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 산전검사, 장애와 관련된 나이로비 원칙

2018년 8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와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장애여성을 비롯한 모든 여성들의 성과 재생산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어서 2018년 10월에 케냐 나이로비에서 성과재생산권리 분야 전문가들, 장애인운동 및 여성운동 활동가들이 모여서 임신중지 권리에 중점을 두고 장애인의 권리와 여성의 권리를 교차하는 문제의식에 대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가이드라인 <The Nairobi Principles on Abortion, Prenatal Testing and Disability>에 장애여성공감도 2019년 연명한 바 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와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공동성명과 나이로비 원칙을 한국어로 번역한 내용을 공유한다.

나이로비 원칙 원문은 아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nairobiprinciples.creaworld.org/

 


모든 여성, 특히 장애여성의 성과 재생산 건강을 보장하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와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공동 성명 (2018.8.29)

 

장애인권리위원회(CRPD)와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여성들이, 특히 장애여성이 성과 재생산 건강 및 권리에 대한 접근가능 하도록 당사국들이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온 점을 높이 평가한다. 그렇지만 두 위원회는 이런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보호받는 데 전 지역에 걸쳐 여전히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당사국들이 이와 관련하여 더 많이 노력할 것을 요청한다. 또한 위원회는 국제 인권 규범을 준수하는 면에서 역행하거나 퇴보하는 흐름이 커지면서, 교차하는 형태의 차별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장애여성을 비롯해 여성들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위협하고 있는 점도 우려한다.

두 위원회는 성평등과 장애인 인권이 상호적으로 강화하는 개념이라는 점, 그리고 정부 당국은 장애여성을 비롯한 모든 여성들의 인권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정부 당국은 성과 재생산 건강 및 권리와 관련하여, 장애여성을 비롯한 모든 여성들의 권리가 존중되고, 보호받고, 충족되도록 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정부는 어떤 형태의 차별도 없이 여성들의 성과 재생산 건강 및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관련된 서비스와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여성의 재생산 건강에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이는 생명, 건강, 법 앞의 평등 및 법의 보호, 반차별, 프라이버시, 신체적인 통합성(bodily integrity), 고문과 학대로부터 자유로운 상태 등 다양한 차원에서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CEDAW는 성과 재생산 건강에 관련된 여성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것은 “자율성, 프라이버시, 비밀보장, 정보에 근거한 동의와 설명(informed consent and choice)등에 대한 권리를 비롯해 여성의 인권과 상응하는 모든 의료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 당국은 비국가 행위자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의 간섭을 받지 않는 불간섭 원칙을 보장해야 하고 여성들의 성과 재생산 건강에 관련해서 장애여성을 비롯한 여성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성과 재생산 건강에 대한 접근성에 기반한 인권은,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관련해서 하는 결정은 개인적인 영역이라는 점을 인식한다. 그리고 임신 중지 서비스를 비롯한 성과 재생산 의료 서비스와 관련된 정책과 법 제정의 핵심에 여성의 자율성을 놓는다. 정부 당국은 장애여성을 비롯해 여성들이 성과 재생산 건강에 관해서 자율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효과적인 방식을 도입해야 하고, 이 분야와 관련해 여성들이 증거에 기반하고 편견이 배제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모든 결정은 자유롭게 이뤄져야 하며, 장애여성을 비롯한 모든 여성들이 강제적인 낙태와 피임, 그들의 의지에 반해서 이뤄지거나 설명 동의없이 이뤄지는 불임 시술을 당하지 않게 보호해야 한다.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임신 중지를 진행했다고 낙인을 받아서도 안 되고, 그들의 의지에 반해서 이뤄지거나 정보에 근거한 동의 없이 이뤄지는 낙태나 불임 시술을 강요 받아서도 안 된다.

정부 당국은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원인을 다루는 CEDAW와 CRPD 협약의 각각 5조와 8조 하의 의무를 다해야만 한다. 이런 의무는 장애 아동의 부모에게 관련된 지원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차별적인 태도를 바꿔 나가고 장애인, 특히 장애여성을 향한 권리와 존엄성을 확대하는 것을 포함한다. 뿌리 깊은 고정관념과 낙인을 영속화하는 보건 정책과 낙태법들은 여성의 재생산 자율성과 선택권을 약화시키며 이런 법과 정책들은 차별적이기 때문에 폐지되어야 한다.

