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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낙태죄가 없는 세계를 준비하며

 

 

작성: 타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2019년 4월 11일,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들고 기뻐했다. 완벽하지 않지만 분명한 승리였다. 우리는 분명히, 불구의 몸들의 승리라고 하겠다.

1999년 김홍신 의원에 의해서 장애인이 시설에서 집단적으로 강제 불임시술을 받았다는 조사가 발표되었다. 시설의 탄생과 함께 만연했을 신체에 대한 침해, 고문, 재생산권 박탈의 문제는 1999년 이후에도 여전히 발생해왔다. 이제 겨우 한센인에 대한 국가의 강제 단종 정책이 평가를 받고 배상의 책임을 지기 시작했을 뿐이다. 앞으로 장애인, 노숙인, 부랑인, 미혼모, 성 판매 여성, 아동청소년, 이주민, 난민들의 증언과 국가 책임에 대한 요구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게 될 것이다.

장애여성공감은 임신의 당사자인 ‘여성’의 자기결정권으로서 재생산권리를 보장하는 운동에 참여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임신의 당사자일 수도 있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는 당사자라는 독특한 지위는 재생산권에 대한 고민을 복잡하고 두껍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성과 장애인의 대립구도’라는 허구와 기만에 대해서 분명하게 인식할 때 쯤, 우리에게는 성과재생산포럼이라는 든든하고 중요한 동료들이 생겨났다.

 

장애인이 살아갈 권리로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한다.

누가 죽고, 누가 살려지는 가의 문제는 매우 의지에 기반한 행위라는 것이며, 국가가 인구정치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의지의 실행을 정당화해왔다는 비판적 인식은 재생산권의 문제를 무한히 정치적인 문제로 재구성하도록 이끌었다.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능력으로 치환되지 않고, 살아갈 권리를 쟁취하는 것과 연결된다. 장애인이 시설에 수용됨으로써, 시설 밖에서조차 시설화된 삶을 강요당함으로써 성적 실천을 금지당하고, 교육받을 권리, 노동할 권리를 박탈당해왔던 역사를 돌아보게 하였다. 그리고 성과 재생산 권리를 가질 것과 이와 관련해 국가가 소득, 정체성, 나이, 장애, 인종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건강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서비스에 접근하도록 조건을 만들라는 싸움을 시작했다.

우리는 동료들과 함께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끌어내기까지 형법상 낙태를 죄로 만들어왔던 국가의 범죄행위를 고발하고, 모자보건법으로 정상의 몸과 비정상의 몸을 차별적으로 대우해왔던 우생학의 영향력을 지적해왔다. 낙태죄가 지금은 사라진 강간죄의 ‘정조’개념과 공명했기에 국가가 태아를 보호한다면서 낙태죄를 존치시켜왔던 역사는 오히려 생명권을 침해해왔던 역사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그 다음을 이야기할 때이다. 임신의 기간에 따라 여전히 국가가 누군가를 처벌할 수 있다는 전제를 제발 폐기해야 한다. 어떤 시기에 어떤 사유를 허용할 것인가에 따라서 임신의 당사자에게 증명할 것을 과도하게 요구하기보다 더 나은 상황을 위해서 국가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소수자의 낳을 권리, 살아갈 권리를 박탈해온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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