온몸으로 말하지만, 말과 글이 익숙한 사람들은 A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해하려는 시도는 쉽게 포기된다. 소통이 안 될 거라는 불신이 반복되는 상황에 A가 감정을 가장 크게 전달할 방법을-꼬집거나, 때리거나 소리치기도 하는- 택하면 이는 ‘문제행동’이 된다. A의 연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려웠고 고령 가족의 돌봄도 어려운 상황에서 그는 장애인활동지원 바우처를 쓰지 않는 이용인이 되어  별다른 대안없이 집에만 머물도록 만들었다.  3년 전 공감이 이용인 연계를 무척이나 해보고자 했으나 코로나19라는 팬더믹 등 혼란스러운 시간 속에서 안정적인 관계는 만들어질 수 없었다.  서사원 연계를 통해서야 A는 한 달 이상 관계를 맺어가는 활동지원사와 만날 수 있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연계된  B, C는  낯선 A와의 소통이 자주 어그러질 때 서사원에 연락해서 돌봄 관계에서의 어려움을 종사자들과 논의했다. 그리고 하나씩 시도할 방법을 함께 찾아본다. 잠시 거리를 두고 방으로 들어가 서로 진정되길 기다려보면 어떨까? A 님이 왜 그러셨는지 알아보자, 그리고 방법을 같이 찾자. B는 A와 만나 갈등이 있을 때 잠시 거리를 두고 진정이 되면 서로를 살핀다. 저 사람이 왜 저렇게 화를 낼까, 화가 난 건 맞을까? 뭔가가 있지 않을까, 뭘 할 수 있을까. 이용인 – 활동지원사가 겪는 갈등이 개인의 몫이 아니다. 팀으로 움직이는 체계 속에서 돌봄받는 이용인의 몸과 감각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시간과 관계를 집중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 ‘논의의 시간’이 주어진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당사자가 서비스의 대상자로 남지 않기 위한 긴장은 너무나 필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지점은 서사원의 이용인 – 활동지원사가 서로의 돌봄을 고민하고 갈등하고 번민할 때 그 몫은 개별의 관계로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활동지원사들은 A의 표현이 A의 오랜 삶에서 시도된 소통이라는 것을 찾는다. 그리고 A가 옆에 있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소통하려 노력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관건은 곁에 있는 지금 내가 A와 소통하고 싶은가이다. 그래서 B, C는 A와의 만남에서 중요하게 지키는 원칙은 ‘기다리기’다.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기, 밖에 나갈 때 신발 신기, 직접 옷을 찾아 입기 등 서로 계속 만날 것을 전제하면서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천천히 도전해 본다. 돌봄을 하는 나도 생각 해보지 못한, 시도해 본 적 없는 몸짓으로, 상대방에게 닿기를 바라며 내 말을 전한다. A도 상대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생각하고 같이 시도하며 일상을 보낸다. 연습은 일상에서 계속되고 서로가 만든 약속을 지킨다. 어떤 순간엔 서로 포기하기도, 슬쩍 넘어가기도 하지만 갈등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은 지킨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김정남 사무국장, 오대희 지부장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어떻게 잘 돌볼 것인가라는 토론이 가능했”고, “어려운 대상자에 대한 방법을 찾고 개선하는 것도 노동의 일부로 인정받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¹ 서사원의 활동지원사들은  9시~6시 동안 이용인의 댁과 사무실에  출근한다. 사무실 직원과 돌봄노동자들은 돌봄에 수반되는 이동, 돌봄 논의,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과정을 노동으로 생각한다. 돌봄의 부족, 돌봄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때 서사원의 돌봄 경험에서 돌봄이 실천되는 현장을 생각하게 한다. 