CEDAW와 CRPD 협약에 부합하도록 성 평등과 장애인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정부 당국은 모든 상황에서 임신중지를 비범죄화하고 장애여성을 비롯한 여성들의 자율성을 완전히 존중하는 방식으로 법제화해야 한다. 두 위원회는 정부 당국에게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포함하여 성과 재생산 건강 및 권리와 관련한 당사국의 의무를 시행하려는 모든 노력을 다하는 차원에서, 장애여성을 비롯한 모든 여성의 재생산 선택권과 자율성을 보호하는 인권 기반의 접근방식을 채택할 것을 요청한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여성차별철폐협약의 이행을 감시하는 23명의 독립적인 전문가들로 이뤄진 조직이다. 장애인권리위원회(CRPD)는 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을 감시하는 18명의 독립적인 전문가들로 이뤄진 조직이다.

 

 


 

임신중지, 산전검사, 장애와 관련된 나이로비 원칙

(Nairobi Principles on Abortion, Prenatal Testing, and Disability)

 

서문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비롯한 성과 재생산 권리가 성과 재생산 권리 옹호자에게, 그리고 장애를 가진 여성과 소녀들에게 중요한 우선순위라는 점을 확언한다. 그리고 자율성, 평등, 건강 관리에 대한 젠더 및 장애 감수성을 갖춘 논의가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과 장애인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상충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성과 재생산 권리, 특히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이 전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위협받고 있으며, 이런 성과 재생산 권리를 제한하려는 낙태 반대 옹호자들이 장애인 권리의 언어를 종종 끌어들인다는 점을 알고 있다.

 

전 역사를 통틀어 장애인, 특히 장애여성과 소녀들이 우생학 정책의 대상이 되어왔고, 이런 정책은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법과 정책에 계속 영향을 끼쳐왔으며 특히 재생산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거나 강요하고 이들의 신체적인 자율성, 성과 재생산 자율성을 부정하며 정보와 교육, 성과 재생산 권리를 실현하는 방식에 접근을 차단해 왔음을 밝힌다.

 

우생학의 부정적인 유산을 버리고, 성과 재생산 권리 운동과 장애인 운동 사이의 생산적인 대화를 촉구한다. 이런 대화가 장애를 가진 여성과 소녀들이 임신 중지 권리에 대한 논의에 온전히 참여하고 그들의 권리가 이 논의에 충분히 고려되도록 보장할 것이다.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비롯한 성과 재생산 권리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장애를 가진 여성과 소녀가 중요한 기여를 한다는 점, 그리고 장애여성에게 영향을 끼치는 논의에 그들이 참여하는 것이 장애여성의 권리와 모든 여성, 그리고 모든 장애인의 권리 모두를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식한다.

 

최근의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와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공동성명 <모든 여성, 특히 장애여성의 성과 재생산 건강을 보장하기>를 환영한다. 특히 이 성명이 임신중지에 관한 인권 기준을 진전시켰다는 점에서 이 성명이 만들어낸 진보적인 면을 환영한다.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를 지지하기 위해 옹호자들이 성과 재생산 권리, 그리고 장애를 가진 여성과 소녀의 권리에 함께 집중하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는 점을 상기한다.

 

 

