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웹소식지>공감 현장> 동료들과 함께 차별에 맞서기 위해 장애여성이 판을 만들자! 

동료들과 함께 차별에 맞서기 위해 장애여성이 판을 만들자! 

 

정주희 (장애여성공감) 

[사진 1] 326전국장애인대회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바로세우기 및 노동자 400명 해고철회 결의대회> 전경. 

무대를 앞에 두고 많은 장애인권운동 활동가들이 모여 있다. 옆으로 경찰들과 펜스가 보인다. 

 

투쟁이 어려운 시기, 젠더적 관점의 IL현장을 말하기 

 

투쟁으로 만들어 낸 거주시설 연계사업과  서울시 중증장애인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이 서울시에 의해 올해 폐지되었다. 정부와 서울시는 장애가 중하고, 돌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자립의 역량’을 논하며 탈시설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시설, 의료전문가에게 탈시설을 결정할 권한을 부여하고(자립역량 심사), 시설에 더 많은 예산을 투여하며 시설의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시설을 ‘가정형 주거 구조’로 만들어 ‘주거’, ‘자립’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장애인을 시설화하는 구조를 은폐시킨다. IL센터도 장애인복지법 상에 운동단체로 별도의 근거조항을 가지고 있었으나, 작년 개악안으로 복지시설로 편입되고, 올 7월 시행될 예정이다.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장애인운동이 투쟁으로 만들어온 정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 2] 2023년 IL(Independent Living)과 젠더포럼 <젠더적 관점으로 IL판을 흔들자> 진행 중인 모습. 

 

몰아치는 억압과 정책 후퇴에 동료들을 결집해 정책, 제도 투쟁을 하기에도 벅차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조직이 어렵기에 차이보다도 공통된 정체성으로 모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려운 시기이기에 젠더적 관점의 IL현장이 더욱 필요하다. 누가 더 억압받는지를 경쟁하거나, ‘다양성’을 말하며 다른 삶들을 형식적으로 ‘동등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 명의 사람도 단 하나의 정체성만으로 구성될 수 없다. 장애, 젠더, 섹슈얼리티, 이주, 나이, 계급, 학력 등이 각각 분절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얽히고 연결되고 맞물린다. 다층적인 억압의 구조, 그 안에 살고 있는 개별 주체들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구체적인 시공간에서 다층적인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삶이 드러날 때 장애인을 차별하는 구조를 분명하게 할 수 있고, 공동의 운동도 함께 모색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쌓아온 활동과 투쟁들이 치열하고, 중요한 만큼 앞으로의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 성평등한 조직문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장애여성활동가가 바라본 장판, 장애여성활동가의 역할

[사진 3] 2023년 장애여성이 판을 흔들자 <장판, 흔들자!> 워크숍 진행 중인 모습. 대구, 부산, 서울에 소재한 IL센터에서 활동하는 장애여성활동가들과 장애여성운동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4] 2023년 장애여성이 판을 흔들자 <장판, 흔들자!> 대구모임 진행 중인 모습.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여성 자조모임 날라리와 장애여성운동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장애여성으로의 정체성을 우리는 생각해본 적이 있나?”

“부담감과 어떻게든 조직을 이끌어 내야 된다는 압박감들로 인해 저도 모르게 더 완벽하게 비장애인의 속도에 맞춰 일을 하다보니, 순간 진짜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은 뭔지, 나의 정체성도 어느 순간 잊어버리게 되는 때가 있었습니다.”

 

작년 숨센터는 서울, 대구, 부산에서 활동하는 장애여성활동가들과 만나 <장애여성이 운동의 판을 흔들자!>, 2023년  IL과 젠더포럼 <젠더적 관점으로 IL판을 흔들자>를 진행했다. 장애여성활동가가 현장에서 왜 보이지 않을까? 장애여성활동가로 나는 어떤 역할을 해오고 있었나? 장애여성활동가들은 현장에서 장애여성으로 경험하는 차별에 대해 함께 모이고 정체성을 고민할 기회가 없었고, 조직 내에서도 중요한 관점으로 읽히지 못했다고 말한다. IL운동이 운동성을 잃어가고, 사업화되어 간다는 문제의식은 제도화되고, 정부, 지자체의 불신으로 강화되는 점검, 실무력이 점점 요구되어지는 구조의 문제도 있겠으나, 내부적으로 비/장애, 여/남성 활동가 간의 역할과 업무 위계가 있는 것과도 맞물린다. 

 

“장애여성이 많은 이야기들과 경험을 말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한 거 같아요. 이런 이야기와 경험들을 통해서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것도 있고요. (날라리 자조모임에서) 시설이나 가족에게 느끼기 어려운 존재감, 역할이 있어서 좋은 거 같아요.”

“무조건 지지하기보다는 서로 의견을 공유하면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다른 사람을 조직하려면 나부터 조직해야 한다. 내가 활동을 왜 해야 하는지, 하루에 4시간씩 출퇴근을 하고 사람을 만나 무슨 얘길 해야 하나 계속 생각해야 한다.”

 

장애여성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고, 운동이 당위가 아닌 개인의 삶에서 맞닿기 위한 조직의 경험을 같이 겪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연결되는 몸과 경험 속에서 연대하는 동료를 찾고 부대끼며 다른 몸을 마주하는 것, 삶의 경험을 나누는 감각은 서로에게 지지가 되고 운동의 기반이 된다. 장애를 취약하고, 무능한 특성으로 말하는 차별의 말들을 바꿔가기 위해서 익숙한 관계들을 바꿔가야 한다. 다르게 말하기, 다르게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감각 속에서 운동의 동료가 되어 갈 수 있다. 서로를 조직하기 위해 주저하거나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문제의식을 말하고 반영할 수 있으려면 함께 책임지기 위해 무엇을 놓쳤는지, 어떤 관점과 방향이 필요한지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여성활동가들은 활동의 지향과 관점이 충분히 이야기할 동료, 자리가 부족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조직적 변화와 같이 각자의 활동에서 가진 역할과 활동의 의미들을 이야기하며 장애여성활동가가 IL현장에서 역할을 해나가고자 함을 이야기했다.

