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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을 넘어 12기 장애여성학교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조경미

 

울타리를 넘어 12기 장애여성학교

지난 5월, 12기 장애여성학교(이하 학교) 한글반, 음악반이 개강했다. 학교는 장애, 나이, 정체성, 거주, 가족구성, 노동경험 등이 다양한 구성원들이 서로의 속도와 차이를 존중하며 관계 맺고, 일상을 함께 변화하기 위한 도전으로 시작되었다. 올해는 작년 루디아의 집에서 탈시설한 장애여성들이 참여하면서 비음성언어로 소통하는 분들과의 만남이 본격화되었다. 소리, 몸짓, 악기 등 다양한 의사표현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학교를 통해 회원, 강사, 활동가들 모두가 새로운 경험과 관계쌓기를 기대하였다.

코로나19 변화된 일상,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가족들은 보호한다 생각해 NO! 내가 가족을 챙겨 믿어봐요 내 나이가 몇인데 나도 나를 잘 챙겨“
”도와달라 안하면은 도와주지 마요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처음에는 누구라도 어려워요 다들 그렇거든요 믿을만하니까 맡겨요 내 미래 자금이니까“ (음악반 조금힘내라 가사 중 일부)

한글반, 음악반에선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관계, 장소, 일상을 이야기하며 이를 언어로, 소리로, 가사로 표현해보았다. 일터, 복지관 등이 닫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답답함. 친구와 만나기로 했지만, 활동지원사가 없어 마스크를 쓰지 못해 나가지 못했던 상황. 가게를 갈 때마다 거쳐야 하는 QR코드 등 코로나19 재난 상황은 장애여성이 사회와 관계 맺기 더 어렵게 만들었다.
가족이 밤에 못 나가게 하거나 통장을 관리하고, 은행/지하철 등의 장소에서 겪은 차별 경험은 서로의 경험이 맞닿아있단 걸 알게 했다. 나만의 피해가 아닌 ‘차별’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함께 분노하고, 위로하고, 대항하기 위한 노하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일상에서 내가 하는 것들, ‘오이볶음 반찬 만들기, 수급권 모아 독립하기, 당연하게 도와준다는 사람에게 내가 필요할 때 요청할테니 기다리라고 말하기’ 등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를 향한 수많은 “안돼, NO!”를 전복시킬 힘을 키워간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그래도 우리는 만난다

마지막 회기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었다. 학교 운영 논의 끝에 안전과 건강을 위해 잠시 모임을 멈추었다. 대신, 줌(zoom)을 활용하여 비대면 모임을 진행했다. 사전에 핸드폰에 줌이 설치되는지 확인하고, 마이크/화면 켜기 등을 반복해보며 준비했다. 집에 내 방이 없어 공동공간에서 참여하는 도중 가족이 갑자기 말을 걸거나, 활동지원사도 줌이 익숙하지 않아 조력을 요청하는 것이 안정적이진 않았지만, 서로의 안부와 일상을 확인하며 함께 모이는 날을 기약했다. 온라인 비대면 만남을 할수록 우리가 학교 현장에서 만나서 경험을 나누고 함께 차별에 맞서는 활동을 하며 서로의 동료가 되어가는 것이 왜 중요한지 더 느낄 수 있었다.

공감에서 만나요

재난시대에 대면만남을 위해서 방역을 위한 준비는 필수적이다. 마스크 착용, 손씻기, 장소 환기 등 꼼꼼하게 준비한다. 비대면이 ‘안전’이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오르고 내릴 때마다 학교의 현장을 어떻게 이어갈지 막막하기도 했다. 혹시 모를 코로나19 전파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불안감도 여전하다.
실제 만나서 내 경험을 꺼내기 어려운 사람에게 화면을 두고 마스크를 뚫고 다른 사람과 소통해야하는 비대면 방식은 더 쉽지 않은 여건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함께 하는 활동가로서 마스크 너머 동료의 표정, 눈빛을 더 살피고, 언어장애가 있는 회원의 말에 더 천천히 기다리는 방법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침묵에 못 견디는 사람인지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평소와 다른 소리와 몸짓으로 표현하는 동료의 변화들을 감지하기 위해 집중하고, 발화가 어려우면 악기로, 일기로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나를 드러내면서 서로의 몸과 속도를 이해해가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그다지 관심없고 내 이야기를 주로 하던 회원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를 알게 되고, 함께 공감하는 가사를 짓게 되었다며 즐거워했다. 나의 경험이 다른 동료의 경험과 만나고, 차별에 대항하기 위한 언어를 함께 찾는다는 건 학교에 참여하는 회원들이 꿋꿋이 이 공간을 유지하는 힘이다.

우리에게는 서로의 일상을 확인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고, 나의 경험을 동료와 나누는 공간과 사람이 필요하다. 장애여성학교는 앞으로 남은 연극반, 체육반, 졸업식까지 울타리를 넘는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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