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허리 이동(異¹動) 프로젝트 과정 공유회 <몸이동> 리뷰
몸이동 과정 공유회를 시작합니다!
고나영(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올해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이하 춤허리)는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요가와 즉흥극, 1인극으로 내 안의 이완과 충동을 만났다. 이동 프로젝트에서 하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것, 익히 또 새로알게 되는 동료의 몸과 일상을 겪으며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 과정은 기후위기-장애-몸-채식-무대-일상경험의 모습으로 영상으로 만들어졌다. 공연이 아닌 중간 과정 공유회로서 20년만에 처음으로 1부 퍼포먼스, 2부 관객과의 대화로 구성했다. 준비 기간 동안 요가 워크숍에서 해온 이완-편안하게 몸을 움직이기, 충동-욕구대로 움직여 보기, 보완-서로 기대어 움직이기로 몸을 푸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퍼포먼스를 하는 동시에 다른 배우의 이야기 속 조형물이 되기도 하였다. 이동 프로젝트 과정 공유회 속 퍼포먼스는 각자의 이야기가 조각조각 모여 지도 밖에서, 채식과 잠수, 파도, 돌, 요가 등이 흐르는 춤추는허리만의 흐릿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지도가 되어 관객들을 만나는 여정으로 향했다.
근데 일단 우리 좀 모일까요?
춤허리의 이동은 언제나 그렇듯 매끄럽지않았다. 약속된 연습 시간까지 모두가 모이기 참 힘들다. 약속한 연습 시간인 1시가 되어도 누군가는 꼭 화장실에 있다. 그럼 연습 시간은 1시간 20분으로 늦춰진다. 이제 모여서 몸 좀 풀까 하면 갑자기 한 명이 사라져서 5분 뒤에 온다. 물 마시러 가거나 잠깐 두고 온 대본을 챙겨 온다. 이러저러하다 1시 30분이 되어 겨우 시작한다. 그리고 매일 각자의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연습의 집중도가 달라진다. 어제까지는 너무 잘해서 모두가 감탄했지만, 오늘은 갑자기 모든 부분에서 실수하거나, 분위기를 이끄는 역할을 하다가도 힘이 부족하거나 몸이 안 좋으면 슬그머니 그 역할을 하지 않기도 했다. 내/외부 스탭들을 신경 쓰다가 혹은 연습 공간이 달라지면 적응하느라 정작 집중을 못하기도 했다. 나도 그 출렁거림에 한몫하면서도 ‘아 또…정말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걸까…왜 다들 한 번씩 돌아가면서 이럴 수 밖에 없는걸까…’라는 고민이 깊어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공연 당일의 분위기는 좋았다. “리허설 때는 큰일 났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본무대가 지금까지 중에 제일 잘했다.”는 동료의 말에 한켠 쓴웃음이 났다. 내 대사 중 ‘나는 우리가 잘 못하는데 장애인이라서 박수받는 것 자존심 상해요’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며 부끄럽게 했다. 무대에서만 잘하는 것. 무대 밖에서의 내 모습은 어떤가? 깊은 고민이 들었다.
[사진 1] <몸이동> 공연 장면. 춤추는허리 배우들이 바람처럼 움직이고, 소리내고 있다. 화면으로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장애여성공감의 회원, 활동가 등이 무대를 보고, 듣고 있다.
여전히 출렁이고 멀미나는 몸, 관계, 일상
내가 춤허리 안에 이런 출렁거림을 겪기 시작한 건 이번이 세 번째이다. 2020년 웹독백극 <춤추는 혼잣말>, 2022 <빛나는>, 그리고 2023 <몸이동>. 실패하고 안주하고 갈등을 애써 비껴내려 할 때마다 ‘이럴 거면 안 하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내가 겪은 것은 고작 세 번이지만 사실상 20년 동안 반복되는 출렁거림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일상연습이 일상적으로 안 되고 매일 네가/ 내가 그만두네 마네 싸우면서도 끝내는 무대에 오르고, 잘하지 못하면 아쉬워하는 상황들을 왜 매번 겪는 걸까. 공유회가 끝나고, 20년 동안 춤허리를 한 지원에게 물었다.
“매년 반복되는 이런 상황을 대체 어떻게 견디고 매년 계속하시나요? 사실 저는 이해가 안 돼요.”
“나도 순간순간 너무 도망치고 싶고, 그만두고 싶고, 분노하고 얄미워. 근데 그게 재밌기도 해.”
“이 과정들이요? 어떻게?!”
”몰라. 그래도 (다른 배우들이) 잘하면 뿌듯하고…여기 아님 내가 나로 설 수 있는 데가 없으니까…그리고 재미있어“
의미 있는 작은 순간들을 찾고, 동료에게서 힘 받는 순간들을 되짚었다. 그리고 다시 깨달음. ‘ 장애여성운동은 교차성을 기반으로 한 운동이고, 몸으로 실천하기가 응축된 현장이 춤허리지만 정말 우리는 그러한가?’ 매일 같이 피드백을 주고받는 서로를 신뢰한다 말하지만 그 말을 의심하거나 외면한다. 활동가로서 무대 안팎의 삶과 일상이 연결되지 않는다. 장애인이라 박수받는 것이 자존심 상하지만 실무는 열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는 장애 없는 몸의 속도가 스스로의 기준이 되고, 돌봄을 받는 것이 나의 자존감을 갉아먹지 않는 순간으로 변화하는 것이 정치적 동료와 연결되는 지점이라는 것을 읽지 못한다. 이 모든 것들이 춤허리 안에서 멀미나는 출렁임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계속해서 몸이동
그래서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변화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내가 움직이면 옆 사람도 움직이고 내가 변하면 옆 사람도 변한다. 반대로 옆 사람이 변해서 내가 변하는 순간들이 있다. 일단 나는 내가 만드는 출렁거림의 빈도를 줄이고 해보려고 한다. 올해는 그걸 목표로 살 것이다. 분명히 잔잔한 바다의 모습은 아닐거다. 올해도 운동을 그만두고 싶겠지만 올해도 그만두지 말아보자. 때론 파도를 만들고, 출렁임에 몸을 맡기고, 출렁이는 파도의 흐름을 바꿔보자. 모순적이고 이상한 이 말이 장애여성운동의 돌봄, 서로의존, 취약성의 절박함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2024년의 춤허리 몸이동도 휘청대며, 앞으로 뒤로 가다 멈추며 같이 가보자!
[사진 2] <몸이동>의 공연 마지막 장면. 서지원이 무릎에 땅에 두고 상체를 일으키고 있다. 다른 배우들이 기어서 지원에게 몸을 붙여 지원을 붙잡고 있다. 고나영이 서지원과 마주 서서 손을 붙잡고 있다. 암전된 무대에 파란 조명이 배우들을 비추고, 뒤 화면으로 파도가 치고 있다.
¹異[이] 다르다. 딴 것. 기이하다. 뛰어나다. 달리하다. 특별하게 다루다. 의심하다. 이상하게 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