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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동일하지 않은 그 첨예한 차이

나무(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를 SNS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한국사회의 첨예한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며 권력을 쥐었다. 그로 인해 2022년 한국사회는 성평등 전담부처가 존속해야 할 이유와 연대투쟁의 목소리로 들끓었다. 반성폭력 운동의 적극적 반대와 연대투쟁의 힘으로 2023년 2월 말 여성가족부 폐지안이 제외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법개정과 무관하게 현실에서는 성평등 가치를 후퇴시키는 행태들이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끊임없이 밝히고 있으며, 성평등 전담부처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여성가족부는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여부’로 개정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제 3차 양성평등기본계획에 대해 법무부가 모두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발표 당일 공식 입장을 철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심지어 법무부는 무고죄 엄벌 강화를 내세우며 검찰의 직접수사 성과로서 증가된 무고 입건수와 사례를 보도자료로 발표하는 상황이다.

한국사회에서 성평등 가치가 제대로 실현된 적이 없었지만 지금처럼 국가가 나서서 조직적으로 가시화하며 성평등 가치를 폄하하고 훼손한 경우도 없었다. 이로 인해 반성폭력 운동은 내외부적으로 그 어느때보다 성평등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열의가 가득하다. 우리는  앞으로 강해져야 한다. 그러나 연대의 강함은 모두 다 동일한 목소리를 일치되게 내는 것만은 아니다. 그렇기에 현 시점은 정부에 성평등 정책 강화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을 넘어 반성폭력 운동안에서 ‘성평등’에 대한 우리 안의 차이가 무엇인지 첨예하게 드러내고 논쟁적으로 토론해 나갈 수 있는 너무 중요한 기회이다. 장애여성공감은 다양한 연대활동을 통해 이러한 움직임을 확인하게 된다. 반성폭력 운동진영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 젠더기반 폭력에 대해 청소년, 장애, 이주 등 다양한 성・인권 의제가 어떤 교차적 관계에 있는지, 이러한 교차적 논의의 심화와 필요성에 절감하고 있다. 그리고 각 영역에서의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쟁점과 차이를 첨예하게 드러내고 함께 진단하고 토론함으로서 새로운 연대방향을 모색해 가기 위한 고심의 과정에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장애여성관점의 방향과 목소리는 매우 중요하다. 장애여성운동에서 장애와 젠더라는 통합적 관점은 장애인 혹은 여성으로만 환원되는 것을 거부하는 동시에 장애와 여성의 범주가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장애여성운동은 장애운동·여성운동안에서도 어떻게 장애여성의 목소리와 경험을 드러낼 수 있을지 고민해 온 과정이 있고 분투해온 역사가 있다. 분투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길을 잃기도 한다. 정답지가 없는 길에서 기댈 수 있는 것은 피해로만 설명되어서도 내담자/지원자로만 머물러서도 안되는 장애여성의 발화이자 경험이다. 경험의 끈을 놓는 아찔한 순간들을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한다.  현재도 장애여성공감은 분투하며 긴장하며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장애, 젠더, 소수자 관점의 목소리가 힘을 잃지 않도록 그 역할을 하고자 한다.  

우리가 주장해 온 성평등의 가치도 우리 안에서 위계화되고 구획되지 않았는지 있지 않았는지 다시 돌아봐야 할 때이다. 성평등, 동일하지 않은 그 첨예한 차이. 장애, 성별, 학력, 경제적 지위, 나이, 성정체성, 성적지향, 출신 국가, 가족형태, 시설수용 여부, 인종 등 교차된 정체성과 차별 경험들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고 공고하게 서로의 삶을 연결하며 그 첨예한 차이로 윤석열 정부의 성평등의 가치, 인권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행태를 끝장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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