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웹소식지>기획>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성평등 강화가 필요하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성평등 강화가 필요하다.

정의로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지난 10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질의응답 중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폐지에 대하여 “여가부 폐지라고 하는 것은 여성, 가족, 아동,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보호를 더 강화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중략) 여성에 대한 보호를 더 강화할 것.” 이라고 답했다. 여성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여가부를 폐지한다는 발상은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정부는 여가부 폐지 후 보건복지부 산하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만들어 업무를 이관하는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내놓은 상태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간담회를 통해 조직 개편방안은 양성평등을 더욱 강력하게 펼쳐나갈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성평등이라고 했지만 인구와 가족이라는 단어에서 여전히 여성을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밖에 여기지 않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피해자 보호는 주체적인 삶의 가능성과 이어져야

지난 4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우며 혐오 정치를 선동했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당선된 이후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를 위한 <성평등 관점의 여성폭력방지 전담부처 반드시 필요하다!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현장 단체 공동행동> 집회를 광화문에서 열었다. 당일 장애여성공감 나무 활동가는 “장애여성 반성폭력운동은 지난 20년간 정상성과 장애 무능만을 강요하는 불평등한 사회와 법적 기준에 저항하였고 장애여성들과 함께 동료로서 ‘항거불능’에 맞서 반차별을 외치며 성평등한 사회를 향해 치열하게 연대해왔다”고 외쳤다. 그리고 “장애여성 성폭력피해자가 관리의 대상으로 규정되어 시설화된 삶을 혼자 감당하는 현실에서도 많은 장애여성은 독립적인 삶, 안전한 주거, 일하고 싶은 욕구, 잘 의존하는 방법 등 동료들과 함께 활동하며 주체적인 삶의 실현을 상상하며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활동은 장애여성이 무력한 피해자로만 남지 않고 주체적인 존재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구조와 제도, 인식 변화를 촉구해나간다. 하지만 여가부 폐지 시도는 그동안 이어온 반성폭력 활동의 역사를 지우고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여성의 인권을 후퇴시키고 있다. 성평등 관점을 기반으로 한 전담 부처 강화가 시급한 이유다. 

장애여성의 목소리를 더 크고 분명하게 드러내자

지난 10월 15일 우리는 <여성가족부폐지안 규탄 전국집중 집회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 우리가 막는다> 자리에 다시 모였다.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여성 인권의 후퇴를 시대적 변화와 사회의 요구라고 포장하는 정부의 말이 지워내는 존재가 누구인지,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을 발생, 강화시키는 사회구조의 문제를 낱낱이 외쳤다. 장애여성활동가 서지원은 중증장애여성으로서 자신이 경험한 차별과 권리로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성과 재생권리에 대해 발언했다. 무능하고 피해자다움을 강조해야 보호의 대상으로 선별되고, 거기서조차 장애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은 존중되지 않는 현실을 똑똑히 보라고 강조했다. 인권은 단지 제도의 열거로만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선별해서 부여되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여가부는 존재했지만 그 안에서 장애여성을 위한 제도는 유명무실했고, 제대로 된 권리도 보장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장애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국가가 원하는 인구계획에 속하지 않고, 그나마 세운 계획에서도 늘 배제되었다. 그리고 차별을 스스럼없이 밝히는 정부는 인구와 가족을 꾀하면서도 장애여성의 성과 재생산권리는 쉽게 박탈당하는 구조를 견고하게 유지한다. 낙태죄가 폐지되었지만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고 여성의 몸을 출산의 도구로 대상화한다. 이런 상황에서 비장애 정상성 기준에 벗어나있는 장애여성은 또다시 제외된다. 장애여성의 임신/출산에 대한 통제는 우리사회에서 당연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장애여성의 삶의 경험이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고 계속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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