 

장애여성 운동의 요구를 담은 장애여성 정책

[사진 5] 2024년 장애여성이 IL운동의 판을 만들자! <장판, 만들자!> 장애여성정책 워크숍을 진행 중인 모습. 작년 <장판, 흔들자!>를 함께 한 장애여성활동가들과 장애여성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올해는 작년 함께 했던 장애여성활동가들과 장애여성정책을 만들고, 서로를, 동료를, 시민들을 조직하고자 했다. 국내에서 한국 국민이자, 장애등록이 된 장애여성이 받을 수 있는 장애여성정책은 모성권을 중심으로 한 임신출산 지원, 성폭력 피해 지원, 교육 지원이 있다.  장애여성을 피해자, 혹은 복지 수혜자로 두고, 제한된 조건에서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으로, 장애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기 어렵다. 작년 함께 했던 서울, 부산, 대구의 장애여성활동가들과 다시 모여 탈시설, 돌봄, 성과 재생산권리, 수급에 관해 경험을 나누었다. 

 

“저한테 하는 사람들이 하나도 좋게 이야기를 안해요 성관계 안 좋다 아프다 출산을 하면 안 좋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자라다보니까 진짜 그런가 성관계를 하면 내 몸이 어떻게 되는 줄 알았어요 성교육이라고 하지만 두렵게 하는 거에요.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해요. (비장애여성도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함) ”

“일상에서 너무 벗고 있는 몸이 되게 자연스럽잖아요 벗고 엉덩이도 보이고. 별로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장애여성 성과 재생산 지원이 권리가 아닌 모성 보호를 이야기할 때 일상적으로 산부인과 의료지원을 받기 어렵고,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장애/비장애여성을 가르는 예외적 지원으로 의료진들이 장애인식을 갖기도 어렵게 하고, 장애접근성이 보장되기 어렵게 한다. 사회적으로 장애여성을 돌봄을 받는 몸으로, 무성적 존재로 여겨온 차별적 구조를 알아가고, 성과 재생산권리를 편견없이 배우고 토론할 수 있는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 

 

“(성희롱, 성추행이 있어도) 중개기관이 알아도 조치를 안 해주고, 여성활동지원사가 그만두거나 중개기관을 옮기는 경우도 많거든요.” 

“말을 하고 싶어도 (활동지원사님이) 안 나오시면 어떡하지. 특히 중증장애인들은 더 그렇게 느껴지죠.” 

“활동지원이 (활동지원사) 1대 (지원을 받는 사람) 다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살고 있는 사람이 있을 때 갈등이 생겨요. (가사, 양육 노동을) 보통 장애여성에게 다 맡기죠.”

“근로지원인이 필요해서 신청을 하려 시도를 했어요. 그런데 원래 활동지원사의 급여가 깎이니까 못했죠.” 

 

정부는 돌봄이 권리가 아닌 ‘서비스’, ‘복지’로 두며 부정수급 방지를 최우선으로 두고, 서비스 ‘중복지원’을 금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 방임 속에 민간으로 책임을 전가할 때 돌봄은 권리로 이야기되기 어렵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차별들이 대처하기 어렵게 한다. 장애의 정도, 젠더, 이주, 연령 등 다층적인 정체성이 교차하는 당사자의 삶을 고려하지 못하는 제도, 돌봄에 관한 인식과 관점을 논의할 수 있는 체계의 부재, 돌봄에 수반되는 여러 필요를 고려하지 못하는 지원 체계 등의 사안을 맞닥뜨리게 된다. 갈등을 개별 간에 해결하게끔 하고,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의 돌봄 공백은 혈연 가족의 부양 책임을 이야기한다. 서울시는 공적돌봄을 목표로 제도화된 사회서비스원을 예산을 근거로 축소하고, 정부는 개인예산제를 도입해 장애당사자의 선택권을 운운하며 돌봄을 시장화하고 있다. 지금에서 돌봄의 공공성은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모인 논의를 중심으로 장애여성 권리 보장을 위한 아래와 같은 정책안을 만들었다. 

①시설 거주 장애여성의 재생산권 침해 실태조사 및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보장 정책 마련 

②장애아동청소년의 포괄적 성교육 보장 및 성과 재생산권리 기본법 제정 

③젠더기반 폭력 피해 장애여성의 지원 정책 확대 

 

아직은 낯선 정책, 그래도 우리의 말과 경험으로 

[사진 6] 410 총선 회원모임 <총선, 우리의 권리를 알고 요구하자> 진행 중인 모습. 장애여성공감 회원들과 장애여성에게 필요한 정책, 총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지금 장애여성공감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시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장애여성정책이 요구안에 반영되도록 하고, 강동구장애인총선연대로 지역 요구안에 포함시키며, 지역구 의원들과 협약식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여성 회원들과의 총선 회원모임을 진행하여 장애여성 정책을 함께 이야기 나누기도 하였다. 소수자의 삶을 반영한 정치를 찾아보기 힘든 시기이기에 장애여성의 경험을 말하며 정책을 요구한다는 것의 의미는 더욱 중요해진다. 낯선 법과 정책을 우리의 말과 경험으로 해석해 가는 시도를 통해   장애여성 정책 투쟁을 비롯하여 차별에 맞설 장애여성 운동의 동료들을 만나기 위한 연대 계속해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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