 

돌봄을 위축시키는 차별을 강화하는 정부와 서울시에 맞서 

상호돌봄을 위한 연대로 

 

서사원은 돌봄을 논의할 수 있는 체계를 시도했으나, 서울시는 예산의 비효율성을 들어 폐원시켰다. 서울시는 공적 돌봄체계를 위축시키고, 민간 활동지원 중개기관들을 확장하고자 한다. 이 같은 전환은 정부가 발표한 기조와 맞물린다. 23년 윤석열 대통령은 “감당할 수 있는 재정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회보장 서비스는 사회를 갉아 먹”어 “사회보장 서비스도 시장화, 산업화, 경쟁체제가 돼야 한다”고 했고,  돌봄의 시장화, 서비스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는 공적이 아닌 민간의 책임으로 돌봄을 이야기하며, 민간 활동지원중개기관들의 재지정심사를 실시해 회계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법정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식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한다. 바우처 수가로 담보하지 못하는 노사의 책임까지도 명확하게 민간의 영역으로 넘기겠다는 이야기다.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적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 뒤에 활동지원에 지급되는 금액에 법정 급여, 수당과 호봉 금액은 제외되는 점, 활동지원중개서비스의 구조상 상호돌봄이 어려운 한계는 가린다. 활동지원사 연계 건수를 높이고, 이로 발생한 수익금으로 급여, 운영비, 인건비를 충당하게 할 때 소수의 담당자가 운영을 유지하기 위해 연계 규모를 확장하고, 수반되는 행정 업무에 열중하게 만든다. 

 

[사진 2] 서울시 2024년 장애인활동지원 중개기관 재지정 심사기준 표. 정량평가에는 급여와 인력 관리가 중점이 된다. 활동지원사 수가 많고, 전담인력이 담당하는 활동지원사 수가 많을수록 점수를 높게 책정한다. 현재 활동지원중개서비스는 바우처 수가로 운영되어 연계를 통한 수익으로 법정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사회적으로 취약한 중년여성들로 운영되는 현장인 점,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 중증장애인의 연계가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은 전무한 채 기관의 운영 능력, 책임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2] 서울시 2024년 장애인활동지원 중개기관 재지정 심사기준 표. 정량평가에는 급여와 인력 관리가 중점이 된다. 활동지원사 수가 많고, 전담인력이 담당하는 활동지원사 수가 많을수록 점수를 높게 책정한다. 현재 활동지원중개서비스는 바우처 수가로 운영되어 연계를 통한 수익으로 법정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사회적으로 취약한 중년여성들로 운영되는 현장인 점,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 중증장애인의 연계가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은 전무한 채 기관의 운영 능력, 책임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2019년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당사자의 욕구 중심으로 서비스를 재편하겠다고 하였으나 실제 활동지원 심사표는 의학적 기능 – 신체적 기능의 무능을 증명하는 방식을 변경하지 않았다. 활동지원 서비스는 여전히  당사자의 필요와 욕구가 아니라 당신이 얼마나 기능하지 못하는지를 입증도록 강요해 왔다. 국가의 책임이 부재한 돌봄은 장애가 중할수록, 함께 사는 가족이 있을수록, 지원 요청 사항이 많아질수록 열악할 수밖에 없다. 장애가 중할수록, 함께 사는 가족이 있을수록, 지원 요청 사항이 많아질수록 연계가 어렵다. 당사자는 연계 종료를 우려해 내 의사를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고, 활동지원사는 위험부담을 개별이 지기 어려운 구조를 혼자 감당할 수 없음을 말한다. 

