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웹소식지>리뷰1> 장애와여성주의반 반성폭력 운동과 반차별 : 차별을 드러내고/차별에 저항하는 반성폭력 운동

차별을 드러내고/차별에 저항하는 반성폭력 운동

작성: 여름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장애여성공감은 함께 배우고 경험을 나누며, 서로 지지하는 장애여성학교를 9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애여성학교는 미술반, 음악반, 한글반과 장애와 여성주의반이 운영되고 각 반들은 올해 장애여성학교의 기조인 “반차별”과 “공동행동”을 각 반의 방향과 특성에 맞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이 중 장애와 여성주의반은 다양한 운동은 반차별과 어떻게 만나는지 함께 배워보고, 복잡한 차별구조를 알아보며 우리는 운동과 일상에서 어떻게 반차별 운동을 해나갈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맞고 추동할 수 있는지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장애와 여성주의반 4번째 강의는 반성폭력과 반차별 운동이라는 주제로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오매님이 진행해주셨습니다. 반성폭력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반차별 운동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자신의 위치성을 살펴보는 것으로 강의는 시작되었습니다.

※ 아래의 내용은 오매 활동가의 강의내용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Q&A 부분은 당일 현장에서 질의응답 내용입니다.)

내가 위치한 곳/거리 살펴보기 – 반성폭력 활동의 시작

오매님은 대학 시절 반성폭력 학칙제정을 위한 활동을 눈여겨보았다고 한다. 또한 농활에서의 반성폭력 규약제정을 위한 토의의 과정에서 농민에게 성추행 문제제기를 할 수 없거나 하지 못하게 제한받는 상황을 통해 세상과 관계 맺고 대등하게 함께 연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 상황에서는 제한되는 일로 여겨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런 불평등한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에는 어떤 권력이 작동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반성폭력 운동의 어떤 접점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방어훈련을 몸으로 혹은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계획하는 활동으로 상담소 첫 활동을 시작했는데, 어떤 경우 여성들의 저항권을 말하는 것이 그들이 얼마나 피해 상황에서의 취약성과 무력감의 인정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상담소 활동 시작 당시에는 성폭력 피해자 2차 피해에 대해 ①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의 발화할 수 있는 지위가 없는 상태 (2014년 법 개정 이전) ② 보호가 정말 필요한 피해자인지 의심하는 것 (과거의 성 이력, 무고의 의도유무 등을 묻는 것)이라 규정하고 이러한 2차 피해 방지에 대한 활동을 했다고 한다. 이런 활동을 하며 성폭력이라고 하는 것이 누가 등장하는 사건이고 피해는 어떻게 규정 되는지 또한 성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누가 주인공이고 관련 기준을 만드는 주체는 누구인지 의문을 가졌다.

성폭력의 무엇을 드러내고자 하는가?

피해자의 94.5%는 여성이고 가해자의 94%는 남성이라는 통계가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성폭력 문제는 젠더의 문제이고 성적인 불균형, 편향 성차별의 문제라는 것. 이 사실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우리사회 성별에 따른 차이나 그것으로 인해 반복되고 있는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속되어야 한다. 또한 피해자다움을 둘러싼 고정관념과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강요하는 것에 대한 저항은 중요하다. 성폭력 가해행위에 대한 처벌과 그것을 용인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자기방어훈련 등 여성들의 저항권을 강조하는 것이 피해상황에서의 무력감이나 취약성을 인정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는 성폭력 피해를 인정받기 위한 호소와 성폭력 피해에 저항하기 위한 역량강화 사이의 역설을 보여준다. 앞으로 성폭력 피해의 법적 구제와 성폭력 피해 예방을 위한 방안에 대한 현재 상태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연결하기 : 차별과 폭력의 구조

차별과 폭력 사이의 어떤 지형을 그려나가고 그 안에서 바꿔야 될 것들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운동이라고 한다면 이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금의 반성폭력 운동이 잘 보고 있는지 질문해야한다.

