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웹소식지 > 리뷰 > 가난하고 돌봄받는 장애여성의 힘으로 빈곤철폐!

정주희(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사진 1] 2026년 10월 17일 불평등한 세계에 맞서, 1017 빈곤철폐 퍼레이드에 참석한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들의 단체사진. 장애여성공감의 무지개 깃발을 펼치고, ‘가난하고 돌봄받는 장애여성의 힘으로! 빈곤 철폐! 평등 쟁취!’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한국어, 일어, 영어, 중어로 적었다.
[사진 1] 2026년 10월 17일 불평등한 세계에 맞서, 1017 빈곤철폐 퍼레이드에 참석한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들의 단체사진. 장애여성공감의 무지개 깃발을 펼치고, ‘가난하고 돌봄받는 장애여성의 힘으로! 빈곤 철폐! 평등 쟁취!’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한국어, 일어, 영어, 중어로 적었다.

2026년 10월 13일, 아시아빈민대회를 앞두고 장애여성공감의 발달장애여성 나의자리팀*과 빈곤 간담회를 가졌다. 나의자리팀은 지역구 투쟁에서 권리요구안을 만들고, 일곱빛깔무지개에서 공연을 준비하며 기초생활수급과 주거, 활동지원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나의자리팀과 사회보장제도를 이용한 경험과 장애여성에게 가난을 말하는 건 어떤 기분인지, 필요한 건 무엇인지 이야기 하였다.

  -나의자리팀은 발달장애여성합창단 일곱빛깔무지개, 극단 춤추는허리 등 다양한 공감 활동들에 참여하고 있는 발달장애여성 회원들로 이뤄진다. 활동비를 받으면서, 나의자리팀 회의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상의하고 진행한다.

“주민센터에서 종합조사가 서류만 작성하고, 활보, 도움 받고 있냐고 다 혼자 할 수 있냐고 물어보고 돌봄 안 받고 할 수 있냐고 물어보고, 집에서 뭐하고 있냐고 물어보고, 직장 다닌다고 대답했고, 직장에서 인권운동 단체 활동한다고하고, 돌봄도 활보 받는다고 하니까 동사무소에서 “ 그래요, 시설에 가면 어때요?” 물어보고,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그거에 말 안 했어요. 그리고 김치, 열무 김치. 갑자기 열무 김치. 열무김치 우리가 굳이 필요한가?”

“몰라요. 돈을 아빠가 받아요. 얼마 받는지 몰라요. 주민센터에서 그냥 전화 하지말았으면 좋겠어요.”
“안부 묻는 거랑 달라요. 시켜서 하는 느낌”
“주민센터 말을 빨리해서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 해도 안 해줘요”, “짜증나요. 기분 상하기도 하고, 무시하는 느낌”
“(지원 제도에 대해) 속 시원히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어요.”

주민센터와의 대화 내용에 대한 나의자리팀의 이야기이다. 주민센터는 전화를 해도 빠르게 말을 끝내거나 물어도 답변하지 않았다. 혼자 할 수 있는지를 묻고 집에 있을 걸 전제한다. 단체활동을 하고, 활동지원을 받는다는 장애여성의 말에 시설에 가는 건 어떤지 묻는다. 장애여성은 침묵으로 답변하지 않았는데, 이후에 열무김치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거리낌 없이 온다. 소통할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연락에 짜증이 난다. 장애여성들은 주민센터가 내가 필요한 걸 말할 때 경청하고,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속 시원하게 얘기해줄 것도 아니라면 전화가 안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린 불쌍하지도 않는데 우리는 이렇게 잘 살 수 있는데.”
“돈 없어요, 그냥 그래요. 가난한 상태로 사는거지.”
“돈 없어서 오히려 자유로워요. 자유로운 세상으로 가고 싶어.”

장애여성들에게 가난을 말하는 건 짜증나기도, 그냥 그렇기도 하다. 평생 가난과 함께 살아왔다. 가난은 벗어나야 할 비참함도, 이겨내야 할 시련도 아니다.

 

[사진 2] 나의자리팀 장애여성의 빈곤을 주제로 한 간담회 진행사진. 나의자리팀,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2] 나의자리팀 장애여성의 빈곤을 주제로 한 간담회 진행사진. 나의자리팀,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난 증명을 강요하는 수급제도

“병원갈 때. 아빠가 (수급)떨어진다고 했어요. 제가 많이 아프니까. 병원비 많이 나온다고. 큰 병원, 비싼 곳은 못가요. 돈 많이 들잖아요.”
“가족들이 돈 많이 벌면 수급 깎죠. 가난하지 않구나 하고.”
“엄마가 많이 아프면 내가 돌봐야하나, 엄마가 돌아가시면 어떻게 살지 고민이 되죠.”