직접 지원을 하는 시간 외 노동이 인정되지 않는 시간제, 불안정노동 조건에서 돌봄을 위한 논의를 추동하기도, 역할로 인식하기도 어려워진다. 보건복지부는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비대면서비스에서 장보기, 물품구매, 은행 업무 등 당사자를 지원하는 비대면 서비스 일부를 요청받을 경우 할 수 있고, 지원기관에 비대면 서비스를 사전에 공유하고, 기관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2024년 장애인활동지원 사업안내) 활동지원서비스가 당사자의 바우처로 결제하는 방식이기에 활동지원서비스 제공을 위한 이동, 대기시간, 논의 시간 등은 제공 범위를 벗어난 서비스, 부정수급이 된다. 장애아동과 활동지원사 두 분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D는 복지관에서 집으로의 이동지원과 신변지원, 가사지원이 필요하다. D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1시간이다. D와 E는 프로그램을 하는 시간 동안은 직접지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대기시간, D가 필요한 지원이 있을 것을 대비하거나, 프로그램 이후의 지원을 이어가기 위해선 대기가 필요하다. 노동 관련 판례에서도 사용자의 실질적 지휘, 감독에 미치는 시간에 해당할 경우 노동시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² 활동지원사, 이용자의 물리적 거리기 있고, 이용자가 외부 활동에 참여, 이동하는 경우들은 일상적으로 있다. 지원을 위해 지원사가 해당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 이용자의 활동, 업무 등을 대기하는 시간은 반드시 생긴다. 그럼에도 부정수급 방지를 이유로, 그리고 당사자의 돌봄에 주어지는 바우처로 결제하는 방식에서는 이같은 기본적 노동시간들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물며 지원사가 기관을 방문할 이유, 담당자와 소통하는 시간은 부정수급 등 방지, 행정적 관리를 위한 것 외에 명목이 없다.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지 않고,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인식될 때, 상시적 논의를 할 수 있는 관계도, 대안이 될 수 있는 사람도 찾을 수 없을 때 기관이 개별의 삶에 개입하기 어려워진다. 기관의 돌봄 관계에 개입이 돌연 이용자를 소비자로, 기관-활동지원사를 노사관계로만 보아 기관이 움직이는 것으로 갈등을 희석하기도 한다.  기관에서 연계되지 못한 돌봄은 당사자가 사적 관계에 기대게 만든다. 가족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국 다시 가족만이 남는다. 가족으로도 돌봄을 다 메울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메워야 하는 가족들에게 장애인은 어떤 위치로 이해될까? 서사원에 연계되었던 이용자의 많은 수는 민간 기관에서 연계가 어려운 이들이다. A의 가족은 서사원 폐지로 인한 갑작스러운 연계 종료 후 민간 중개기관에 요청 연락을 돌렸다. A는 가족이 관계가 있는 한 분을 통해 가까스로 활동지원 공백을 막았다. 그럼에도 그간의 관계는 당사자들의 의사와 달리 끊겼고, 일상지원의 원칙과 내용은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고, 열악한 조건의 민간 돌봄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는 누구도 담보하기 어렵다. 

 

정부와 서울시는 저출산, 고령화로 대두된 돌봄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주 가사노동자 도입 정책을 이야기했고, 9월부터 시범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돌봄현장의 어려움을 다른 착취로 해결할 수 없다.³ 안정적인 지원망을 구축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서사원 폐지 이후에 다른 공적 돌봄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시작해야 한다. 공적돌봄에서 민간으로 이동해 간 몸들의 지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돌봄은 관계가 달라지면 내용이 달라진다. 현장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듣는 것 또한 국가의 역할이다. 떠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서사원이 공적 돌봄을 고민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돌봄현장의 이야기를 서울시, 정부는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 우리에겐 함께 실패할 수 있는 연대가 이를 지탱하는 안정망이, 상호돌봄이 필요하다.

 

¹매일노동뉴스, “월급 받는다고 지탄받는 노동자는 없다” 오대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김정남 사무국장 인터뷰, 2024.7.22. “월급 받는다고 지탄받는 노동자는 없다” < 인터뷰 < 사람&문화 < 기사본문 – 매일노동뉴스 (labortoday.co.kr)

² 매일노동뉴스, 법원 “자택 대기시간도, 이동시간도 근로시간”, 2022.10.5.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1263

³한겨레, 필리핀 가사노동자 9월부터 투입…‘최저임금 차등 적용’ 불씨 여전, 2024.7.16.,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149336.html#cb

공감리뷰

One thought on “7·8월 웹소식지>공감현장>우리의 돌봄은 상품이 아니다

  • 쪽파

    장애여성공감은늘바쁜 가는대로 카르스마유지하며
    늘언제나힘내세요빠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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