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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준비한다는 것은

진성선(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춤추는허리는 많은 사람들이 1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수많은 실패와 도전들을 몸으로 부딪치며 굳게 지켜온 활동현장이다. 이러한 역사들이 쌓여 근래에 춤허리의 기획과 공연에 관심을 갖는 곳이 많아졌다. 배우들은 바쁜 일정과 더불어 내부적으로는 우리는 어떤 곳에서 공연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다.

무대를 선택할 때 다양한 부분들을 보고 공연을 결정하게 된다. 현재로썬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은 접근성이다. 건물의 내·외부의 물리적 접근성과 무대 위에서 등퇴장 동선, 분장실, 화장실 등의 위치를 고려하고 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배우들이 이동할 때 등퇴장 공간이 좁으면 휠체어 바퀴에 걸려 넘어질 위험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관객이 불안해하거나 공연 몰입을 방해 할 수 있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우 분장실과 장애인화장실 위치, 무대와의 거리 등 배우들의 체력소모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고민한다.

극장에서 조명과 음향 등 기술관련 셋팅은 공연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춤허리에는 언어장애가 있는 배우들도 있기 때문에 관객에게 배우의 목소리와 대사를 잘 전달하기 위해 핀 마이크와 자막을 사용하고 있다. 매 해 공연 때 마다 호흡을 맞춰 온 스탭들과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조명은 배우의 몸을 드러내는 장치로써 공연의 극적인 효과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실제 필요한 무대 셋팅이 되지 않았을 때 관객과 공감대 형성을 하지 못하고 ‘불편한 몸’, 장애인의 이미지로만 남았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셋팅을 확인하고, 어려운 상황일 때 다른 대안을 찾아본다. 춤허리는 관객들에게 장애인으로 대상화되지 않고 우리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하며 오래 걸리더라도 좀 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공연을 요청한 두 곳과의 만남은 공연을 준비할 때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하게 했다. A의 경우 지방이었고 배우들도 지방 공연에 대한 욕가 높았던지라 긍정적으로 논의를 했었다. 먼 거리를 배우와 스탭 등 많은 인원이 이동해야 하는 부분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시외버스를 탈 수 없는 이동권의 문제와도 맞닿아있다. 이외에도 열악한 무대 환경과 리허설이 불가능한 상황은 자칫 공연 중 사고와도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춤허리와 만남을 원하는 관객의 욕구와 맞물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최소한의 접근성은 무엇인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공연을 진행하진 못했지만 이후에 서로가 접촉면을 만들고 싶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B는 수도권에 있으며 건물 내부의 barrier-free 인증(장애인과 노인, 임산부 등이 시설에 접근 및 이용·이동하는데 편리하고 안전하게 계획·시공되었는지 평가 후 인증하는 제도)을 받은 곳이라서 건물 안에서 휠체어 접근성은 확보되었지만 건물까지의 접근이 매우 위험한 곳이었다.

춤허리 공연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 관객이 많이 오기 때문에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민 했고 이동지원을 한다고 해도 사고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장애인 관객이 접근할 수 없는 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어렵겠다는 논의 하에 강연의 형태로 변경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이곳 역시 스탭들이 소통과 조율의 열의가 높았고 이를 계기로 관객의 접근성도 고려하게 되었다. 이처럼 늘어나는 공연 요청과 함께 외부스탭과의 소통, 공연의 원칙 등 고민할 거리도 많아졌다.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지만 배우들과 협의하고 토론하면서 답을 찾아간다. 물론 실패할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의 경험치와 역량이 쌓여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춤허리와 다양한 접점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과의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 있게 활동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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