원칙

  1. 우리는 사람이 태어날 때 인권이 시작되며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인식한다.
  2. 우리는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이 우리 작업의 지침이라는 점을 확언한다. 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몸과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과 재생산 건강 및 권리 (SRHR)에 대한 우리 작업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우리는 임신한 사람과 장애인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의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을 옹호할 것이다.
  3. 우리는 여성과 임신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임신할 것인지, 임신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을 확언한다. 그리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 지와 관계없이 결정을 할 때 과학적이고 증거에 기반하며 편파적이지 않은 모든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을 확언한다. 누군가 자신의 임신에 대해 개인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우생학적 실천이 아니며, 자신의 임신에 대한 선택을 할 때 누구도 차별을 행사하지 않는다.
  4. 우리는 비장애중심주의가 만연하며 장애인이 그들의 삶의 많은 부분에서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겪고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 이런 차별은 장애에 대한 낙인과 장애인의 삶은 가치가 낮다거나 장애인이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에 부족한 주체라는 생각을 지속시키는 문제적인 고정관념 때문이다. 우리는 장애인에 대한 낙인이나 차별을 지속시키지 않는 SRHR 관련 법, 정책, 관행들을 옹호할 것이고, 우리의 옹호 활동 속에서 낙인화하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5. 우리는 SRHR 접근성을 제한하는 법, 정책, 관행들이 인권 침해를 일으킨다는 점을 인식한다. 특히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하기 위해 범죄화하는 것은 모성 이환율과 사망률 증가를 비롯해 여성의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점을 인식한다. 임신중지를 형법이나 다른 방식으로 제한을 두는 것은 국제 인권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장애에 대한 낙인을 없애거나 장애인을 지지하는 방식도 아니다.
  6. 우리는 모든 예비 부모들이 임신을 지속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에 대해 정보에 근거한 결정(informed decision)을 내리도록 지원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산전 검사와 상담 과정에서 비장애중심주의를 방지하는 것처럼 소수자 우대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확언한다. 동시에 모든 부모들이 권한이 부여된 환경에서 행동할 수 있고, 장애 아동이나 혹은 그 외에 사회적으로 배제된 아이를 비롯해서 어떤 아이든 키우는 데 필요한 사회적, 경제적 지원을 받도록 보장해야 하고 공적/사적인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장애인의 권리와 참여를 증진해야 한다.
  7.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당사자가 요청할 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갖도록 옹호하는 데 전념한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우리는 사유로 제한하지 않는 안전한 임신 중지 권리를 인정하고 임신중지 접근성을 장려하는 국제 인권기준을 옹호하거나 지지할 것이다. 임신중지가 특정한 이유에서만 가능하거나 옹호활동을 여전히 특정한 사유를 확대하는 전략에만 국한되어 있는 등 제약이 심한 상황에서는 법이 여성이나 장애인에 대한 낙인과 소외를 심화시키는 데 이용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8. 우리는 임신 중지에 대한 부분뿐만 아니라 재생산 정의의 모든 영역 안에서 장애인의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강압적인 낙태, 피임, 불임 시술과 같이 장애를 가진 여성과 소녀에게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인권침해에 대한 재생산 정의가 중요하다. 우리는 임신을 지속할지의 여부를 비롯해서 재생산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결정할 때 법적 행위능력을 박탈당한 사람을 포함해서 장애를 가진 여성과 소녀들의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을 지지할 것이다. 우리는 성과 재생산 건강 관련 물품과 서비스가 물리적으로, 경제적으로 접근가능 하도록, 그리고 성과 재생산 건강에 대한 정보와 의사소통이 접근가능한 형태로 제공되도록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성과 재생산 건강에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장애인의 부모 될 권리를 지지하며 장애나 경제적, 사회적 장벽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장애인에게 이런 권리가 제한되어서는 안 되고, 장애를 가진부모는 활동보조나 양육에 필요한 다른 지원들을 비롯해서 보조생식기술이나 입양에도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한다.
  9. 우리는 다양한 그룹[1]의 장애여성들을 모든 이슈에 대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포함시킬 것이다. 우리는 장애에 특화된 논쟁 뿐만 아니라 성과 재생산 건강 및 권리의 모든 영역 안에 장애여성들의 참여를 보장할 것이다.
  10. 우리는 법, 정책, 프로그램에 대한 대화를 위해 접근 가능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비롯해서 SRHR 관련 정보, 의사소통, 물품,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지지할 것이다. 우리는 접근 가능한 정보, 의사소통, 물품, 서비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지침을 위해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문의할 것이다.
  11. 우리는 모든 종교적, 윤리적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재생산 선택의 가능성과 제한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실제로 다양한 종교적 배경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종교적 신념과 일치한다고 여기면서 임신중지 권리를 지지하고, 개인적으로는 낙태를 반대할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관점을 강요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안타깝게도, 일부의 종교 관계자들은 임신중지 접근성을 제한하기 위해 장애인 권리의 언어를 끌어들인다. SRHR에 대한 법과 정책은, 특정한 공동체 안에서 어떤 믿음들이 지배적일지라도 개인적으로 유지되는 그런 믿음보다 과학적으로 타당한 증거와 인정되는 인권기준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12. 산전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산전 검사와 진단 과정에서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이 임신한 사람들에게 중립적이고 편견없이 증거에 기반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전문적이고 윤리적인 기준을 옹호할 것이다. 그리고 서비스 제공자들이 장애인의 권리와 살아있는 현실에 기반해서 훈련을 받도록 하거나 이런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관련자들에게 문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내용을 옹호할 것이다.
  13. 우리는 장애인운동과 여성운동 모두에서 젠더와 장애가 주류화 되도록 하는, 운동을 교차하는 교육(cross-movement education)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1]우리는 장애여성의 다양한 재현을 보장할 것이다. 특히, 성과 재생산 권리를 실현하는 데 복합적이고 교차적인 형태의 차별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드러나도록 할 것인데 다음과 같은 사람들을 포함하지만 여기에 제한되지는 않는다: 지적장애여성, 정신장애여성, 농인 여성, 시청각 장애여성, 백색증이 있는 여성, 장애가 있는 원주민 여성, 민족적/종교적으로 소수자인 장애여성, LGBTQI 장애여성 등

