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밌게! 의미있게! 교육으로 장애여성의 인권 풀어내기

[재밌게! 의미있게! 교육으로 장애여성의 인권 풀어내기
-2012년 상반기 서울시교육청과 함께한 학교로 찾아가는 성인 대상 장애 이해 평생교육]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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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곡초두산초원당초언주초수암초고척고성산초, 7개교 120여명의 참여자
장애여성공감은 지난 5월부터 서울시 교육청과 함께 <찾아가는 장애인식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 학교마다 총 3회기로 진행되며 참여대상은 초등학교의 학부모님이었다. 공감은 일부 강의를 맡았던 작년에 이어 올해는 교육 전체를 맡게 되었고, 장애여성운동을 하는 우리에게 현장의 문제를 대중과 소통하고 사회변화를 함께 모색하는 소중한 자리였다.
 
무엇부터 고민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할까?
우선 3강안에 무슨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담아낼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방법적으론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 어떻게 변화와 참여의 욕구를 이끌어낼 것인가에 집중했다. 때문에 강사인 우리도 참여대상의 관점을 이해하고 있어야 했다. 참여대상은 자신의 삶의 배경안에서 한정된 정보와 관계로 장애인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간의 경험과 판단에 대해 교육을 통해 수정 하려는 태도보단 왜 내가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을까?’를 의심하게 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30도 고개를 돌려 다른 감수성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기, 그 즐거운 시도
1회차는 <장애인의 일상을 통해 바라본 세상>이란 주제로 장애인의 삶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과 편견을 다룬다. 1회차 강사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여성활동가다. 아침 10시 강의를 위해서 6시부터 장애인 콜택시를 부르고 대기를 한다. 어떤 날은 아침 830분에 도착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일상의 경험이 왜 달라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장애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왜 사회적인 문제인지 고민을 확장한다. 참여자들은 같이 한숨을 쉬고 화도 내고 안타까움 혹은 불쌍함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런 정서적인 공감과 동요는 일단 우호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2회차 <감수성키우기_우리안의 편견과 고민 드러내고 소통하기>는 춤추는 허리가 만들어가는 교육연극 형태다. 모둠별로 어린 시절 함께 학교를 다녔거나 동네에 있었던 장애가 있는 친구를 떠올리며 캐릭터를 만들고 발표하는 시간이다. 자연스럽게 장애학생의 학교생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그때 등장하는 장애학생 지원. ‘지금 여러분들의 그 친구들이 2012년 이 학교로 전학을 왔다. 어떻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을지 들여다보자.’ 쉽지 않은 장애학생 지원이의 학교생활을 보며 주제에 대해 깊이 다가가, 대안을 고민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함께 만든다. 때론 거친 방법이 나오기도 서로 상처를 받을 수 있는 말이 오가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늘 하던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하는 게 아니라 참여자들의 속마음과 갈등을 드러내게 하는 것이다. 그저 아름답기만한 이야기와 결론은 이미 너무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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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참여, 예기치 못한 상상력

3회차는 <차이를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기_장애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준비/변화해야하는 것들>에 대해 다양한 상상을 해본다. 이동권의 문제, 탈시설한 장애여성들의 지역사회 정착기, 장애여성의 재생산권. 참여자들은 아휴 이걸 어떻게 해?’라며 손사레 치시다가도 모둠활동에 들어가면 의욕적으로 변한다. ‘이런 말 해도 되나, 이건 어때요? 아까 뭐라고 하셨죠? 다시 한 번 더 설명해 주세요.’ 어떤 것이든 궁금해 하시는 것에 대해서 막을 필요는 없다. 또한 그건 안되죠,라고 재단하기보단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라고 묻거나 다른 관점으로 고민할 수 있는 질문으로 자극과 동기부여를 하려고 노력한다. 학교마다 또 회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놀라운 것은 학부모님들의 참여율과 적극성이다. 참여자들에 대한 짐작과 정보 파악은 중요하지만 뭔가 한계를 설정하고 만나면 더 큰 것을 놓치게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교육과정,캠프,회원프로그램장애여성공감 15년의 시도들이 학교라는 현장에서 다시 빛나다.
공감은 창립 이래 운동의 내용을 어떻게 공유하고 환류할 것인가, 담론을 담아내고 알려내는 방법적인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래서 다양한 교육방법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많았다. 그런 활동의 내공이 이번 교육을 진행할 수 있게 된 힘이라면 지나친 자화자찬일까? 물론 모든 학교, 모든 회차의 반응이 좋았고, 강사로서의 역량을 100% 발휘한 것은 아니다. 간혹 반응에 따라 준비한 방식을 변형하거나 수위를 조정하는 등 아쉬운 부분을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장애인당사자나 관련 주변인 외의 대중들과 진행한 이번 교육은 의미있는 성과를 남겼다. 참여자뿐 아니라 강사인 우리에게도 자극이 되었으며, 시간이 더 걸리고 어려운 일이지만, 참여와 소통을 통해 함께 세상의 변화를 교육을 통해 도모할 수 있겠다란 가능성도 보았다.
 
여전히 어려운 문제들
기획초기 가장 애매했던 부분은 장애이해교육이란 대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장애인권교육, 장애이해교육, 장애인식교육 등의 형태로 진행되는 많은 교육 속에서 어떤 관점과 방법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을지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각 단위의 입장과 요구를 교육에 얼마나 반영해야 하는가도 쉽지 않은 문제다. 사업을 기획한 교육청과 강의를 신청한 학교, 참여자들간의 기대치, 편의시설 등 물리적인 조건은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서로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우리의 강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각 학교 현장마다 달라서 일정정도의 소통과 조율이 필요했다. 현재와 같이 기획하고 신청학교를 받는 구조에선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반영, 개선할 것인지가 과제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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