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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전국장애인대회 리뷰글] 모두가 함께 탑승할 시민권열차로!

정주희(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열차가 어둠을 헤치고

“비장애인만 타는 시민권 열차에 탑승시켜 주십시오!”

3월 23일, 시청역 1호선 청량리 방면 승강장에서 소리가 울렸다. 전국에서 모인 장애인권활동가들이 경찰과 대치해 지하철 승강장 앞에 섰다. 수많은 경찰들이 출입구를 가로막았고, 안내방송에서는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위를 중단하라는 낯익은 말들이 흘러나왔다. 함께 모인 우리는 지하철에 탑승한 시민들, 경찰들을 마주한 채 공연과 발언을 이어갔다. 투쟁의 방식과 목소리, 그 안에 담긴 삶은 모두 달랐지만 이야기는 하나로 귀결됐다.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 함께 살자는 것. 장애여성공감은 ‘공감아리랑’ 을 크게 부르며 춤을 췄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왜 이제사↗️ 활동가가 되었나 공부도 투쟁도 너무나 좋구나~”삼각지역에서 장애인권활동가들이 목에 사다리를 걸고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출범을 알렸다.

장애인권리를 두고 떠나는 서울시와 윤석열정권의 무정차열차

서울시는 현재 UN장애인권리협약을 오독하고 UN탈시설가이드라인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전문의를 안정적으로 배치하여 시설을 ‘선진화’하고 이를 통해 질 높은 돌봄을 가능케하겠다고 말했다. 질 높은 돌봄, 시설 선진화라는 허울속에 가려진 주장은 결국 장애인들의 독립과 자유를 저당잡고 돈을 아끼겠다는 노골적인 이야기이다. 예산을 감축하고 시설과의 공모를 강화하겠다는 서울시의 역행은 서울시 탈시설 장애인 1천명에 대해 전수조사, 전장연소속 단위만을 대상으로 한 과도한 자료 요구와 조사(각주 1), 서울시 장애인 활동지원 추가지원 대상자 일제 조사 통보와 강행으로 이어졌다. 전장연의 투쟁으로 탈시설장애인 전수조사는 조사위원회 구성 이후 추진하는 것으로 잠정 보류되었다. 24시간 지원자 확대 약속을 이행하고 있지 않으면서 조사결과에 따라 서울시 활동지원 시간을 삭감하거나 지원 자체를 중단하겠다던 활동지원 시비대상자 일제조사에 대해서는 연대체 차원의 공동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문제는 서울시만이 아니다. 윤석열은 대선 후보 때부터 장애인복지정책으로 개인예산제를 앞세웠다. 서비스의 유연화와 개인의 선택권을 들며 돌봄서비스전환을 이루겠단 것이다. 그러나 예산은 늘어나지 않았고, 동결 혹은 감축을 시도하며 경계를 허무는 서비스정책은 각 정책에 대한 정부의 예산 할당의 책임을 흐리게 만든다. 장애인거주시설 정책에 있어서도 중증장애인 등에 대한 전문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단계적 전환하겠다고 했다. 장애인을 재활과 치료의 대상으로만 한정하는 다음과 같은 주장엔 예산의 이해가 숨어있다. 돌봄의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해왔고, 정부는 공적돌봄체계 구축을 체제전환이 아닌 시장화로 해결하려 들고 있다. 이 와중에 누군가의 삶은 계산기에 튕겨지며 값어치에 따라 저울질 될 뿐이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혹은 격리되어야 하는 몸이 아니라 동료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은 결국  우리는 어떤 사회로 나아갈 것인가 되묻는 과정이 된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는 권리보장에 대한 요구를 정치적 책임으로 인식하지 않고 시혜적인 입장에서 한시적인 재원을 칼날처럼 휘두르며 위협하고 있을 뿐이다. 시설사회를 강화하겠다는 적극적 공모다. 