 

[낙태죄 위헌 결정에 대한 장애계 논평] 낙태죄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환영한다. 이제 모든 사람의 성과 재생산권리를 제대로 만들 때이다.

[낙태죄 위헌 결정에 대한 장애계 논평]

낙태죄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환영한다. 이제 모든 사람의 성과 재생산권리를 제대로 만들 때이다.

지난 4월 11일은 한국사회의 헌법재판 역사에 중요하게 기억될 것이다. 우리 장애계는 2017년 한센인에 대한 행한 강제 단종수술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또 하나의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이제 장애와 질병을 가졌다는 이유로 생명과 인권을 박탈했던 역사를 반성하고, 이로 인해 차별과 억압을 받았던 이들에게 국가가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 이러한 사과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우생학적 정책, 시설수용을 통한 격리 정책에 대한 폐지와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태아의 생명권 대 여성의 선택권”의 구도가 해체되었다는데 의미가 크다. 두 가지의 권리는 충돌하는 것이 아니며, 두 가지의 권리를 모두 보장하기 위해서 낙태죄가 폐지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이제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에서 탈피해야 한다. 태아의 생명권 보호는 국가의 의무이다. 그러나 태아의 생명권 보호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생명보다 무겁지 않다. 태아는 이후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기에 너르게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생명 보호 의무가 차별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있다. 국가는 과연 현재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의 생명권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답해야 한다.

 

이번 헌재결정의 아쉬움이 있다. 이번 결정은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다루면서 모자보건법에서 규정한 인공임신중절 허용사유가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하였고, 그 허용 범위가 너무나 협소하여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모자보건법 상 허용사유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모자보건법상 허용사유는 형법상 낙태죄 유지에 기여하였다. ▲모자보건법은 인공임신중절 허용사유를 통해서 생명을 선별하고 차별하였다. ▲이로 인해 수많은 장애인/비장애인을 막론하고 시설에 수용된 이들은 때로 적법한 절차도 생략된 채 강제 불임시술, 낙태수술을 받아왔다. 모자보건법이 가진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는 것은 이후 대체법안 마련을 위한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하며, 모자보건법을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 전면 폐기 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모두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제 장애인의 생명을 어떻게 차별 없이 보호할 것인가와 관련해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사유와 기간을 규제하는 것으로 장애감별낙태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크다. 지금까지 낙태죄가 있는 상황에서 24주 이내 매우 제한적으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허용해온 상황에서도 태아의 장애는 쉽게 감별되고, 유산이 당연시 되어왔던 사회문화적 맥락이 있다. 게다가 배아와 태아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점차 민간시장영역에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임신당사자의 결정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국가가 앞으로는 장애아의 감별 낙태를 반대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민간시장에 무분별하게 유전자 검사를 열어주며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기만적 행위를 한다면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가의 통제와 시장에서의 선택 이분법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의 성과 재생산권리를 보장하는 것, 그리고 모든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임신의 당사자가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다양하고 양질의 정보와 상담을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 장애인의 차별을 철폐하는 것, 장애인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여아감별낙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성차별을 철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모든 임신의 당사자들이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장애계는 더 많은 정보와 의견을 사회적으로 말할 것이다. 국가는 그 정보의 통로를 마련하고 최선의 결정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

 

마지막으로 우리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해서 반대하기 위해 여성의 결정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리와 여성을 공격하는 운동에 동원되는 것을 거부한다. 그들은 장애인이 경험하는 차별에 아무 관심도 없으면서 장애인을 구원하겠다고 한다. 빈곤층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지원하자고 하면서 불평등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목소리가 우리를 대변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삶은 태아일 때와 이후의 삶으로 나눠지지 않는다. 태아만을 보호하는 목소리는 현실의 차별과 불평등을 부정하며 단지 미래를 꿈꾸라는 목소리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장애해방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구원이 아니라 평등을 원한다.

