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웹소식지>기획>[카타르항공 이동권 차별 대응]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_카타르항공 이동권 차별 대응

장애여성공감 사무국 활동가 조경미

“휠체어의 배터리 승인되지 않아서 비행기에 탈 수 없으세요…어쩔수 없습니다…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답변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8월 17일, 장애여성공감 유럽연수 일정 시작을 위해 출국 6시간 전부터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마침내 체크인 시간 그러나 비행기에 탈 수없단 말이 우리를 가로막았다. 이상했다. 해당 항공사인 카타르항공은 출국 2주 전부터 휠체어 정보가 필요하다며 배터리 종류, 사이즈, 무게, 제품명, 사진 등을 요구했다. 메일, 전화만 해도 수차례. 그 과정에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당사자와 직접 통화하겠다며 확인도 했다. 출국 전날 배터리가 승인되었다는 메일도 받았다. 그런데 당일 갑자기 탑승이 불가하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휠체어 탑승객은 항공권 예약부터 비행기 탑승 전까지 휠체어에 관한 모든 정보를 항공사에 공유해야 한다. 전동휠체어 배터리가 ‘위험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휠체어 배터리가 기내 탑승불가 품목이라면 당사자는 탑승할 수 없는 것일까?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일까? 

3시간, 공항 관계자들에게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며 대책을 요구했던 시간. 관계자들은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고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다. 수군수군대는 소리와 불편한 기색, 무관심 속에서 힐끗대는 눈빛이 우리를 에워쌌다. 출국 절차를 밟는 사람들 사이에 우리는 민폐를 끼치는 장애인이 되었다.

“무작정 타겠다고 하고 하면 저희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요. 고객님 때문에 다른 승객들은 안전하지 않아도 되나요” “(항의를 하는 우리에게) 우리는 잘못이 없는데 왜 화를 내세요, (이 일처리를 하는 것은) 책임지는 게 아니라 여러분을 도와주는 거예요”

다른 탑승객의 쏟아지는 시선과 어거지를 부리는 사람 취급하는 항공사의 태도는 지속되었다. 마침내 사전 전달한 휠체어 배터리 정보가 예약팀 담당자 간에 잘못 전달이 되었다는 항공사의 과실이 파악됐다. 우리가 3시간 동안 본사에 전화를 하고, 현장에서 책임자를 4차례 바꿔가며 똑같은 설명을 한 결과였다. 그제서야 관계자는 휠체어 배터리 정보를 다시 도하공항 쪽에 전달한다고 했다. 예약팀 실수이지 지상팀 실수가 아니라는 설명만하며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그리고 15분 만에 탑승이 승인됐다. 직접 모든 공항 관련자들에게 설명하고 강력한 항의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과연 우리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을까?

장애인이 ‘배려나 도움’을 구하지 않고 ‘권리’를 말할 때 사회는 불편함을 드러낸다. 그리고 과도한 요구라고 한다. 20년 전 오이도역 리프트 참사에 대해 책임지고 이동권 완전 보장을 말할 때, 20년이 지난 지금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사회에서 살자며 매일 출근길 지하철에서 장애인권리예산보장을 말할 때도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냐며 왜 다수의 시민을 불편하게 하냐고 한다.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계획한 일정을 위해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민’에 장애인을 상상하지 않는다. 사회적 가치에서 후 순위로 밀려나도 괜찮은 몸, 이를 문제제기하면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는 몸. 기다리라는 말로 이동권 부재에 대한 책임이 지워질 때마다 켜켜이 몸에 쌓이는 차별, 위축, 포기의 감각들은 내가 정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인지 스스로 의심하게 한다. ‘이대로 탈 수 없는 걸까?’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쳤을 때 이것이 차별임을 함께 목소리 내고 싸우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으로 모욕당하며 문제의 본질과 책임을 지우는 논리에 숨은 불평등한 구조와 차별을 알고 있고, 일상에서 매일같이 투쟁하기 때문이다. 

권리와 안전의 충돌이라는 이분법으로 얘기해선 안되는 순간이었다. 휠체어 배터리가 사전에 승인해야 하는 품목이라면 미리 확인하고, 만약 어렵다면 대책을 함께 소통하는 등 그 과정의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 절차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별 당사자의 탓으로 설명해선 안된다. 장애인 탑승객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매뉴얼과 안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카타르항공은 탑승 과정에서 적절한 안내와 사과,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장애 차별적 발언을 했다. 공감은 이에 대한 항공사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대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카타르항공은 휠체어 배터리 종류에 대한 내부 소통 오류의 문제로만 이야기했다. 공감은 이를 장애인 이동권 차별로 엄중히 인식하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10월 11일 오늘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촉구 삭발결의식 121일 차, 혜화역 선전전 204일 차. 우리의 투쟁은 진행 중이다. 이동권 완전 보장까지, 권리가 특별한 배려가 되지 않는 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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