 

연결된 관계의 공간, 시민권열차로 바꿔내자

‘서울시는 어제 전장연과의 실무협의에서 「서울시 추가 장애인활동지원 급여」 수급자 일제점검이 이미 진행되고 있고, 시작한 이유도 명확한 상태에서 일제점검을 이유로 지하철 승차시위를 재개하겠다는 것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며, 대화의 창구는 항상 열려있으니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하였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오세훈이 당선된 서울시에서 진행된 올해 326은 유난히 긴장이 높았다. 3월 17일 전장연 박경석대표의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조사가 진행된 직후였다. 서울시는 과도한 행정력을 동원해 권리보장을 촉구하는 움직임을 위축시키고자 한 사실을 왜곡하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시청역은 무정차 통과를 시도하였고  지하철에서 서울시청 지상으로 이어지는 엘레베이터는 굳게 닫혔다. 집회신고로 확보된 집회공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경찰은 폭력적으로 저지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갈등을 극대화시키고 권리요구를 문제시하며 전장연을 고립시키고자 했다. 

 

2021년 신아원을 긴급 탈시설하였던 하늘님은 거주시설과 서울시, 여러 공적기관으로부터 탈시설의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해 사회에 살아갈 자원을 마련하지 않아온 것을 다시 장애인이 시설에 살아야만 하는 이유로 들었다. 교육권을 보장하지 않았음에도 한글을 모른다는 이유로, 시설 밖을 나갈 수 없도록 통제하고 이동을 제한했음에도 길을 혼자 찾지 못해서, 장애인도 함께 일할 기반을 마련하지 않았음에도 당신이 돈을 벌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밖은 혼란하고 불안한데 ‘안전’한 시설에서 지내는 것이 더 좋은 삶이라 했다. 자본과 지배의 이해 속에 장애인이 격리되어 왔다. 장애인도 동료시민으로 함께 살자는 구호에는 분열과 배제의 공간을 와해시키고 새로운 시민적 관계를 잇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많은 활동가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삶에서 현장에서 길어낸 경험에는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의미와 고단함이 담겨 있었다. 시설을 나온다고 동화처럼 모두가 별안간 행복해지지 않는다. 안정적으로 살아갈 공간이 필요하고 함께 살아갈 사람이 필요하다. 기본권이 보장되도록, 장애인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할 정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2년됐습니다.

집에서 잘 살아요.

테레비도 있고 밖에 큰 마트

왔다 갔다 하고 산에 올라가요.

시설과 달라요.

혼자 세탁기 돌려봐요.

같이 나가서 일해요.

탈시설장애인상장 축하합니다.

 

작년 탈시설장애인상을 받은 하늘님은 올해 수상자를 축하하는 인삿말을 준비했다. 같이 나가서 일하기를, 만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 축하의 말을 전했다. 굳건한 권력은 여전히 ‘안전’과 ‘보호’라는 이름으로 차별과 폭력을 용인하고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폭력의 정치에 저항해 우리는 불안하고 실패하는 과정 속에서 다른 삶에 대한 시도를 계속 해나가고 있다. 투쟁을 일상에 배어 있다. 투쟁을 통해서 하루가 변화하고 있음을 우리는 서로 알고 있다. 그렇기에 서로를 연결짓는 동료시민으로 함께 살아갈 사회를 위해 우리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각주 1.  전장연은 2월 3일 서울시에 요구한 4가지 답변(장애인권리예산, 탈시설가이드라인 권고 이행 등)의 답변을 듣고자 3월 2일 서울시 김상한 복지정책실장 면담을 하였다. 면담이 있은 이후로 서울시는 보조금 집행 사업에 대한 현장점검을 통보한다. 서울시는 보조금 사업 수행기관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점검이라 해명하였다. 그러나 조사 대상을 사업을 추진하는 전 센터가 아닌 전장연 소속 센터만으로 한정하는 점, 시 차원의 사업 점검이 이미 주기적으로 진행되어 온 점, 선례가 없던 추가 조사를 무리한 일정으로 강행하는 점 등을 고려하였을 때 전장연을 압박하고자 하는 의도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에 전장연은 이러한 서울시의 행태를  ‘전장연 표적수사’로 명명하고 대응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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