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전환 운동에서 돌봄의 정치를 고민하며
진은선(장애여성공감)
OECD 국가 기준 10년간 부동의 자살률 1위의 나라, 이 수치가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각자도생으로 살아남아야하는 한국사회는 차별의 원인을 개인의 삶의 위기와 고통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사회 구조의 문제를 가리고 혐오를 선동하는 정치에 기만적인 행태를 비판하면서 사회운동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만들어야 할지, 대안을 함께 고민하고자 지난 2월 1일(목) ~ 2월 3일(금) 체제전환운동 포럼을 진행했습니다. 포럼에서는 사회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로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의 삶을 복잡하고 첨예하게 보기 위해서 ‘주거권, 페미니즘, 교육, 기후위기, 노동’ 등의 의제를 교차하고 넓히는 것을 중요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장애여성공감(이하 공감)은 페미니즘 세션에서 탈시설, 돌봄, 성과 재생산권리를 연결하는 고민과 논의를 함께 이어왔습니다.
윤석열 정권은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며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와 젠더 갈등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생산’ 노동의 가치를 속도로 경쟁하며 이윤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여성이 출산과 양육을 하고, 가족 안에서 이뤄지는 돌봄 노동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으로 규정하면서 재생산 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해왔습니다. 그러나 재생산 노동이 실은 자본주의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생산’ 노동으로서 돌봄의 정의를 새롭게 해나가기 위해 계급과 불평등의 문제를 드러내야함을 중요하게 제기했습니다.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인정과 배제의 문제는 특정한 계급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 젠더, 계급, 불평등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노동은 특정한 집단의 일부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불합리한 노동을 겪고 있는 사람들,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말할 수 없고 차별을 묵인할 수 밖에 없는 시설화된 노동의 구조를 드러내야 합니다. 공감은 젠더화된의 돌봄 노동의 현장을 통해서 국가가 돌봄 노동자와 돌봄대상자의 권리를 축소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페미니즘 운동과 탈시설 운동과 돌봄 노동의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또한 ‘돌봄 시설’이 확대되어 온 역사에 주목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노동능력이 없다고 여겨지는 장애, 질병이 있고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이들은 낙인찍혀 시설에 격리되어 왔습니다. 국가는 가족의 돌봄이 어려워지자 ‘돌봄의 사회화’라는 명분으로 시설을 만들고 보호라는 이름으로 사회로부터 배제해왔습니다. 이 근거로서 현재 장애인복지법 제 58조에서는 ‘일반 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의 경우 시설이 가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운동이 돌봄의 책임을 가족에 전가하지 않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할 때 시설은 확대되어 온 역사를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따라서 가족과 시설은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돌봄을 받는 몸은 무능력하고 시혜적으로 보는 국가의 대항하는 투쟁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탈시설 운동에서 ‘가족구성권’, ‘돌봄’이 주요한 의제가 되어야 합니다.
장애여성운동에서는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대상화되지 않고 돌봄 지원자-대상자가 일방적으로 주고받는 관계가 아닌 내 일상에 서로가 들어갈 수 있고 책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상호적인 관계를 말합니다. 수십년을 살았던 시설을 나와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지만 돌봄을 수행하는 이가 가족-시설종사자-활동지원사로 이동하는 삶의 관계가 아닙니다. 돌봄의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은 ‘공적돌봄’ 더 나아가 상호돌봄의 관계를 맺기 위한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 때 가족, 친밀한 관계를 벗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돌봄이 가능하려면 돌봄을 받는 몸들이 어떻게 주도권을 가질 것인가, 눈치보지 않고 나의 의사를 존중받을 수 있는, 서로의 관계가 섞이는 돌봄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공감은 체제전환 운동에서 이 고민을 연결하고 함께 논의해가고자 합니다.
[사진 1] <2024 체제전환운동포럼- 우리의 대안을 논의하자> 중 지금 여기, 체제전환 페미니즘 세션의 사회자 류민희, 발제자 몽, 토론자 정은희, 닻별, 진은선이 토론 시작 전에 자리에 앉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