폭력은 무엇을 침해하는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가능했던 것인가? 현재 강간죄에서 폭행 협박은 좁은 의미로 해석하기 때문에 폭행 협박의 정도가 높아야 한다. 그러나 어떤 피해상황에서의 폭행, 협박의 방식이 항상 물리적인 폭력을 휘두르고 협박하는 방식이었을까? 그렇지 않은 경우 우리는 상황과 권력관계를 세밀하게 보고 있는지 혹은 폭력이 어떻게 정당화되는지 고민해야한다. 그리고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것, 불공정한 것, 위계화된 것들과 폭력은 언제 만나는지, 그리고 어떤 행위를 ‘너를 위해 하는 거야’, ‘이게 우리 질서야’, ‘이게 우리 공동체를 유지하는 방식이야’ 라고 방어하며, 순치시킬 때 이것이 우리에게 어떻게 인지되는지 살펴봐야한다. 또한 폭력이 통합적으로 일어났을 때는 어떤 전략이 가능한가? 에 대한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반성폭력 운동 현장에서 이제까지 성폭력 예방교육을 할 때 성폭력의 정의, 해당되는 행동은 처벌로 이어진다는 식으로 명료하게 전달하기도 한다. 다른 차별적인 구조와 연결성을 이야기 하지 않으면 설명이 부족하거나 여러 국면, 삶의 연속성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가 반성폭력을 차별과 권력이 지나가는 하나의 지형으로 읽었을 때, 피해자인 사람은 어떤 위치에서 자기를 인식할까 하는 고민이 있다.
첫 번째는 피해자로서 인정받는지에 대한 긴장이다. 피해자인 나에게 일어난 폭력이 부당하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인정을 받아야하는데 이런 인정을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이냐 하는 긴장이 있는 것 같다. 또 하나는 성폭력이 일어나는 지형을 알고 같이 연대하거나 저항하고 벗어나기 위한 행동을 하는 피해자도 있다. 이건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고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반성폭력 운동이 무엇을 드러내는가? 차별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위치에 사람을 머무르게 하는가? 그것을 위해 동원되는 것들은 무엇인가? 이런 것들을 생각해볼 때 반성폭력 운동은 차별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고 차별에 저항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드러낼 것인지 여전히 고민할 필요는 있다. 다른 차별적인 구조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그 안에서 주체가 된다고 했을 때 어떤 주체가 될 것인가? 주체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저항한다는 것을 무엇일까? 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남겨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미투 열풍에 대해 여성노동 연구자는 미투 라는 것 자체가 한국사회의 불안정한 노동 상황에 대한 방증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성폭력 피해를 겪은 이후 처리 규정 등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불안정한 노동형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고 그런 경우 문제제기의 방식이 미투의 형태처럼 SNS를 통한 폭로의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시간은 성폭력이 발생하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차별과 폭력의 구조를 연결하기 위한 많은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아래는 Q&A 시간에 나누었던 내용이다.

Q. 여성은 여성만이 지원할 수 있나? 라는 질문을 통해 연결지점이 있다고 느낀 것은 장애운동에서도 동료상담을 이야기할 때 장애인만 장애인의 동료로써 상담할 수 있나? 누가 누구의 동료인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어떤 사람들을 만날 것인가? 라는 얘기를 계속 하고 있는데 함께 고민을 나누면 좋을 것 같다.

A.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은 무조건 훌륭하고 성폭력피해가 있는 사람은 무조건 공감능력이 좋아서 자격이 아니라 어디서 출발할 것이냐 어디로 가기 위해서 자기 위치성을 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에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제한사항에 대한 충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성찰과 다른 권력에 대한 분석 드러내기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하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기존 반성폭력강의와 어떤 점이 달랐나요?

A. 통상적 강의에서 저는 반성폭력운동을 하는 사람이고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경우 아직 반성폭력운동의 주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사람일 경우 제가 당신들에게 이런 강의를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는 일이고 유용한 일이라는 것까지 아예 설득 하는 내용까지 포함해서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이 강의를 듣는 분들은 우리가 어떤 운동을 해나갈 것인지 이 강의에서 다른 여러 주제들에 대해 공감하거나 내가 다 전적으로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이게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가운데를 얘기하려고 했던 강좌이기 때문에 저 역시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다른 반성폭력 강의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더 주요한 주제로 자리 잡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앞으로 반성폭력운동 강의에서 사람들이 경험한 어떤 차별에 대해 어떤 위치와 조건들이 억압과 폭력이 되었는가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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