 

2019년 4월 17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여성공감

공지사항

장애/여성 재생산권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 최종 보고서

여는글 | 04
사업개요 | 06
[1차 연속포럼] 여성운동계 포럼 | 08
[2, 3차 연속포럼] 장애여성자조모임 및 장애여성, 자립생활센터 활동가 포럼 | 46
[4차 연속포럼] 장애운동계 포럼 | 62
[종합토론] | 92
번역글 “산전 유전자 검사에 대한 장애인 권리 운동의 비판: 성찰과 조언” | 132

2017년 「독립정책배달, 한다」 2호: 장애여성 그리고 생리 <축복도 저주도 아닌 나의 월경>

내 돈 주고 어떤 발암물질을 살까 고민해야 하는 요즘
정부와 기업의 미온적인 태도는 우릴 더욱 빡치게 하고!
계란과 소시지는 ‘파동’이지만 생리대는 ‘논란’이 되는
여성의 건강권이 보장되지 않는 지금, 「한다」2호의 주제는 ‘장애여성과 생리’입니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스스로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장애여성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있을까요? 「
한다」2호는 2003년에 발행된 공감의 잡지에 실린 글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는데요.
2003년의 장애여성의 이야기가 2017년과 어떻게 만나는지 볼까요?

활동보조가 제도화되지 않은 시절 장애여성의 생리는 ‘귀찮고 쓸데없는 것’으로 여겨지곤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여성들은 자신의 생리를 긍정화하기 어려웠고 가족과 시설의 수술 권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재생산권과 선택권은 보장될 리 없었죠.

14년이 지난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요?
신변보조를 받을 때의 복잡한 감정, 다양한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은 여전합니다.
생리대가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생리컵이나 천생리대를 선택할 수 없는 장애여성. 이는 빈곤여성을 비롯한 다른 경험과도 만날 것입니다.

생리를 단순히 ‘아이를 낳기 위한 수단과 과정’으로만 여기지 말라고 말하지만
‘요즘 여자들은 애도 안 낳으면서 생리한다고 징징대냐’는 말을 여전히 듣고 있습니다.
동시에 장애여성은 출산과 상관없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죠. 이 고민을 어떻게 풀어낼까요?

생리경험을 통해 장애여성의 여성성에 대해 말하면서도 생리만으로 여성성을 규정하지 않으려 했던 그 때의 고민.
그리고 여전히 부재한 선택지.
축복도 저주도 아닌 우리 모두의 생리. 하루빨리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생리할 권리를 보장받길 바랍니다.

#독립정책배달한다 #장애여성그리고생리 #축복도저주도아닌나의월경

[장애x젠더, 재생산을 말하다] 인권오름. 비마이너 공동 연속기고 모아보기

장애여성공감 주관으로 진행된 <장애/여성 재생산권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 기획단>은 2015년 작년 한 해 동안 네 차례의 연속포럼 (여성운동계, 장애운동계, 장애여성자조모임, 장애여성활동가)과 한 차례의 종합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긴 과정을 통해서 장애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말하기와 국가주도의 인구정책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결과물을 담아 인권오름과 비마이너에 12월부터 2월까지 8차례의 연속기고를 진행했습니다.
올해도 <장애/여성 재생산권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 기획단>을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링크를 클릭하시면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장애x젠더, 재생산을 말하다]
장애/여성 재생산권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 활동 과정과 의미
박서연 (장애여성공감 연구정책팀 활동가)
 
 
[장애x젠더, 재생산을 말하다]
장애인이 낳는다는 것, 장애인을 낳는다는 것 – 장애인이 산다는 것
안팎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활동가)
 
