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강좌 <자기결정권을 둘러싼 쟁점>: 1강 ‘프라이버시와 차별’ 후기

사생활,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

 

작성: 이은지(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이불 밖은 위험해, 이불 안은 안전할까?

자기결정권 기획강좌 첫 강의인 ‘프라이버시와 자기결정권’ 강의에서는 사적인 것의 의미부터 시작하여 억압, 선택으로서의 프라이버시, 프라이버시의 박탈과 강요 등의 내용을 다루면서 적극적 권리로서 프라이버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라이버시란 무엇일까? 강의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혼란이었다. 강의에서 예시로 들었던 사례처럼 어떤 경우엔 ‘사적’ 이라는 이유로 간섭을 금지하기도 하고, ‘사적’인 것인데 국가에서 통제하고 간섭하기도 한다. 같은 단어를 억압을 위한 단어로 다르게 사용하고 있어서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 흔히 집 밖에 나가기 싫어할 때 농담처럼 쓰는 말이고, 이 얘기를 들을 때 이불 속이라는 사적인 공간은 가장 편안하고 안락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정말 이불 안이라는 사적 공간은 위험하지 않은 곳일까?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사적인 것은 더 이상 사적이다 라고만 이야기할 수 없다. 사적공간이 남성이 여성을 억압, 착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사적공간을 안전하게 누릴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자기결정이라는 단어를 보면 ‘나’라는 개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말 같지만, 실제로는 개인의 결정 안에 너무 많은 제약과 간섭이  따라붙는다.

 

내 삶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

내가 가고 싶은 공간에 가는 것, 당연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지지만 전혀 당연하지 않은 일이다. 가고 싶은 공간이 비용이 발생하는 곳이라면 그 비용을 낼 수 없는 사람은 공간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고,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공간일 수도 있고, 공간 안에서 차별과 무시를 받는다면 그 곳에 가는 것은 ‘허락되지 않은 일’이다.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걸려오는 스팸전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CCTV 등 개인의 생활은 너무 많이 노출되어있다. 그중에서도 강의에서 이야기된 내용처럼 소수자일수록 사적인 것이 사적인 것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거주시설이라는 물리적 공간은 프라이버시의 착취와 강요가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상징이고, 개인이 개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곳이다. 이처럼 내 삶을 내가 결정하는 것은 나의 결정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다양한 인간의 기본적 조건으로 프라이버시를 보장받는 것이 자기결정권 운동이라는 내용으로 강의는 마무리되었다. 나다움을 유지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이 혼란스럽지 않은 일이 되길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서 연결된 ‘개인’들이 ‘사적이지만은 않은 사생활’에 뒤섞인 차별을 함께 깨뜨려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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