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웹소식지>기획>더 가고 싶고 또 가야 하는 길 터주기_울타리를 넘나드는 11기 장애여성학교 연극반 워크숍 리뷰

 

더 가고 싶고 또 가야 하는 길 터주기

_울타리를 넘나드는 11기 장애여성학교 연극반 워크숍 리뷰

 

미진 (극단 춤추는허리 배우)

 

 

극단 춤추는허리(이하 춤허리)가 처음으로 연극반 워크숍 기획을 맡게 되었다. 영광스럽게 주 진행자로 제안을 받았고 망설임 없이 해보겠다고 했다. 8월의 폭염, 태풍, 코로나-19로 일정 변경이 있었지만 참여자분들의 기대와 기다림 끝에 시작되었다. 나는 10년차 지체장애여성 배우로서 춤허리에서의 연습 경험을 연극반에서 짧지만 알차게 나눌 기회를 가졌다. 워크숍은 사전모임과 3회 차로 진행되었다.

사전모임은 자기소개, 이동 경로와 방식, 지하철이나 길에서의 내 모습, 취향, 반려동물, 연극반을 선택한 이유, 집과 직장에서의 노동과 관계 등을 질문하고 답하면서 진행했다. 참여자분들과 연극을 하듯 일상들을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환대와 기대가 느껴졌다. 동료들의 지지와 지원도 더해져 구성하고 준비할 때 힘이 되었다. 지금 하는 몸짓과 말을 의식하며 새롭게 느껴보는 것, 다른 경험들로 확장된 몸짓과 말을 일상에서 자신 있게 활용하는 것, 이 두 가지를 목적으로 기획을 했다. 경험 많은 동료의 피드백을 참고로 구성과 내용을 수정해 가며 진행했다. 회차가 지날수록 부족하지만, 여유와 탄력이 생겨났다.

이미 발달장애 여성분들의 기대와 환대를 확인한 후여서 좀 더 자연스럽게 지체장애가 있는 몸 그대로를 먼저 내보였다. 나의 장애가 있는 몸의 기울어짐을 충분히 활용해 참여자분들 곁에 다가갔다. 참여자분들도 자신의 몸과 생각을 드러내기에 안전한 공간임을 몸짓과 소리로 표현해 주셨다. 호흡, 발성, 이완, 상황극, 마임, 퍼포먼스, 춤까지 즐겁게 주체적으로 해내셨다. 이것만 봐도 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춤추는허리의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감각이 요구된다. 나와 주변의 삶에서 차별을 인식하고 변화 시키고자 하는 사람들과 뜻을 같이하며 일상과 예술운동에서 배움과 실천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2011년, 낯섦에 저항하며 첫 춤허리 배우 워크숍에 참여했을 때 나는 이런 말을 했었다. “표정으로 많은 걸 표현하며 살았는데 몸도 말하고 싶어 한다는 걸 느꼈어요. 조금씩 펼쳐보고 올려보고 돌려가며 마음과 몸이 조율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2020년, 연극반 참여자분들의 몸짓과 소리가 열리는 걸 지켜보면서 이분 중 누군가도 10년 차 춤허리 배우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참여자분들이 3회 차 동안 리뷰하는 시간, “일하고 와서 피곤한데 좋았다.”, “스트레스가 풀렸다.”, “속이 시원해졌다.”고 하셨다. 워크숍 마지막 날 늦은 시간인데도 모두 귀가를 서두르지 않으시고 아쉬움을 남기며 했던 두 마디가 지금도 생생하다. “더 하면 안 돼요?”, “또 하고 싶어요!”

우리 모두 일상과 무대에서 힘겨울 때 ‘더’와 ‘또’를 외치며 힘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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