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발언]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1년 맞이 기자회견 : 장애여성 <프라이버시와 성적 즐거움을 찾는 성교육>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1년 맞이 기자회견 자유발언 : 장애여성 /프라이버시와 성적 즐거움을 찾는 성교육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이진희

제가 들고 있는 이 책은 2009년 장애여성공감에서 장애인 거주시설의 발달장애여성들과 성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 책으로 발달장애여성과 성교육을 해보고 싶다고 장애인 거주시설을 찾았을 때, 시설은 절대로 이런 내용은 안된다, 차마 펼쳐보기도 낯 부끄러운 책이다 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참여자도 성에 대해 자극 받으면 안되는 사람을 시설 측에서 구분했습니다. 이런 내용의 성교육을 우리 ‘아이들’에게 시킬 수 없다 였습니다. 가장 안전하게 장애인들을 관리한다는 그곳에서는 강제불임시술, 사생활 통제와 같은 성적 권리를 침해하는 많은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에선 “다른 사람이 안 보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없고(38.3%), 목욕을 다른 사람과 해야 하는(55.2%)” 프라이버시 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성적 실천은 문제 행동이 되고 자위, 연애 금지라는 규율은 당연한 것이 되었지만, 성폭력은 외부에 쉽사리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시설 성폭력 사건들이 이것을 증명합니다.

장애와 질병을 낙태 허용 사유로 둠으로써 태어날 가치가 있는 생명에 위계를 두고 차별하는 모자보건법 14조도 있습니다. 의학적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국민으로서 부적격한 자를 선별하는 것으로 장애인의 생명권은 위협받습니다. 낙태죄로 억압해왔던 출산의 정상성과 모자보건법의 허용 사유가 통제하는 출산의 비정상성이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의 재생산권을 통제해 왔습니다. 우생학적 정책, 시설수용을 통한 격리 정책으로 국가는 장애인을 감금하였고, 성과 재생산의 권리를 통제해 왔습니다. 국가의 역할인 권리 보장이란 책무는 자연스럽게 은폐되었습니다. 국가는 이 공간에서 차별받아온 사람들의 재생산 경험, 강제 불임실태 조사를 시작하고, 사과하는 것으로부터 책임을 시작해야 합니다.

허락된 장소에 몸을 놓여야 하고, 원하지 않는데 몸을 보여야 했습니다. 월경에 대한 원리와 정보에 대한 이해는 물론, 어떤 약으로 월경이 중단되었는지 알 수 없는 환경입니다. 자위는 주로 장애남성에게 이루어지지만 성적 즐거움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탈적이라고 규정하는 모든 성적 행동을 금지하기 위한 조치인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여성은 자위에 대한 정보는 당연히 금기시 됩니다.

몸에 붙여진 이름표는 나를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구분하기 위한 표식, 언제나 정해진 길로 시설 종사자의 뒤를 따라가야 했던 방향, 외출 한번 하던 그날에도 통제되었던 시설화된 삶과 몸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몸에 대한 권리와 존엄이 빼앗긴 그 자리에 성과 재생산의 권리도 없었습니다.

. 폐쇄된 한정된 관계와 공간, 공동생활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공적공간과 사적공간의 구분의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 사생활의 권리를 보장 못 받고, 경험한 바가 없는데 타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습니다. 사회는 한결같이 ‘발달장애’로 인한 ‘어떤 특성’에서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문제 행동이기 때문에 몸을 훈육해 왔습니다. 치료와 지원이 내 몸과 욕망을 탐구하고 권리를 실현하는 것을 지지하기 보다 통제하는 것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차별의 당사자이며 목격자인 장애여성들은 멈춰있지 않았습니다. 탈시설을 말하고 재생산 권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자원과 사회의 불인정 속에서 자신의 욕망과 실천 속에서 동료들과 손을 잡고 자신의 세계를 알리고 성적 권리를 실현하려고 합니다.

사회가 포착하지 못한 이들의 욕망과 움직임들이 새로운 세계로 우리 모두를  이끌 것입니다. 프라이버시를 보장받기 위한 싸움, 어떤 성교육이 필요한지 내가 무엇을 알고 싶은지 당사자가 요구하는 것, 또한 내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것을 직접 교육하기 위해 나서는 것 등 수많은 활동을 장애여성의 경험과 속도로 해 나갈 것입니다. 

시설내 재생산권 침해 역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대대적으로 해나가야 합니다. 장애여성공감은 탈시설 지원과 성교육 현장에서 시설 거주인의 경험을 나누며 배울 것입니다. 프라이버스와 성적 즐거움을 말하는 성교육을 통해서 시설 거주인이 자신의 경험을 발언하기 시작했을때 거대한 억압의 역사가 드러날 것 입니다.  그러니 이 책은 시작에 불과하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며, 그리고 이러한 실천과 상상력은 다른 소수자들과 만나 낙태죄 폐지 이후 새판 짜기를 해 나갈 것입니다. 

장애여성의 몸과 성에 대해 허락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우리는 내 삶의 공간과 관계를 구축하고, 사회적 자원과 지원을 권리로 요구하고, 성적 폭력만이 아니라 즐거움을 찾는 역동적인 여정을 스스로 시작하는데 참여하고 만들어 갈 것입니다.  정부와 국회는 장애여성의 욕구와 경험 속에서 재생산 권리 전반을 보장할 수 있는 법과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여기까지들었는데 국회와 정부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이 책부터 보라고 던져줘야겠습니다. 앞으로도 성과 재생산권리를 찾는 싸움 만들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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