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신고인은 한국농아인협회 임원들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이다. 피해자는 본인이 근무하는 수어통역센터의 센터장에게 피해 사실을 밝히고 보호조치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센터장은 회원이 자발적으로 증여한 후원물품을 수령한 일을 횡령‧배임으로 운운하며 피해자를 범죄자로 내몰았다. 심지어 피해자에게 본인을 2차 가해자로 지목한다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며 성폭력 2차 가해를 자행하였다.
대구수어통역센터 지역지원본부는 피해자가 신고한 5건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중 횡령‧배임 주장 1건만을 인정하였고, 성폭력 2차 가해 행위는 불인정하였다. 이에 대구수어통역센터 지역지원본부의 무책임하고 부실한 판단이 시정될 수 있도록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모든 행위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그러나 대구지방고용노동청도 직권조사의 취지에 무색하게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지난 7월 15일, 한국농아인협회 대구광역시협회는 가해자에 대한 징계조치를 위해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피해자는 피해를 더욱 분명하게 알리고 가해자에 대한 정당한 처분과 책임을 요구하고자 인사위원회에 직접 출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월 20일 대구광역시협회는 총액 50만원도 되지 않는 감봉을 6개월간 내리는 경징계 처분을 하였다. 가해자의 행위는 수어통역센터 운영규정 [징계양정 기준표]에 따르면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하며, 행위의 ‘고의’가 인정되면 정직이상의 중징계를 받아야 한다. 센터장이 직원에 대해 거짓된 횡령‧배임을 주장하고 징계를 운운하며 압박한 행위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대구광역시협회의 조치에 대해 ‘사업장에서 행위자 징계처분 등 개선지도 내용을 적정히 이행’하였다며 피해자에게 통지하였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대구광역시협회의 부당한 처분에 동조하며 적정한 이행이라는 말로 직권조사의 취지를 무력화시켰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2월 9일부터 현재까지 대구지역 장애/인권/시민사회 단체는 피해자와 함께 연대하며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2차례의 기자회견을 하며 가해자에 대한 정당한 처분을 강력하게 요구하였으나, 이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부당한 결과를 목격해야 하는가. 노동자이면서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되려 경징계 처분 내린 뒤 대응을 “적정히 이행”하였다며 조직적으로 응답한 무능한 결과가 참담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피해자가 부당한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통로는 규정마다 모호하게 명시되어 있다. 게다가 재심청구 권한은 가해자에게만 있을 뿐이다. 업무상 우위와 권한을 악용해 피해자의 명예와 인격을 훼손하고,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조직적 괴롭힘에 대한 피해자 구제 방안조차도 부재하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한국농아인협회 대구광역시협회, 대구수어통역센터 지역지원본부는 노동자 및 농인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기관들은 가해자가 본인이 자행한 행위를 가벼이 여기도록, 가해자의 권력이 유지되기에 용이한 성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조직 구조가 고착되도록 공모‧묵인하였다. 이러한 참담한 결과에 노동자, 성폭력 피해자가 어떻게 가해자들에게 정당한 책임을 묻고,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내어 피해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인권을 보장해야 할 기관들이 책무를 망각한 결과는 수많은 노동자와 피해자의 침묵을 강요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침묵으로 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인권을 보장해야 할 지원 기관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다시 한 번 명확하게 확인했다. 소수자들의 권리보장이 아닌 성차별적이고 비민주적인 조직구조를 더욱 강화하는데 공모한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한국농아인협회 대구광역시협회, 대구수어통역센터 지역지원본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소수자들의 권리는 누군가의 권력에 기대어 만들어 온 것이 아니라, 연대와 투쟁의 역사 속에서 쟁취해 왔다. 우리는 침묵과 무력함을 강요하는 이번 결과의 부당함에 맞서 다시 온몸으로 말하며 함께 연대하여 싸워갈 것이다.
2026년 7월 2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