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강좌 <자기결정권을 둘러싼 쟁점>: 6강 ‘의료결정권과 존엄사의 쟁점’ 후기

삶과 죽음의 존엄함은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

 

작성: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의료결정권에서 쟁점 중 하나는 자율성을 어떻게 존중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한다. 자기결정권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자기결정이 가능한 개인과 동의를 중요한 요소로 본다는 것이다. 특히 동의의 문제에서 정보이해력, 제공된 정보를 비교해서 평가할 수 있는 능력, 치료결정에 관해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의료적인 입장에서는 의사결정능력을 갖췄다고 본다. 그러나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은 신뢰관계자, 친밀한 누군가, 전문가의 관계 속에서 영향을 받고 갱신될 수밖에 없다. 현재 생명윤리가 자율성존중=설명 동의로 단순화되는 문제, 결정 능력 혹은 자격이 있는 사람이 정보를 체크한다면 자율적인 선택이라고 확신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한다.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앞두고 쓰는 환자 동의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떠올려 봐도 비판에 동의가 된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장애여성의 장례식을 치르려 하지 않은 혈연가족이 있었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은 ‘이렇게 보내면 안 된다’고 맞섰다. 죽음은 살아있을 때 죽은 이가 놓여 졌던 삶의 처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존엄사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보장할 것인가? 윤리적인 문제라고 하지만 윤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자원과 권한은 모두에게 동등 할까?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이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는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지금의 삶의 처지와 맞닿아 있다.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가야하는 상황이 나 혹은 나와 친밀한 이에 닥칠 때, 당사자를 잘 알고 선택을 조력할만한 사람들이 실제로 이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장애인의 경우 일상적으로 의사가 대리, 대행되는 경험을 자주 한다. 법적 가족이 아닌 경우 친밀하며 신뢰할만한 관계의 동성 파트너가 나의 결정에 개입하기 어렵다. 실제로 내 삶에서 밀접하게 나를 조력하는 이들이 의료결정과 연명치료/중단에 개입할 자격을 갖지 못한다. 주요한 결정에 개입하는 사람들이 법적 가족과 전문가에게 국한되지 않고, 내 삶의 토대를 이뤘던 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존엄한 삶과 죽음의 권리가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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