나의 자리팀은 주거와 의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수급을 택하지만, 박탈되지 않을까 걱정되어 오히려 나와 가족의 벌이를 제한한다고 한다. 아파도 참거나 비급여 의료비가 나올까 응급실과 3차병원에 가길 꺼린다. 이러한 현실에서 장애여성들은 경제활동을 하는가족의 건강을 살피고, 장애여성에게 가감없이 쏟아내는 가족들의 감정을 맞추고 밥을 차리고 물을 가져다 준다. 가족이기에 복잡한 마음이지만 장애여성들은 이미 삶에서 많은 돌봄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는 장애여성을 보호와 관리가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지만, 제한된 정보와 관계맺을 자원 없는 구조가 문제다. 특히 혈연 중심의 가족 제도는 세대주로 구성된 한 가구로서 개인을 관리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가구 단위로 운영되지만 ‘수급자 관리 효율성을 위해 시설에 급여지급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보장시설수급 예외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행정 편의를 위해 돌봄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고, 가족을 대리한 시설로 밀어 넣어온 구조에서 장애여성은 가족과 시설을 나올 수 없다.

2026 아시아 빈민대회는 ‘말하자, 불평등을. 움직이자, 빈민의 힘으로. 연대하자, 빈곤철폐! 확산하자, 평등과 평화’라는 슬로건으로 각국의 빈곤현실과 사회보장제도를 짚는 컨퍼런스를 열었다. 장애여성공감도 장애여성의 삶에서 마주한 주거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의 불평등을 대회와 연결하여 고민했다. 국가는 개인의 능력을 입증하게 하고 서열을 매긴다. 지원을 받으려면 내가 얼마나 무능한지, 얼마나 도움이 필요한지를 입증해야 한다. 오히려 빈곤을 조장하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불평등에 맞서 살고 싶은 집, 말해도 끝이 없는 자유

“돈이 없어도 돈 안 쓰는 데로 산책하고 구경하고 사진 찍고 SNS에 사진 올리고, 나가서 돌아다니면 돈 생각이 안 나고 자유롭게 살 수 있어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으면서 돌아다니면 힘나서 기분이 좋아요. 밖에 나가서 일할 것 찾아보고, 그래도 못 찾겠다 하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같이 돕고 찾아볼 수 있어요. 저랑 같이 걱정하고 제 얘기를 들어주고 상대방 말도 들어주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을 같이 하고 함께 움직입시다. 그게 내가 바라는 자유예요.”(2026 아시아 빈민대회, 투쟁대회, 서주영(장애여성공감) 발언 중 일부)

장애여성들은 더 이르게 움직여 내가 주도할 수 없는 관계에서 벗어나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역할을 가질 수 있는 곳을 찾아왔다. 그렇기에 장애여성에게 집은 물리적으로 머물 곳에 그치지 않고, 수급을 개인에게 지급하는 것만으로는 자기결정을 보장할 수 없다. 장애여성은 가난과 장애라는 불확실한 변수와 함께 살아왔기에 홀로 살아가는 자립이 허황되었음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왔다. 내가 의미를 가진 사람으로, 부담과 짐, 관리 대상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있을 수 있는 자리를 바란다.

운동으로 만들어온 제도가 여전히 가난하고 돌봄받는 이에게 무력함을 증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을 말하고, 혈연가족과 시설이 아니라 동네에서 직접 만나 정보를 같이 찾고 욕구를 말하고 갈등하며 욕구를 말하길 바란다. 가난이, 장애가, 노화가 수치스럽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돌봄이 가능해야 한다. 꼬이고 늙어가는 몸을 드러내기를, 상호돌봄을 시도하는 건 우리의 자부심이다.

이에 우리는 도시 환경 개선을 목적이라며 쪽방촌을 허물고, 삶의 맥락을 지우는 주거정책에 반대한다. 지하철과 공원, 공공장소에서 홈리스의 물건을 말없이 발로 툭툭 차 치워내는 행동에 분노한다.

가난하고 돌봄받는 장애여성의 힘으로!
빈곤 철폐! 평등 쟁취!

 

공감리뷰

One thought on “2026년 9월 웹소식지 > 리뷰 > 가난하고 돌봄받는 장애여성의 힘으로 빈곤철폐!”

  • 윤혜정

    장애여성도 활동지원과 연금으로 충분히 혼자서 살 수 있다.
    지금 내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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