 
[장애x젠더, 재생산을 말하다]
출산을 결정하는 여성, 여성을 결정하는 사회, 사회를 마주하는 장애
김재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장애x젠더, 재생산을 말하다]
재생산하는 몸과 건강의 의미
이유림 (건강과 대안 연구원)
 
[장애x젠더, 재생산을 말하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결정권’ 차원을 넘어 ‘재생산 정의’로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GP네트워크 팀장)
 
 
[장애x젠더, 재생산을 말하다]
재생산권, 장애인권을 둘러싼 인권규범의 지형
류민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장애x젠더, 재생산을 말하다]
인구는 사실이 아닌 정치다!
– 국가주도의 인구정치에 도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재생산권리 관점
백영경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인류학 교슈)
 
 
[장애x젠더, 재생산을 말하다]
재생산권리, 페미니즘과 장애정치의 만남을 통해서 길 찾기
나영정 (장애여성공감 정책연구원)
 
 
 
공지사항

15호 (기획 : 몸2)

목차
01 여는 글
02 기획포토
03 기획  발달장애여성 인권캠프 “우리 몸의 즐거운 기억”
04        발달장애여성 회원 대담 “많고도 많은 우리의, 일”
05       발달장애와 몸 : 몸의 경험을 나누기, 관계에 대해 성찰하기
06 리뷰  새로운 도전과 시도는 계속된다! 6기 장애여성학교
07       장애여성 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양성과정을 듣고
08       2015 지적장애여성합창단 일곱빛깔 무지개의 인권과 노래를 마무리하며
09       장애여성공감 춤추는 허리 공연 리뷰 : 도전을 멈추지 않는 춤추는 허리
10       장애여성 독립생활운동 10년, 젠더적 관점에서 IL운동을 말하다
11 액션,두근두근  2015년 21회 일본 피플퍼스트 연수 참가기  -발달장애인이 먼저였던 1박 2일. 그리고 남겨진 363일.
12                         장애여성의 재생산 경험을 듣고 기록하기
13 이슈  성평등 실현의 걸림돌이 된 여성가족부
14          박근혜정부의 ‘지자체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15 마을정보   변화를 만드는 아름다운 가게 고덕점
16 기고   4.16 인권선언의 의미 – 존엄과 안전에 관한 인권선언의 ‘운동’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의 사회를 준비하자.
17 문화비평    <유아 낫 유> 리뷰 : 나를 상실하지 않는 법
18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리뷰 : 천재 장애인과 그의 아내의 지난 이야기
19 활동가칼럼   어느덧 20년이란 시간이 흘러…
20 활동보고
21 공감과 만나다      도전하는 즐거움, 공감!
22                             공감과 만나다
23 천호동 소식        메르스가 남긴 것
24                            악기반 소감문
25 공지사항
26 고마운분들
* 위의 내용을 인용하실 경우 장애여성공감 출처를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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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기획:장애여성 관점에서 재생산권 논의를 시작하며)

여는 글

2014년 리뷰
    -. 정말 도움이 되는걸까?
    -. 두 번의 교육 그리고 성장통
    -. 고민 많던, 지적장애여성 ILP “나는 돈보다 중요해!”
    -. 장애인, 학부모 당사자로서 장애이해교육을 진행하는 것
    -. 공감을 위한 모니터링

액션,두근두근

   – 2박 3일간의 역동, 발달장애여성인권캠프

기획. 장애여성 관점에서 재생산권 논의를 시작하며
-. 우생학 비판과 탈병리화에서 시작하기
-. 재생산권 논의의 쟁점과 한계

이슈
-. 시민이 제정한 인권헌장, 서울시는 왜 부정하는가?
-. 드러나는 사건들, 늘어나는 무죄 :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 최근 판결 분석

정보나눔
   -. 변화하는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연재
-.장애와 퀴어  2. 반성폭력 성문화운동에서 장애와 퀴어를 인식하기
문화비평
-. 몸의 아픔을 이야기하기, 타인의 고통을 듣기, 공명하기
    -. 리즈베트들
장애여성학교
    -. 한글반
    -. 합창반
    -. 연극반
    -. 장애와 여성주의반
    -. 미술반
활동가칼럼
-. 공간에서 공감으로
활동보고
공감과 만나다
-. 장애인의 인권을 위해, 다양하고 활기차게!
     -.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해하기
천호동소식
공지사항
고마운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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